재외국민, 우리나라 비대면 진료받을 길 열린다

김동진 kdj@itdonga.com

[IT동아 김동진 기자] 외교부에 따르면 180여 개국, 총 732만 명의 재외국민이 해외에 체류 또는 거주 중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진료받을 때 최대 한 달 이상 대기한다. 진료받더라도, 해당국의 의료보험 미가입자일 경우 상당액의 진료비를 내야하고, 의사소통이 서툴러 병세를 말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에 정부는 규제 특례를 허용, 재외국민이 비대면으로 국내 의료진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정부, 규제 특례 부여…재외국민 의료접근성 개선

현행 의료법(제34조 2항)상 비대면 진료는 의료인 간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의료 지식 및 기술 전달로 제한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비대면 진료 수요가 폭증하고 재외국민의 의료공백이 심해지자 정부가 나섰다.

2020년 6월, 산업통상자원부는 제2차 산업융합 규제 특례심의위원회에서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및 상담서비스’를 승인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 및 제4차 감염병관리위원회 심의 의결에 따라 코로나19 감염 확산 차단을 목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임시 허용했다. 코로나19로 대면 진료가 어려운 국민뿐 아니라 언어나 의료 접근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재외국민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다.

정부는 당시 인하대병원과 라이프시맨틱스가 신청한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상담 서비스에 2년의 임시 허가를 부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진정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2021년, 국내 의료진이 재외국민을 비대면 진료한 후 해외에서 처방약을 수령하도록 처방전 발급 서비스(퍼즐에이아이, 서울‧은평‧인천성모병원)도 임시 허가한다.

올해까지 코로나19 재확산의 여파로 의료 공백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 6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케이더봄’의 재외국민 대상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규제 특례로 추가 허용했다.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과정 살펴보니

최근 정부의 규제 특례를 받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케이더봄’의 플랫폼을 이용해 재외국민이 어떻게 비대면으로 국내 진료진을 만날 수 있는지 과정을 살펴봤다.

해외 한인회 소통플랫폼인 ‘디지털광장’에서 비대면 원격 의료 상담을 안내하는 모습. 출처=케이더봄
해외 한인회 소통플랫폼인 ‘디지털광장’에서 비대면 원격 의료 상담을 안내하는 모습. 출처=케이더봄

먼저 체류국에 맞는 ‘한인회 디지털 광장’을 찾아 앱을 내려 받는다. 한인회 ‘디지털 광장’은 해외 각지에서 한인들이 소통하는 데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각 지역 디지털 광장 앱에서 상위 배너에 있는 원격 의료상담을 클릭하면, 도움닥 건강정보 페이지로 연결된다. 중간 배너를 눌러도 연동된다. 이곳에서 비대면 진료 예약 페이지에 진입한다.

비대면 진료 예약 페이지로 진입한 모습. 출처=케이더봄
비대면 진료 예약 페이지로 진입한 모습. 출처=케이더봄

진료를 원하는 병원과 진료과를 선택하고, 상담 가능한 의료진 목록을 확인한다.

비대면 진료 예약이 확정된 모습. 출처=케이더봄
비대면 진료 예약이 확정된 모습. 출처=케이더봄

이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날짜 중 하나를 선택, 상담목적을 작성해 해당 날짜와 시간에 원격 상담 버튼을 눌러 입장하면 된다. 재외국민이 케이더봄 플랫폼을 이용하면, 현재 경희의료원, 명지대병원, 조선대병원의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실제 비대면 원격진료를 이용한 한인들의 반응은 어떨까. 홍콩에 거주하는 성종원 씨(40세)는 “외국인 의사들을 만나도 의사소통이 어려워 뭔가 답답하고 한국과 다른 체계때문에 막막했다”며 “가슴뼈 통증 때문에 상담을 받았는데, 홍콩에서 별도 스페셜리스트를 만나려면 상당한 시간과 돈을 투자해야 하므로 차일피일 진료를 미루고 있었다. 원격진료를 받아보니 뼈 문제가 아니라 역류성 식도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해 홍콩에서 담당의를 만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뉴저지에 거주하는 임지형 씨(42세)는 “주재원으로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심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무기력하고 열까지 났다. 미국보험도 안 되고, 현지적응도 어려웠다”며 “병원 찾기도 내키지 않아 비대면 진료를 신청했다. 속 시원히 증상을 말하고 나니 우선 마음부터 편해졌다. 잠시 체류하는 주재원에게도 좋은 서비스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미국 하와이에 거주하는 허상기 씨(60세)는 “언어적 장벽을 해소할 수 있어 좋지만, 진료과목이 다양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 다양한 진료과가 개설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2년간 임시 허가…부가 조건 준수해야

재외국민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규제 특례로 임시 허가됐다. 다시 말해 2년간 시행 후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다시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

지켜야 할 조건도 있다. 첫째로 온라인 진료를 위한 수수료 과금은 가능하지만, 환자 유치 행위는 엄격히 금지됐다. 의료법 제27조 3항에 따라 의료인 등이 아닌 자의 환자유치행위는 여전히 규제한다.

둘째로 외교, 통상 관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당국의 한국 의사면허 및 국외 원격진료 인정 여부, 처방약 반출입 허용 여부 등은 사업자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참여 의료기관은 해외에서 진료받은 환자가 국내 복귀 후 진료 요청 시 재진환자로 구분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한재형 케이더봄 대표는 “정부의 부가 조건을 준수하기 위해 협약을 마친 현지 병원에서만 처방약 반출입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며 “다른 부가 조건도 준수하고 있다. 재외국민이 더 많은 병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기 위한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은 대국민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를 적극 지원, 육성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732만 명에 달하는 재외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5000만 국민의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김동진 (kdj@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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