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기술이 더해진 신세대 족쇄 - 전자발찌(Electronic tagging)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격언이 있지만, 불행히도 한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는 유난히 재범률이 높다.
따라서 이렇게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할 수 있다면 재범 가능성을 낮출 수 있고, 유사한 범죄가 일어났을 때 용의가 의심되는 사람의 신변 또한 신속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범죄 유발 가능자의 수에 비해 경찰이나 정보기관의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들 모두를 완벽히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인해 전자장비의 힘으로 특정인을 쉽고 효과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이 탄생했다.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발목에 채워 위치를 추적하는 도구, 바로 ‘전자발찌(Electronic tagging)’다. 정보통신 기술이 더해진 신세대 족쇄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감시 장비는 발찌 외에 팔찌, 목걸이 등, 다양한 형태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발찌 형태가 가장 많이 쓰인다.
범죄자의 행동을 제한하고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전자발찌
특정인을 감시할 수 있는 전자기기를 처음 고안한 것은 1964년, 미국 하버드대의 랄프 스위츠게벨(Ralph Kirkland Schwitzgebel) 박사다. 하지만 당시에는 기술적인 문제로 실용화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1984년, 미국 뉴맥시코주 지방법원의 판사였던 잭 러브(Jacl Love)가 실용적인 전자발찌를 고안해 특정 범죄 전과자들에게 착용하도록 했다. 이후부터 전자발찌는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참고로 잭 러브는 당시 인기를 끌던 ‘스파이더맨’ 만화에 나오는 위치추적장치가 전자발찌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자발찌는 이용 형태에 따라 특정인의 집에 가택감독장치를 설치, 전자발찌를 착용한 사람이 일정 범위 이상의 거리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쓰이기도 하며, GPS(위성항법장치)와 이통통신망을 이용해 전자발찌를 착용한 사람의 현재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만약 전자발찌를 착용한 사람이 감시 범위를 벗어나거나, 가서는 안 되는 구역으로 접근하는 것이 감지되면 이 사실이 즉시 감시 기관에 보고된다. 혹은 착용자가 전자발찌를 고의로 파손하거나 배터리가 소모된 채로 방치하는 것 역시 보고 대상이 된다.
전자발찌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나라는 역시 미국이다.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출소자를 감시하는 것 외에도 경범죄자의 경우, 신체를 물리적으로 구금하는 대신 일정기간 전자발찌를 착용하게 하여 실제적인 구금과 유사한 교정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다. 그 외에 전자발찌에 착용자의 이동 속도나 피부의 알코올 농도를 측정하는 기능을 부여해 과속이나 음주운전을 못하도록 하게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8년부터 특정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시행
우리나라에서는 2005년에 처음으로 특정 성범죄자에 대해 전자발찌 착용을 강제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었으며,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제도가 시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 범죄자 감시 목적으로 사용되는 전자발찌는 부착장치와 재택감독장치, 그리고 GPS가 내장된 위치추적장치로 구성되어있다. 착용자는 항상 위치추적장치를 휴대해야 하며, 발목의 부착장치에서 발신되는 전자파를 위치추적장치가 지속적으로 감지, 이를 이동통신망을 통해 재택감독장치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렇게 하면 중앙관제센터에서 전자팔찌 착용자의 신원 및 현재 위치, 그리고 현재 부착장치 및 위치추적장치를 휴대하고 있는지의 여부를 곧장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위성 신호를 수신할 수 없는 장소에서도 대상을 효과적으로 감시하기 위해 지하철 내부 등에도 GPS 장비를 설치해 외부 신호를 수신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전자발찌는 인권침해? 사용 범위는 어디까지?
전자발찌는 위와 같이 범죄자의 행동 제한이나 범죄 유발의 가능성이 있는 사람의 신변을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 주로 쓰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용도로 전자발찌를 도입한 대표적인 국가는 한국과 미국, 영국, 그리고 브라질 등이다. 하지만 전자발찌의 도입이 인권 침해라는 지적도 없지 않으며, 범죄 예방 외에 어린이나 정신지체장애인, 혹은 독거노인의 돌발행동이나 행방불명을 방지하기 위해 전자발찌가 활용되는 경우도 있어 전자발찌의 활용폭을 어느 선까지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