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에게 전하는 '착한 아들'의 스마트폰 구매 가이드
“옆집 똘똘이 엄마가 넙적한 전화기 가지고 카톡인가 뭔가 한다더라~ 요즘 그거 없으면 대화에 끼지도 못한다네? 아들아, 좋은 거 하나 사와라. 헐헐헐”
지난 기사에서 ‘아는 오빠’로 대변되는 IT 지식 보유자가 ‘새내기 여대생’으로 대변되는 IT 초보자에게 노트북 구매 가이드를 제공할 때의 팁에 대해 알아봤다(http://it.donga.com/openstudy/9486/). 이번에는 제품의 종류를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대상을 ‘아들’과 ‘어르신’으로 바꿔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특히 최근에는 휴대전화 시장에 출시되는 대부분의 제품이 스마트폰이기 때문에 IT에 관심이 없는 중장년층이라도 스마트폰 외의 선택지가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그 어르신에게 어떻게 구매 가이드를 제공해 드려야 착한 아들(혹은 딸)이 될 수 있을 지 알아보자.
단계 1 - 어르신들은 ‘화면 크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명심
휴대전화를 고를 때 어르신들은 ‘화면의 크기’에 대단히 관심이 많다. 저하된 시력으로 인해 작은 글씨를 읽는데 곤란을 겪기 때문이다. 물론 화면이 크다 하여 무조건 표시 글씨도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작은 화면 보다는 큰 화면을 가진 제품을 골라드리는 것이 좋은 반응을 얻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3.5인치나 3.7 인치 화면을 갖춘 소형 제품은 일단 구매 후보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으며, 최소한 4.3인치나 4.5인치 이상의 화면을 갖춘 제품을 우선 고려하도록 하자. ‘갤럭시 노트’나 ‘옵티머스 뷰’와 같이 5인치 이상의 초대형 화면을 갖춘 제품 역시 존재하지만 이런 제품들은 본체 크기까지 상당하기 때문에 오히려 거부감을 줄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충분히 생각해봐야 한다. 일단은 매장에서 직접 체험하게 해 드리는 것이 제일이다.
단계 2 - ‘성능’ 보다는 ‘기능’과 ‘편의성’에 더 주목해야
스마트폰은 손안의 PC로 불린다. PC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한다면 일반적으로 프로세서나 메모리와 같은 데이터 연산 및 저장에 관련된 이른바 ‘성능’ 부분을 꼽곤 한다. 이는 스마트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스마트폰은 각종 앱(응용프로그램)을 설치해 쓰임새를 확장시킬 수 있는데, 이러한 앱들을 원활하게 구동시키려면 프로세서나 메모리의 성능이 높아야 한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고성능 스마트폰을 선호한다.
반면, 어르신들은 이러한 기본 성능 보다는 부가기능과 편의성 더 주목하는 편이다. 이를테면 DMB 시청기능, FM라디오 시청 기능 등이 대표적인 예이며, 플래시나 물리적인 촬영 버튼의 유무와 같은 카메라 관련 기능 역시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성능적인 부분을 완전히 외면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체로 1GHz 이상으로 동작하는 프로세서와 512MB 이상의 메모리를 갖춘 스마트폰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부가기능을 원활히 사용하는데 문제가 없다.
단계 3 - 온라인? 오프라인? 어디서 구매하지?
젊은이들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온라인 구매의 장점이라면 아무래도 유통 단계가 간략해 상대적으로 제품 값이 저렴한 경우가 많고, 매장마다 가격을 비교해 보는 것도 편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오프라인 매장을 이용하는 것을 절대적으로 선호한다. 온라인 구매가 익숙하지도 않을뿐더러, 무엇보다도 직접 물건을 만지고 감촉을 느껴보는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단 스마트폰 구매를 생각하고 있는 어르신이 있다면 일단은 오프라인 매장을 함께 방문해 보는 것이 좋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꼭 그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를 할 필요까지는 없다. 일단 오프라인 매장에서 최대한 많은 제품을 접하게 해드린 후, 몇 가지 후보를 정해 이를 온라인에서 검색해 구매 조건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다. 물론, 반대로 그 어르신이 선호할만한 제품 몇 가지의 온라인 시세를 파악한 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를 체험하고 양쪽의 구매 조건을 비교해 구매를 결정하는 방법도 있다.
참고로 휴대전화 제품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제품의 ‘할부원금(실질적인 단말기 가격)’이 얼마인지 파악하는 것이다. 어떤 요금제를 선택하건, 약정기간이 몇 개월이건, 매월 내는 금액을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할부원금이 얼마인지에 달렸다. 매장에 따라서는 할부원금을 잘 가르쳐주지 않는 곳도 있는데, 이는 소비자가 당연히 알아야 할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니 그런 매장은 되도록 이용하지 않도록 하자.
단계 4 - 구매 후에도 꾸준한 조언과 관리 필요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모델을 선택하고 구매가 끝났다 해도 끝난 것이 아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나름의 A/S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사용법을 제대로 전하고 어르신들이 쓸만한 편의성 높은 앱 몇 가지를 설치해드리도록 하자. 전화를 걸고 받는 법, 진동 모드로 들어가는 법부터 시작해, DMB나 사진 촬영 같은 부가 기능의 사용법을 전하는 것은 기본이며, 현재 잔여 통화량과 데이터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각 통신사의 고객센터 앱 같은 것도 필수적으로 설치해 드리도록 하자. 그리고 이전 휴대전화에 입력되어있던 주소록을 새 스마트폰으로 옮겨드리는 것도 잊지 않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벨소리의 종류나 음량 등을 취향에 맞게 설정해드리고 시력이 좋지 못한 어르신이라면 글자의 폰트(활자) 같은 것도 시인성이 좋은 것으로 바꿔드리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 이와 함께, 문자 입력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들에게 필기입력 기능은 매우 유용하니 이를 기본적으로 갖춘 스마트폰이라면 필기입력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좋다. 만약 이 기능이 없는 스마트폰이라면 플레이스토어(안드로이드폰의 경우)나 각 통신사의 앱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는 디오펜(Diopen)과 같은 필기입력용 앱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너도나도 ‘스마트’를 외치는 이 세상에서,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집안 어르신들을 IT 소외자로 방치하는 것은 자식 된 도리가 아니다. 하지만 위에서 소개한 정도의 성의를 보여준다면 대부분의 어르신은 충분히 만족할 것이고, 이 과정을 이끈 착한 아들 역시 상당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