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기업'보다 '건강한 기업'이 미래다
신체검사와 건강검진의 차이는 무엇일까. 신체검사는 키와 몸무게, 각 신체부위의 사이즈 등 신체 외양에 국한된 수치를 측정하는 것이 목적이다. 반면 건강검진은 질병 보유 여부, 각 장기의 이상 유무 등 신체 내부에 대한 상세 검사가 주를 이룬다. 결국 이 둘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검사의 대상’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기업을 사람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럼 기업 평가는 신체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건강검진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옳을까. 기업의 견실함은 사업 규모와 매출총액 등 눈에 보이는 단순 수치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기업의 기술 보유 능력, 잠재적 미래 성장성, 재무적 안정성 등 다양한 조건을 두루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신체검사가 아닌 건강검진을 통해서야 비로소 기업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사의 기업적 건강상태보다 외적인 요소(외양, 평판, 규모 등)에 대한 환상에 빠져, 사업 규모만을 무분별하게 확장하려다 펀더멘털(Fundamental, 국가/기업의 경제상태를 나타내는 기초 자료)의 악화로 스스로 무너지는 기업이 적지 않다. 그래서 이제는 대기업보다 강소기업을 키우려는 기업인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국내 IT기업 사이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이 어떤 분야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하루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는 IT업계에서 10년 이상 기업을 존속시키면 능력 있는 CEO라 평가 받기도 한다. 이는 중소기업이 따라가기 힘들만큼 업계 트렌드 변화가 빠르고, 대기업과의 직접 경쟁에서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는 현실에 대한 자조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따라 IT중소기업들은 특히 독자 기술을 개발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기술력이 바로 기업 건강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 사양의 SSD(Solid state drive)를 개발, 생산하는 한 기업이 있다. 이처럼 SSD를 직접 제조하는 국내업체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기업은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이용해 메모리카드 완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기존 매출의 80% 이상이 해외수출에서 나오는 반도체 기업으로, SSD 이외에 꾸준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면서 지난 4년간 SSD에 대한 기술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기업구조의 건강함을 유지하면서도 기술력 개발을 통한 체질강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결과 중소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연 2천억 원 이상의 매출 성과를 올리고 있다. 기업의 건강함과 경쟁력은 다름 아닌 ‘특화된 기술’에서 나온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기업 평가의 기준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무의미하게 큰 규모와 무분별한 사업확대는 기업경영에 오히려 독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이 진정 건강한 기업이다. 기술력을 보유하면 경쟁력이 높아지고, 높아진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안정적인 매출구조를 이어지기 때문이다. 겉보기 좋은 기업보다 건강한 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특히 IT기업에 투자를 생각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이를 꼭 명심하는 것이 좋다. 신체검사 ‘1등’ 보다 건강검진 ‘이상 무’를 기록한 기업을 가려내는 안목이 필요한 때다.
글 / KDC그룹 커뮤니케이션팀 설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