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티키보드 스마트폰, '멸종 위기'

김영우 pengo@itdonga.com

스마트폰이 ‘손안의 PC’라고 불리며 우리나라 대중들에게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 2009년 전후의 일이다. 당시 소개된 초기의 스마폰 중에는 쿼티(QWERTY) 형식의 물리적 키보드를 가진 것에 제법 많았다. 이를테면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X1’이나 LG전자의 ‘안드로원’, ‘옵티머스Q’ 등이 대표적이다.

해외 시장에서 쿼티키보드 스마트폰의 인기는 더 높았는데, 특히 세계 최초의 안드로이드폰인 HTC의 ‘G1’, 그리고 한때는 아이폰의 판매량을 능가할 정도로 많이 팔렸던 모토로라의 ‘드로이드(한국명은 모토쿼티)’등도 쿼티키보드를 갖추고 있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폰으로도 유명했던 RIM의 ‘블랙베리’ 역시 쿼티키보드가 최대의 특징이다.

쿼티키보드 스마트폰, '멸종 위기' (1)
쿼티키보드 스마트폰, '멸종 위기' (1)

쿼티키보드의 최대 장점이라면 역시 타이핑이 편하다는 점이다. ‘아이폰’과 같은 터치스크린에 가상 키보드를 띄우고 화면을 직접 터치하는 풀터치 스마트폰은 아무래도 초보자들이 쓰기에 오타의 우려도 크다. 게다가 타이핑을 할때마다 가상 키보드가 화면을 절반정도 가린다는 점 때문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쿼티키보드 스마트폰은 좀처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초기에 출시된 안드로원이나 옵티머스Q, 모토쿼티 등의 판매량은 신통치 않은 편이었고 해외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블랙베리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매니아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렸다. 2011년에도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X10 미니 프로’, LG전자의 ‘옵티머스Q2’등의 몇몇 쿼티키보드 스마트폰이 가뭄에 콩나듯 시장에 출시되었지만 여전히 시장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쿼티키보드 스마트폰이 국내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대표선수’가 될만한 제품이 없다는 점이 크다.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와 같이 인지도나 판매량 면에서 타기종들을 압도하는 제품들은 하나같이 풀터치 스마트폰이다.

더욱이, 쿼티키보드를 탑재하면 구조상 제품의 두께가 두꺼워질 수밖에 없다. 2012년 현재,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10mm 이하의 제품이 이미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쿼티키보드 스마트폰 중에서 두께가 가장 얇은 축에 속하는 옵티머스Q2의 두께가 12.3mm다. 작고 슬림한 제품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눈에 찰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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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티키보드 스마트폰, '멸종 위기' (2)

무엇보다도, 이미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도입 초기를 지나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이미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풀터치 스마트폰에 익숙해져서 굳이 타이핑의 편함을 위해 쿼티키보드 스마트으로 넘어갈 이유를 못 느끼게 되었다는 점이다. 더욱이, 한글은 알파벳과 달리 쌍자음, 쌍모음, 등을 입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마다 전환키를 누르거나 같은 키를 여러 번 눌러 글자 전환을 해줘야하니 쿼티키보드 최대의 특징인 타이핑의 편안함이 상당부분 퇴색된다는 의견도 있다.

이러한 쿼티키보드 스마트폰 ‘찬밥’ 가속화는 그나마 시장이 유지되던 해외쪽도 예외가 아닌 듯 하다. 지난 23일, 대만의 대표적인 스마트폰 제조사인 HTC가 쿼티키보드 스마트폰의 개발을 중단하고 앞으로 풀터치 스마트폰의 개발에만 집중한다고 발표했다. 그 외에도 쿼티키보드 스마트폰의 대표주자 중 하나였던 블랙베리의 개발사인 RIM 역시 최근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조만간 스마트폰 시장에서 쿼티키보드를 갖춘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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