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주춤 윈도폰,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수 띄우나
개인용 PC 운영체제의 절대 강자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스마트폰, 태블릿PC 공략을 점차 본격화할 기세다. 사실 MS가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가는 모바일 시장을 가만히 두고 볼 리가 만무하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한자리에 머물렀던 윈도 모바일의 실패를 곱씹고 다시 재정비해 들고 나온 윈도폰7의 도전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처음에 예상했던 결과와는 아직도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는 상황이지만 말이다(2012년 3월 현재, MS의 윈도폰7 및 윈도 모바일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계속해서 한자리에 그치고 있다).
작년 말, MS는 자사와 마찬가지로 모바일 시장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던 노키아와의 전략적인 제휴를 통해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당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MS와 노키아의 제휴를 두고 장밋빛 전망을 예측하기도 했다. 다가올 2015년에는 MS가 애플, 구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바일 운영체제 삼국지 시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애플과 구글은 날고뛰는 데 반해, MS는 걷기도 힘들어 보인다. 윈도폰7 사용자가 있기는 한 걸까? 오히려 본 기자의 주변에는 윈도폰7을 탑재한 노키아 ‘루미아’ 시리즈 사용자보다 과거 윈도모바일을 탑재한 옴니아2 사용자가 약간 더 많다(물론, 지극히 본 기자의 주변에 한정된 결과다).
국내 첫 출시했던 윈도폰7 탑재 루미아710, 하지만…
작년 12월 26일, 노키아와 MS는 국내 이동통신사 KT를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윈도폰7을 업그레이드한 윈도폰7.5(일명 망고폰) ‘루미아710’을 출시했다. 특히, 출시 4일 전인 22일부터 제품명과 같은 710대의 예약판매 프로모션을 열고, 노키아 프리미엄 패키지를 무료로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마지막 출시일까지 예약판매로 판매된 숫자는 약 350여 대로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 국내에서 마지막 출시되었던 ‘옴니아2의 망령’이라는 저주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오르내리기도 했을 정도. 그리고 루미아710은 어느새 소위 공짜폰이라고 말하는 ‘버스폰’ 판매의 수모를 맛봐야 했다.
약 두 달이 지난 2월 5일, KT는 6일부터 루미아710을 사면 MS의 비디오 게임기 Xbox 360을 75% 할인된 75,000원에 패키지 형태로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열기에 이르렀다. 프로모션으로 준비한 수량은 5,000대. 국내에서 해당 프로모션을 진행하기 이전에 영국, 싱가폴, 인도, 남아공 등에서 유사한 프로모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어땠을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011년 전 세계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에서 MS는 1.9%의 점유율에 그치는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노키아와 MS, 초저가 공략으로 승부수 띄워
루미아 시리즈 출시를 발표한 지 약 4개월이 지난 지금, 노키아는 윈도폰7.5를 탑재한 자사의 3번째 스마트폰 루미아900으로 다시 한번 승부수를 띄웠다. 3월 26일(현지시간), 미국 이동통신사 AT&T를 통해 오는 4월 8일 루미아900을 2년 약정 기준 99달러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한 것. 현재 미국 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의 판매 가격이 199달러 선인 것과 비교하면, 초저가 공략인 셈이다. 특히, 루미아900은 윈도폰7의 첫 LTE 지원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 이번 초저가 판매 전략은 가히 충격적이다.
루미아900은 4.3인치 슈퍼 아몰레드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블랙과 파란색 2가지 기본 색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후면 800만 화소 칼짜이즈 렌즈의 카메라를 탑재했으며, 듀얼 LED 플래스와 오토 포커스 기능 등도 지원한다. 기본 사양은 퀄컴의 스냅드래곤 S2 싱글코어 1.4GHz 프로세서, 16GB 내장 메모리, 1,830mAh 대용량 배터리 등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사양만으로 보면 듀얼코어, 쿼드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한 프리미엄급 스마트폰과 비교하기에 약간 떨어지는 것이 사실. 이를 가격경쟁력으로 극복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일종의 보급형 스마트폰 전략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초저가 시장 공략이 어떠한 결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앞서 진행했던 루미아710, 그리고 국내에 선보이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전략을 택했던 루미아800의 결과도 영 신통치 않았었다. 스마트폰 사용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가격’ 하나만이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다. 사용하기 편리한 인터페이스, 다양한 앱 지원 등 스마트폰으로서 갖춰야 할 조건은 여러 가지이다. 단맛 쓴맛 다 본 노키아와 MS의 앞으로 행보가 궁금하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