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잉여 IT기기에 제 2의 인생을
마르고 닳을 때까지 하나의 전자기기를 쓸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쓰기가 지겨워지거나 보다 성능이 향상된 새 기기를 장만하게 되면 이전 기기는 책상 서랍으로 들어가 먼지만 뒤집어쓰기 일쑤다. 그러나 그 기기들을 언제까지고 놀게 할 수만은 없다. 전자기기에게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것은 의외로 쉽다. 찾아 보면, 현명하게 전자 기기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이때까지는 쓸모 없던 기기들에 새로운 쓸모를 찾아주는 방법을 살펴보자.
일단은 당신의 기기를 세심히 점검해 보라
아무리 자신에게 쓸모 없는 기기라고 해도 일단 재활용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반드시 상태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어디에 고장이 난 것은 있는지, 흠집이라도 나진 않았는지 세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만약에 기기가 사용할 수 없을 만큼 망가졌거나 사소한 고장이 났으면, 조금의 투자를 해서라도 기기를 손보는 것도 좋다. 그리고 기기를 처음 구입했을 때 제공되는 충전기, 케이블 같은 액세서리는 물론, 영수증이나 보증서 등도 그대로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자. 이런 사소한 요소가 해당 기기의 잔여가치를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나에게 길을 알려 달라, 내비게이션으로 사용해 볼까?
요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신제품 출시 시기가 짧아지면서 벌써 몇 번씩이나 새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도 상당히 많다. 그럼 기존 제품은 어떻게 이용하는 것이 좋을까? 물론 MP3 플레이어나 동영상 플레이어로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어차피 이런 것은 새로 산 기기로 하면 그만이다. 굳이 귀찮게 여러 개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뭔가 기존 기기를 한 곳에 두고 계속 활용할만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인데, 이 때는 차량용 내비게이션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활용해 보는 것을 생각해 볼만하다. 물론 별도로 판매되는 내비게이션이 더 편리할 수도 있지만 이는 가격이 수십만 원 정도라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리고 현재 이동통신 3사에서는 T맵(SK텔레콤), 올레내비(KT), 유플러스내비(LG유플러스) 등의 내비게이션용 앱(응용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이는 해당 통신사의 가입자가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이미 해지된 공기기 에서는 이런 통신사 제공의 내비게이션 앱을 이용하기가 곤란하다.
이 때 활용할 만한 것이 록앤롤 사의 내비게이션 앱인 ‘국민내비 김기사(이하 김기사)’다. 2012년 6월 현재 김기사는 무료로 배포 중이며, iOS용은 물론, 안드로이드용도 나와있다. 다만, 김기사는 이용료 자체는 무료이지만 도중에 목적지 검색을 할 때 데이터 통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기억해두자. 따라서 해지되어 3G/4G 통신이 되지 않는 기기에서는 제대로 활용을 못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사용중인(해지가 되지 않은) 스마트폰의 와이파이 테더링(공유) 기능을 활용해보자. 이를 이용하면 와이파이를 통해 해지기기도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므로 김기사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고 나면 어쩌지? 차량용 블랙박스로 활용
내비게이션과 함께 최근 차량의 필수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블랙박스 역시 놀고 있는 스마트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차량용 블랙박스는 차량의 전면을 지속적으로 촬영하면서 각종 교통사고 시에 시시비비를 가리는 증거물로 유용하게 활용된다. 내비게이션과 마찬가지로 별도로 판매되는 제품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역시 앱을 설치하면 블랙박스처럼 쓸 수 있다.
앞서 소개한 김기사 앱의 iOS 용은 블랙박스 기능을 함께 갖추고 있으며, 안드로이드의 경우 ‘오토보이 블랙박스(제작자: 전재권)’, ‘안드로마나블랙박스(제작자: 이영훈)’ 등의 블랙박스용 무료 앱이 현재 배포 중이다. 이러한 블랙박스용 앱은 대부분 데이터 접속 없이도 기본적인 촬영 기능은 사용할 수 있지만, 지도 표시 기능과 같은 일부 부가 기능은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만약 3G/4G 통신이 되지 않는 해지 기기에서도 완전한 기능을 쓰고자 한다면 내비게이션 사용시와 마찬가지로 와이파이 테더링 기능을 활용해 보자.
유용하게 잘 쓰세요! 센스 있게 선물하기
아무리 최신 노트북이나 데스크탑PC라도 세월이 지나면 구형이 되기 마련이다. 화려한 그래픽의 최신 게임이나 깔끔한 화질의 HD급 영화라도 감상하고 싶지만 무심한 구형 PC는 느릿느릿, 버벅버벅 돌아가며 사용자의 속을 태운다. 이래서 결국은 결국은 새 PC를 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구형 노트북이나 데스크탑을 그냥 버리기는 아까운 법. 이 때 문득 떠오르는 사람이 할머니, 할아버지다. 요즘엔 어르신들을 위한 컴퓨터 강좌가 열리기도 하고, 실제로 컴퓨터를 사용하시는 분들도 제법 많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컴퓨터를 직접 구입하는 일은 드물다. 그 때 필요 없는 PC를 살짝 선물해 보자. 물론 쓰던 구형 PC라 조금 마음에 걸릴 수도 있지만, 윈도우 부팅과 웹브라우저만 잘 구동되는 상태라면 별 문제 없다.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서핑, ‘맞고’ 류의 가벼운 게임을 하기에는 10년 전에 산 구형 PC라도 큰 문제가 없다.
물건은 멀쩡한데 나에게 딱히 쓸 데가 없으면?
자신이 쓰지 않는 기기가 남들에게는 간절할 수도 있다. 특히 요즘은 중고 기기 열풍이 불고 있어 말 그대로 시기 적절하다. 그러나 혼자 힘으로 중고 기기를 거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왕이면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는 인터넷 사이트나 카페 등에 가입하여 중고 기기를 거래하는 것이 낫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중고기기를 다루는 곳들이 제법 많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http://cafe.naver.com/joonggonara/)’를 들 수 있다. 이 곳은 가입자 수가 9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고 거래되는 제품의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또한 카페에 가입한 사람들끼리 게시판을 통해 정보를 교환할 수도 있고, 기기 판매 및 무료 제공을 할 수 있어서 집에서 쓰지 않는 기기를 활용하기에 유용한 카페다.
만약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을 중고 거래하고 싶다면 ‘뽐뿌(www.ppomppu.co.kr)’라는 사이트도 주목해 보자. 물론 이곳 역시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스마트폰을 위시한 휴대전화 류의 거래가 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단순한 중고 거래 뿐 아니라 신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의 소개, 제품 사용기 등의 커뮤니티도 활성화되어 있다.
그 외에 PC 관련 제품이나 노트북 등을 중고 거래하고자 한다면 가격 비교 사이트인 ‘다나와(http://www.danawa.com/)’의 중고 장터를 이용해 봄직하다. 이 사이트는 본래 PC 매장의 가격 비교 사이트로 유명했으며, 이용자들 역시 PC에 관심이 많은 경우가 대다수다.
혹시 집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전자 기기가 있다면 한 번쯤 자신의 기기에 애착을 가지고 살펴 보라.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애정이 샘솟을지도 모른다. 기기가 필요한 다른 사람들과 기기를 공유하는 맛도 있고, 기존에 쓰던 기능을 안 쓰는 기기로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으니 좋다. 물론 기존에 쓰는 기기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들이라 팁이라고 하기엔 부족하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말없는 기기에 제 2의 생명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꽤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글 / IT동아 허미혜(wowmihye@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