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인치 TV, 모니터가 왜 이리 작아?
2000년대 들어 TV나 PC 모니터와 같은 디스플레이 기기 시장에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무엇보다도 눈에 띈 점은 화면 표시 기술이 바뀌었다는 점. 이전에 너무나 당연하게 사용되던 CRT(브라운관) 방식은 급속히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는 LCD, PDP와 같은 이른바 평판디스플레이가 대신 자리잡았다. ‘배불뚝이’ TV나 모니터가 사라지고 벽걸이로도 쓸 수 있는 얇은 제품이 시장의 주류를 이루게 된 것.
그런데 이 와중에 또 한 가지 살며시 변한 것이 또 있다. 화면의 넓이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기준인 ‘인치(inch)수’가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이다(인치 수는 화면의 대각선 길이 기준이다). CRT 시절에는 20인치 정도면 TV로선 평균, PC 모니터라면 매우 큰 대화면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평판디스플레이 시대가 되면서 TV는 32인치 정도가 기본이 되었고, PC 모니터 역시 23인치 이상은 되어야 쓸만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이는 단순히 소비자들의 취향이 대화면으로 옮겨간 탓도 있지만, 이보다는 ‘화면비(Aspect ratio)’의 변화에 의한 것이 더 크다. 화면비란 해당 화면의 가로 및 세로 축 길이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CRT 시절에는 대부분의 TV나 모니터가 4 : 3(가로 : 세로)의 비율이었다. 하지만 평판디스플레이 시대가 되면서 16 : 10, 16 : 9와 같이 세로 길이가 줄어들고 가로 길이가 길어진 이른바 ‘와이드(wide)’ 화면비의 디스플레이 기기가 시장의 주류를 이루게 되었기 때문이다.
와이드 화면은 기존의 4 : 3 화면에 비해 같은 인치수라면 체감적인 화면의 크기가 훨씬 작다. 특히 PC 모니터의 경우, 글자의 크기가 화면의 세로 길이에 비례해 커지는데, 와이드 비율이라면 화면 세로 길이가 짧으므로 같은 인치수의 4 : 3 모니터에 비해 글자가 매우 작아 보인다. 실제로 22인치 크기의 와이드 모니터의 체감적인 크기는 17인치의 4 : 3 모니터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예전의 감각을 그대로 적용해 작은 인치수의 와이드 TV나 모니터를 구매한 후에 화면이 너무 작아서 불편하다는 하소연을 하기도 한다. 기존의 20인치와 체감적으로 비슷한 크기의 와이드 디스플레이 기기를 구매하려 한다면 24인치 정도의 제품을, 기존의 29인치와 비슷한 크기를 원한다면 32인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올해 12월 31일로 예정된 아날로그 방송 중단을 대비해 디지털 TV 구매를 준비중인 소비자들이 많다. 대부분의 디지털 TV가 와이드 화면비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화면비 변화에 따른 체감적 화면 크기 차이에 대해 반드시 인지해 두는 것이 좋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