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이고 안들리는 '헬렌 켈러'용 스마트폰 나오나

안보이고 안들리는 '헬렌켈러'용 스마트폰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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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이고 안들리는 '헬렌켈러'용 스마트폰 나오나 (1)

누군가가 물을 길어 올리고 있었고, 선생님은 내 손을 펌프 밑으로 가져갔다. 차가운 물줄기가 흘러내리는 동안 선생님은 다른 쪽 손에 ‘물’이라는 단어를 천천히 썼다. 그 순간, 나는 잊고 있었던 무언가를 자각했다. 언어의 비밀이 열린 것이다. 나는 물이라는 단어가 내 손을 타고 흐르는 이 차가운 물질을 의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생생한 단어는 내 영혼을 깨우고 광명, 희망, 기쁨, 자유를 선사했다. –헬렌 켈러, The Story of My Life

눈이 보이지 않고 귀도 들리지 않는(그래서 말까지 배울 수 없었던) 헬렌 켈러가 처음으로 언어를 깨닫는 순간은 실로 감동적이다. 모두 가정교사 앤 설리번의 헌신적인 가르침 덕분이었다. 이후에도 설리번은 한평생 헬렌 켈러 옆을 지켰으며, 설리번이 죽은 이후에는 폴리 톰슨이 그 역할을 넘겨받았다. 설리번과 톰슨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헬렌 켈러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시각과 청각 모두를 잃은 장애인이 의사소통을 위해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일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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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이고 안들리는 '헬렌켈러'용 스마트폰 나오나 (2)

헬렌 켈러가 눈을 감은지 수십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시청각장애인들은 통역 도우미 없이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 시각장애인은 음성으로 대화를 하거나 점자를 쓸 수 있고 청각장애인은 수화를 쓰거나 글자를 볼 수 있지만, 시청각장애인은 이름도 생소한 ‘촉수화’나 ‘손가락 점자’에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모두 전문 통역 도우미가 필요한 언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혼자서는 멀리 떨어진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없다. 음성통화나 문자 메시지 모두 그림의 떡일 뿐이었다.

하지만 조만간 이들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원거리 의사소통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시청각장애인 전용 모바일 기기가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개발중인 이 ‘모바일 점자 장갑’에는 수십 개의 센서가 달려 있는데, 이 센서를 손가락으로 건드려 메시지를 작성할 수 있다. 블루투스 스마트폰을 통해 문자 메시지는 물론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손등 부분에 진동 모터가 달려 있어 상대방이 보낸 메시지도 자동 번역되어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 장갑을 끼고 있다면 내 말을 전할 수도, 상대방 말을 이해할 수도 있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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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이고 안들리는 '헬렌켈러'용 스마트폰 나오나 (3)

현재 시청각장애인의 언어는 매우 생소해서 일반인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데, 통역 도우미의 숫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시청각장애인마다 각각 통역 도우미 한 명씩 전담시키기도 힘든 노릇이고, 그렇다고 통역 도우미에게 앤 설리번 같은 ‘평생 봉사’의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다. 설령 전담 통역 도우미가 있다고 하더라도 시청각장애인의 개인 사생활은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시청각장애인도 통역 도우미도 불편할 따름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시청각장애인이 혼자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마 이 장갑을 처음 쓰게 될 때의 감동은 헬렌 켈러가 물을 느꼈을 때의 그것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이 장갑의 시제품은 독일 점자만 지원하고 있는데, 상용화가 되었을 때는 한국의 촉수화나 손가락 점자도 지원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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