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리스 시장에 임하는 삼성전자의 각오, NX200

김영우 pengo@itdonga.com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전자제품 시장은 일본 업체들이 거의 꽉 잡고 있었다. 제품의 성능이나 기능, 그리고 디자인이 국산 제품에 비해 압도적으로 우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이러한 구도에 조금씩 변화가 보이더니 2000년대 들어선 국산 제품들이 일본산 제품들과 대등한 경쟁을 하고 있다. 특히 수치적인 사양면에서는 국산 제품들이 더 우수한 경우도 종종 보인다. 그만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의 기술력이 상향평준화 되었다는 의미다.

다만, 수치적인 사양이 비슷한 제품끼리라도 직접 사용해보면 만족도는 다를 수 있다. 이는 특히 오디오나 카메라 같은 경우가 심하다. 이런 제품들은 단순히 들어간 부품의 사양이 높다고 하여 반드시 우수한 품질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직접 손으로 만져봤을 때의 그립감이나 각종 버튼의 위치, 그리고 제품에서 출력되는 결과물이 얼마나 감성을 자극하는지의 여부 등으로 만족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요소들의 우열은 전적으로 제조사의 노하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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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업계에서 최고의 노하우를 가진 곳이라면 역시 니콘이나 캐논과 같은 일본업체들이다. 이들은 과거 필름카메라 시절부터 세계시장을 호령했고 디지털카메라 시대까지 이런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가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의욕적으로 공략하며 이들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불과 10년 남짓이지만 요즘 내놓는 제품들은 단순한 수치적인 사양 외에도 그 이상의 세련미까지 엿보인다. 삼성전자의 야심작, ‘NX200’을 살펴보자.

성능과 휴대성, 그립감까지 크게 향상

삼성 NX200은 최근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화두로 떠오른 ‘미러리스’ 제품군에 속한다. 미러리스는 DSLR과 컴팩트카메라의 양쪽 특성을 모두 포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성능과 휴대성, 양쪽 모두 포기할 수 없는 사용자들에게 적합하다. 삼성전자는 2010년 초에 ‘NX10’을 출시하며 미러리스 시장에 처음 진출했으며, 그해 가을에 보다 슬림해진 ‘NX100’을 추가로 출시하며 라인업을 강화했다. 그리고 2011년 말에 NX100의 후속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NX200을 출시했다(2012년 4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바디 + 18-55mm 렌즈킷 약 76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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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200과 NX100을 비교할 때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이라면 역시 휴대성이다. 화소 수는 크게 향상(1,460만 화소 → 2,030만 화소)되었지만 바디(본체)의 무게는 오히려 282g에서 220.4g으로 가벼워져서 한결 부담이 적어졌다. 그리고 NX100은 디자인이 매끈한 반면 정작 촬영을 할 때 손을 고정할 곳이 마땅치 않아 다소 불편했지만, NX200은 쥐는 부분의 굴곡이 커지고 손가락이 닿는 곳에 마찰력이 있는 돌기를 배치해서 한층 그립감이 좋아졌다.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고 메탈 재질을 상당수 도입해 한층 고급스런 느낌을 더한 것은 보너스다.

전문가도 포용할 수 있는 버튼 및 다이얼 구성

각종 버튼 및 다이얼의 구성도 볼만하다. 특히 촬영 모드 전환 다이얼 외에 상단과 후면에 각각 1개씩, 총 3개의 다이얼을 갖춘 점이 눈에 띈다. 자동모드로만 촬영하는 사용자에겐 상관이 없지만 수동모드를 즐겨쓰는 전문가들에겐 이런 구성이 참으로 반가운 법이다. 촬영중에 셔터 속도나 조리개 수치, ISO 감도 등을 신속하게 바꿔가며 자신만의 사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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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촬영 모드 전환 다이얼의 높이가 낮고, 이마저도 본체 표면에 반쯤 파묻힌 상태로 배치되어 모드를 변경하기 위해 다이얼을 돌리는 것이 쉽지 않다. 초보자가 실수로 촬영모드를 건드려 제대로 촬영을 하지 못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일 수도 있지만 굳이 이런 방법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AMOLED 화면, 외장 플래시 제공

촬영을 할 때 꼭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찍어야 한다는 사용자라면 NX200 구매를 한 번 더 생각해 보자. NX200은 뷰파인더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미러리스 카메라 구조상 뷰파인더를 구현하기가 어렵다. 뷰파인더가 있는 미러리스 기종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LCD 화면을 축소해 놓은 전자식 뷰파인더를 탑재한 경우가 많아, 렌즈로 들어오는 영상이 곧장 눈에 투영되는 DSLR의 광학식 뷰파인더와 같은 직관적인 감각은 기대하기 힘들다. 대신 NX200의 후방 화면은 기존의 LCD보다 한층 고화질을 구현할 수 있는 AMOLED 패널이다. 타사의 카메라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것이니 이걸로 위안을 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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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리스 카메라 중에는 본체 크기를 줄이기 위해 플래시를 내장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NX200 역시 내장 플래시는 없으며 대신 별도의 외장 플래시를 본체와 함께 제공한다. 기본 제공되는 SEF8A 외장플래시는 GN(가우스넘버, 광량)8의 소형 제품으로, 외장 플래시 치고는 광량이 낮고 바운스(각도) 조절 폭도 좁은 편이라 다양한 용도로 쓰기엔 다소 부족하지만 크기가 작아 휴대가 편하고 간단한 야간 스냅 사진을 찍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만약 좀 더 전문적인 촬영을 하고 싶다면 SEF-20A(GN20)나 SEF-42A(GN42) 등의 별매 플래시를 구매해 장착하도록 하자. 가격은 20만 원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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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컨트롤 기능 가진 똑똑한 렌즈

최근 출시되는 삼성 NX 시리즈용 렌즈는 아이펑션(i-Function)이라는 고유 기능을 쓰기 위한 버튼이 붙어있다. 이 버튼을 누르고 초점 링을 돌리면 렌즈에서 자체적으로 노출값이나 장면 모드를 변경할 수 있다. 이는 바디에서도 조작할 수 있는 기능이지만 아이펑션 버튼을 이용하면 좀 더 빠르고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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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외에도 아이펑션 기능 중에는 아이줌(i-Zoom)이라는 별도의 줌 기능이 있다. 이는 해당 렌즈가 가진 본래의 초점거리보다 먼 거리에 있는 물체를 확대해 촬영할 수 있는 기능이다. 컴팩트카메라나 휴대폰 카메라에 들어가는 디지털 줌 기능과 비슷한 느낌이지만, 화질 저하가 극심한 디지털 줌에 비해 상대적으로 화질 저하가 덜하다. 줌 기능이 없는 단렌즈를 사용할 때 특히 유용할 듯하다.

3D, 파노라마 촬영도 가능해

측면의 커버를 열면 미니 HDMI 포트 및 마이크로 USB 포트가 있다. 미니 HDMI 포트는 TV와 연결해 사진을 감상하는 데 쓴다. 특히 NX200은 풀HD급(해상도 1920 x 1080)의 동영상과 3D 방식의 일반 사진 및 파노라마 사진의 촬영이 가능하므로 풀 HD급 TV나 3D TV가 있다면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 다만, HDMI 케이블을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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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USB 포트는 본체와 동봉된 케이블로 PC와 연결해 화상을 전송할 수 있고, 프린터와 연결해 곧장 카메라 내에 저장된 사진을 곧장 인쇄하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프린터 직접 연결 기능을 쓰려면 해당 프린터가 픽트브릿지(PictBridge) 기능을 지원해야 한다. 최근 출시되는 프린터는 대부분 픽트브릿지 기능을 지원하지만 예외도 있으므로 이 기능을 이용하기 전에 프린터의 사양을 정확히 파악해 두도록 하자.

직접 써본 NX200의 느낌은?

실제로 NX200을 이용해 촬영을 해보았다. 우선 촬영모드는 아마도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게 될 ‘스마트’ 모드로 맞췄다. 스마트 모드란 별다른 조작 없이 카메라 자체적으로 주변 환경을 분석해 셔터 속도, 조리개, ISO 감도 등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모드다. 이것만으로는 기존 카메라들의 자동 모드와 별다를 바가 없지만, NX200의 스마트 모드는 인물, 원경, 접자, 스포츠 등의 장면 모드까지 추가로 자동 변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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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X200의 AF(자동초점) 속도는 상당히 빠른 편이고 환경에 따른 장면 모드도 제법 정확하게 잡는다. 그 외에 인상 깊었던 것은 촬영 후 저장 속도도 빠르다는 점이다. 몇몇 카메라들의 경우 자동모드를 사용하면 촬영 후처리를 하느라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NX200은 이런 불편 없이 곧장 다시 촬영이 가능하다. 다만, 스마트 모드에서는 연사는 되지 않는다. 전문적인 촬영 기술은 없지만 연사가 필요한 사용자라면 P(프로그램)모드를 쓰도록 하자. 이 상태에서도 셔터 속도나 조리개와 같은 기본적인 촬영환경은 자동으로 조절되고, 초당 7장의 고속 연사 기능을 쓸 수 있다. 이는 웬만한 보급형 DSLR을 능가하는 연사속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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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된 결과물들을 살펴보면 각 브랜드 고유의 특성이 느껴진다, 이를테면 캐논은 화사한 색감, 니콘은 선명한 디테일이 장점이다. NX200으로 촬영된 이미지는 과장된 색감이나 날카로운 선명도를 보여준다기보단 원래의 영상을 담담하게 표현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쓸만한 건 분명하지만 눈길을 확 잡아 끌정도의 개성은 다소 부족하다는 것. 삼성이 자사 카메라의 마니아를 늘리기 위해서는 이런 점도 다소 고려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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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촬영된 이미지를 보면서 사이즈 변경, 회전, 적목 및 역광 현상 제거, 밝기 조정, 피부 보정 등의 편집 기능을 쓸 수 있다. 포토샵과 같은 PC용 편집 전문 프로그램에 비하면 기능이 부족하긴 하지만 일반인 입장에선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사용법이 매우 간단한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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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 x 1080 해상도의 풀 HD급 화질을 지원하는 동영상 촬영 기능 역시 쓸만하다. 별도의 동영상 촬영 버튼이 있어서 쓰기에도 편하다. 다만, 풀HD 촬영 시에는 프레임이 초당 최대 30장이라 움직임이 빠른 장면에서는 약간 끊기는 느낌도 있다. 이것이 거슬린다면 1280 x 720 해상도의 HD급 화질로 촬영하도록 하자. 이것도 충분한 고화질이고 무엇보다 초당 60프레임의 촬영이 가능해서 훨씬 부드럽게 구동되는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한층 넓어진 NX시리즈의 생태계

10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 카메라를 산다고 하면 ‘애국하시네요’ 하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전통적인 강호인 일본 브랜드의 제품에 비해 각종 성능이나 노하우가 떨어지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NX200을 비롯한 최근의 삼성 카메라들은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사양이나 디자인, 편의 기능 등의 기본기 면에서 비슷한 등급의 일본 브랜드의 제품들에 비해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앞선다는 느낌이 강하다. 개성이 조금 부족하다는 것이 약간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이는 제품 자체의 품질과는 상관 없는 것이고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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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자체의 품질 외의 전반적인 상황을 봐도 삼성전자의 각오가 느껴진다. 삼성전자가 미러리스 사업을 시작한 것이 불과 2년 남짓임에도 NX시리즈의 바디가 5종, 렌즈는 11종이 나왔다. NX 시리즈 고유의 ‘생태계’가 제법 자리를 잡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정도면 굳이 ‘애국’ 이나 ‘A/S 편리’ 등의 이유를 들지 않고서라도 주변 사람들에게 부담 없이 NX200을 권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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