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거물들, 링크드인 매일 접속하는 이유는
“국내 취업정보 사이트로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력서 하나 보는데도 돈을 내야 하고, 그나마 마음에 드는 이력서는 이미 오래전에 올라온 것뿐이죠. 왜 5년 전 이력서를 보고 연락을 했냐며 핀잔을 주는데… 기껏 돈을 내고 본 정보가 이 정도 수준이라니요.”
항공산업분야 취업 알선업체 코세트레이닝의 백주영 대표(46)는 국내 취업정보 사이트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 이력서의 수는 많지만 대부분 이미 취업에 성공해 더 이상 구직 의지가 없는 사람들의 ‘죽은 이력서’이기 때문이다. 취업을 준비할 때 이력서를 ‘공개’로 설정해 놓았다가, 취업에 성공한 후 이력서를 취업정보 사이트에 올렸다는 사실 자체를 까맣게 잊어버리는 탓이다. 이들은 다시 이직을 고려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이력서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한다. 그리고 이직에 성공하면 또 다시 이력서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만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구인, 구직이 필요할 때만 접속하는 국내 취업정보 사이트에서 늘 반복되는 일이다.
백 대표는 대신 글로벌 비즈니스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링크드인(LinkedIn)’을 애용한다. 링크드인 가입자들은 수시로 자신의 프로파일을 수정하기 때문에, 링크드인의 정보는 ‘살아있는 이력서’ 그 자체다. 전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출근하면 제일 먼저 링크드인에 들어가 업계 최신 동향을 살피고, 새로운 비즈니스 인맥을 강화하기 위해 애쓴다. 인사담당자는 링크드인에서 인재를 찾거나 대규모 인턴쉽 정보를 내보내며, 구직자들은 관심 있는 기업이나 업계 인사를 일촌에 추가하고 자신을 어필한다. 이렇게 링크드인을 통해 비즈니스 인맥을 쌓는 사람들이 어느새 1억 명을 넘어섰다.
사실 기능적인 면에서는 링크드인과 국내 취업정보 사이트 사이에 차이는 없다. 링크드인이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들은 국내 취업정보 사이트에서도 똑같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링크드인은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활동하는 SNS다. 최신 정보가 수시로 업데이트된다는 면에서 국내 취업정보 사이트와 비할 바가 아니다. 비록 현재는 국내 가입자 수가 많지 않지만, 활성화만 된다면 그 영향력은 끊임없이 커질 것이다.
물론 현재도 링크드인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해외거주자, 유학생, 해외영업직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링크드인이 입소문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인력을 수급하고 싶어도 인맥이 변변치 못해 어려움을 겪던 해외기업 입장에서도 좋은 기회가 된다. 백 대표도 이렇게 링크드인의 수혜를 톡톡히 받은 사람 중 하나다.
“홍콩에 오래 거주한 터라 국내에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해외 취업을 원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난감했죠. 그러다 링크드인에서 전 직장 상사가 활동한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분도 저처럼 취업 관련 일을 하시더라고요. 10년이나 지나서 연락이 완전히 두절된 줄 알았는데… 링크드인이 저한테는 딱 맞는 것 같아요.”
링크드인의 핵심은 인맥 쌓기
링크드인이 국내에서 본격적인 날갯짓을 시작했다. 링크드인 인도 및 한국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디파 사파트네커(Deepa Sapatnekar)가 방한해 언론관계자를 대상으로 링크드인을 소개하고 효과적인 활용법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디파가 설명했던 링크드인 사용법은 지난 3월에 IT동아에서 한 차례 다룬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관련기사: http://it.donga.com/plan/8535/).
세계 1위의 비즈니스 SNS다 보니 갖출 것은 죄다 갖췄다. 기능 면에서는 더 나무랄 게 없을 정도다. 다만 문제는 국내 인사담당자들이 굳이 링크드인을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것. 국내 채용정보 사이트에 공고만 내도 이력서가 수없이 쏟아지는데, 링크드인까지 살펴볼 여력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인사담당자가 링크드인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 사용자도 프로파일 작성에 열의를 잃는다. 자칫하면 악순환의 굴레에 빠질 수 있다.
이에 디파는 “채용정보가 링크드인의 전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링크드인에 접속하는 이유는 구인이나 구직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링크드인 자체 조사 결과 링크드인을 사용하는 이유 첫번째로 개인 프로파일 검색이 꼽혔고, 두 번째로 인맥을 넓히기 위한 커뮤니티 활동이 꼽혔다. 구인 및 구직 활동은 다섯 손가락 밖이었다. 링크드인의 정체성은 SNS에 있기 때문에, 인사담당자가 링크드인을 적극 활용하지 않는다고 해도 링크드인 활성화에 큰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사용자 확보는 링크드인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SNS로서 제 기능을 다하려면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람이 일정 수 이상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링크드인 가입자 수는 가늠하기 힘들다. 그러나 링크드인이 각 국가별 사용자 100만 명을 돌파할 때마다 공식적으로 발표한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아직 국내 사용자 수가 100만 명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사용자 수가 늘어나면 링크드인 본사에서도 한국어 서비스에 보다 큰 지원을 할 방침이다. 한국 지사를 별도로 설립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현재는 ‘구글’에서만 링크드인 프로파일이 검색되지만, 향후에는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에서도 이를 만나볼 수 있는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도 수립할 수 있게 된다. 디파는 “링크드인은 한국을 중요한 시장으로 여기고 있다”라며, “국내 채용정보 사이트들은 전세계에서 널리 사용하고 있는 링크드인의 강점을 절대 흉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