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가방은 미련없이 거부하라 - 부쏠 랩탑 메신저백
여자든 남자든 간에 예쁜 것, 아름다운 것에 반응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고 여긴 IT/기술 분야에서도 ‘미적인 디자인 감각’이 제품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됐다. 투박하고 밋밋해도 성능이나 사양만 좋으면 인기리에 판매되던 시절은 이미 지난 것이다. IT 기기 액세서리 시장은 진작부터 디자인적 요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노트북 파우치 또는 가방 부분이 대표적으로 그러한데, 그동안 노트북 제조사에서 제공하던 전형적인 검정색 가방만이 노트북 가방의 전부라고 여겼다면 이제는 이를 과감하게 거부해도 될 만한 수준이다.
지금 소개하는 노트북용 메신저백인 ‘부쏠 랩탑 메신저백(이하 부쏠 메신저백)’을 보면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다음은 늘 노트북용 백팩만을 고수하던 본 리뷰어가 지난 2주간 부쏠 메신저백을 사용하면서 느꼈던 점을 간단하게 나열한 것이다.
‘부쏠 (Bussole)’과 ‘기어쓰리바이센(GEAR3 BY SAEN)’
솔직히 처음 봤다. 그렇다고 모든 잡화 브랜드에 대해 꿰차고 있는 건 아니지만 ‘부쏠’이라는 브랜드는 애당초듣도보도 못했다. 부쏠은 애플 사의 IT 기기 액세서리 전문 업체인 ‘비파인(befine)’이 만든 노트북용 백팩, 브리핑케이스, 메신저백 브랜드다. 다른 브랜드처럼 여러 가지 모델을 만드는 게 아니라 필요한 컨셉과 디자인에 따라 소량의 제품 라인업만 준비하고 있다.
한편 ‘기어쓰리바이센’은 20대 신세대 가방 디자이너로 주목을 받고 있는 박미선 씨의 가방 브랜드로, 기계적인 무드를 심플한 패션과 창의적인 감성으로 풀어내고 있다. 해외에서 먼저 디자인 감각을 인정 받아 세계 패션 무대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아이디얼 쇼룸’ 에이전시와 계약, 뉴욕에 새 둥지를 틀었고 각종 대형 패션쇼에 참가하여 브랜드를 알리고 있다.
튀지 않지만 한 눈에 띄는 클래식한 디자인
한눈에 딱 봐도 부쏠 메신저백은 고급스러워 보인다. 브라운과 네이비 투 톤 컬러로 캐주얼 세미 정장이나 비즈니스 수트 등에 잘 어울리도록 구성했다. 전면 상단에 새겨진 ‘BOUSSOLE’ 음각 로고도, 두 개의 지퍼 손잡이도 나름대로 뭔가 있어 보이게끔 디자인됐다. 손잡이 부분, 커버 지퍼 부분, 가장자리 봉제 부분 등 구석구석을 살펴봐도 박음질 하나에도 조금의 흐트러짐이 없다. 16만 원(2012년 4월 현재)이라는 가격이 크게 부끄럽지 않을 수준이라 본다.
지퍼는 두 개의 손잡이로 왼쪽, 오른쪽 어느 방향으로도 자유롭게 열도록 했다. 지퍼 자체도 열고 닫기에 상당히 부드럽다. 며칠간 사용해 보니 어깨에 가방을 멘 후 지퍼를 열어 내용물을 넣고 꺼내기가 대단히 편했다. 백팩이었다면 매번 가방을 풀어야 하니 귀찮았을 텐데 메신저백은 신속하게 물건을 꺼내기가 한결 간편하다.
커버를 열면 두 개의 포켓이 마련되어, 안쪽은 15인치급 노트북을, 바깥쪽은 자질구레한 액세서리나 물품을 수납할 수 있다. 수납 가능한 노트북은 애플 맥북, 특히 맥북 프로에 ‘노골적으로’ 맞춰져 있다. 따라서 15인치 맥북 프로 크기보다 큰 노트북은 수납이 불가능하다. 물론 맥북 프로는 마치 맞춤 양복처럼 딱 들어맞는다. 참고로 요즘 인기 있는 13인치 맥북 에어는 넣으면 덜렁덜렁 움직이니 맥북 에어 사용자는 맥북 에어용 부쏠 메신저백(13인치)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노트북 포켓은 노트북 수납 시 단단하게 고정하는 브라운 컬러의 잠금 고리가 달려 있는데, 여기에는 ‘GEAR3 BY SAEN’ 로고가 새겨 있다. 이 역시 왠지 ‘있어’보이긴 한다. 가방 내부는 커버보다 연한 네이비 컬러로 구성해 잠금 고리의 브라운 컬러와 명확한 대비를 이룬다. 한편 어깨 끈은 가방 뒷면에 양쪽으로 걸린다. 끈의 소재 역시 재질이 부드럽고 촘촘해 고급스러운 분위기와 잘 어울린다. 다만 일반적으로 끈 중간에 있는 어깨 패드가 없어 장시간 메고 있으면 어깨에 부담이 더 할 수 있겠다. 어찌 보면 어깨 패드가 있었다면 전반적인 가방 디자인과 잘 어울리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부쏠 메신저백, 들고 다녀 보니…
본 리뷰어는 그동안 백팩을 사용했다. 워낙 이것저것 주섬주섬 가지고 다니는 게 많아서다. 13~15인치 노트북을 비롯해 태블릿PC, 전자책리더, 일반 서적 한두 권, 기타 잡동사니 등이 들어간다. 그에 비해 부쏠 메신저백은 2단 포켓으로 15인치급 이하 노트북과 전원어댑터, 태블릿PC, 서적 한 권 정도만 들어가기 적합하다. 물론 자잘한 소품도 욱여넣을 수 있지만 내부 포켓에 칸막이가 없어 이리저리 뒤섞인다. 이에 본 리뷰어도 딱 필요한 것만 챙겨 넣고 다녔다.
노트북은 15인치 맥북 프로를 넣어 다녔고(왠지 이 가방에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다), 전원 케이블과 USB 마우스, 서적 한 권 정도다. 아울러 필기구 한두 개를 꽂을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도 했지만, 심플한 디자인을 위해 이들을 과감히 제거한 것이라 여기기로 했다.
코디 측면에서는 확실히 백팩보다는 댄디(dandy)한 감각이 묻어난다.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이나 정장에 특히 잘 매치되며, 간결한 스타일의 자켓과 면바지, 옥스포드 구두 등과 매치하면 제법 잘 어울리는 듯하다. 백팩으로는 연출되지 않은 모던한 분위기를 발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주변에서는 대부분 노트북 가방이 아닌 패션 소품으로 인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본 리뷰어도 백팩을 사용할 때는 대충 손에 잡히는 대로 옷을 걸치곤 했는데, 부쏠 메신저백을 사용하면서는 스타일과 코디에 맞게 옷을 입으려는 의지가 자연스레 나타났다.
‘노트북’이 아닌 ‘나’를 위한 노트북 가방
지금 고민 중이다. 이전처럼 백팩을 고수할 것인지 코디를 위해 부쏠메신저로 전환할 것인지. 외근 시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모두 수납할 수 있는 백팩도 나름대로 의미 있지만, 외부 행사나 미팅 시 깔끔한 비즈니스맨 스타일을 강조하기에는 부쏠 메신저백이 적격이기 때문이다. 물론 필요에 따라 번갈아 사용하면 되겠지만, 외근 시 먼저 손에 잡히는 건 아무래도 부쏠 메신저백인 듯하다. 정작 사용하지도 않을 소품까지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느니, 필요한 것만 챙겨 넣고 간결하고 폼 나게, 그리고 패셔너블하게 다니는 게 ‘나’를 위해 훨씬 바람직하리라 생각한다. 부쏠 메신저백은 노트북 가방이란 더 이상 노트북만을 위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사용자 자신을 위한 패션 소품임을 일깨워 준 제품이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