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 와이브로,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나
지난 2012년 3월 16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계철, 이하 방통위)는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 오는 3월 29일로 이용기간이 만료되는 2.3GHz 대역 와이브로(WiBro)에 대해서 기존 KT와 SK텔레콤에 그대로 재할당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결정을 통해 KT는 2,330~2,360MHz로 총 30MHz 대역폭, SK텔레콤은 2,300~2,327MHz로 총 27MHz 대역폭을 2012년 3월 30일부터 총 7년 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한 KT와 SK텔레콤의 와이브로 서비스는 현재 약 80만 명 수준이다. 초기 순수 국내 기술로 서비스를 시작한 와이브로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두 이통사가 내놓은 성적표는 초라할 정도. 특히, SK텔레콤의 경우 현재 사용자는 약 6만 명 정도에 불과해 애초 이번 재할당 심사에서 제대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방통위는 두 이통사가 밝힌 적극적인 와이브로 활성화 의지를 다시 한번 믿겠다는 결정이다.
와이브로, 활용방안은?
방통위가 제시한 와이브로 전략은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LTE와 와이브로의 병행 발전을 통해 최근 증가하고 있는 3G와 LTE 데이터 트래픽을 분산하고, 국내 원천기술인 와이브로의 기술경쟁력을 유지확산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새로운 사업 모델 개발을 지원하겠다는 복안이다.
세부 정책은 크게 세가지다. 첫째로 지하철, 고속도로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히고, 시내/광역 버스 등에 공공용 공유기(KT 에그, SK텔레콤 브릿지 등)을 설치하여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며, 둘째로 보다 싼 가격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3G/LTE와의 결합 요금제와 와이브로 단독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셋째로 와이브로는 데이터 중심 서비스이기 때문에 노트북, 태블릿PC, 공유기 등의 보급에 주력하겠다는 것.
한편, 방통위는 2009년부터 도입된 스마트폰 이후 급증하고 있는 무선 데이터 트래픽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와이브로 주파수를 ‘무선랜 중계’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무선랜 중계란 지하철, 버스 등에 설치된 공유기를 통해 와이파이를 중계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 즉, KT나 SKT가 와이브로로 와이파이 중계 사업을 하는 것에 적절한 할당대가를 받고 허가하겠다는 의미다.
와이브로에 그나마 적극적이었던 KT
지금까지 와이브로 서비스에 그나마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던 기업이 KT다. 과거 내세웠던 3W 네트워크 서비스 전략에서도 와이브로가 포함되어 있을 정도. 3W 네트워크란 와이파이(Wi-Fi), 와이브로(WiBro), 3G(WCDMA) 망을 모두 활용해 데이터 폭발 현상에 대비하겠다는 전략으로,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이 단지 LTE 중심 전략을 내세웠던 모습과는 달랐었다. 뒤늦게 KT도 LTE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지만, 이전 이와 같은 전략으로 인해 약 74만 명에 달하는 와이브로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 참고기사: KT가 바라보는 앞으로의 무선 인터넷 시대 - http://it.donga.com/newsbookmark/3217/
더불어 KT는 지난 2010년 9월, 인텔과의 협조를 통해 국내 와이브로와 해외 와이맥스의 결합 서비스도 선보이는 등 그간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와이브로, 와이맥스의 주파수 대역폭을 호환해 인텔 와이맥스 기술을 KT 와이브로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며, 인텔 칩을 탑재한 노트북 등으로 와이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 것. 그간 노트북으로 와이브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와이브로 모뎀이나 공유기 등을 이용해야 했지만, 이를 좀 더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꿔서 제공했다.
- 참고기사: KT-인텔, 와이브로 강화를 위해 손을 맞잡다 - http://it.donga.com/coverage/3197/
KT는 와이브로 활성화를 위해 스마트폰, 태블릿PC에도 적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HTC의 스마트폰 EVO 4G+를 출시하며 3G와 와이브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했으며, HTC의 플라이어 4G, 삼성전자의 갤럭시탭 등 태블릿PC도 와이브로를 탑재해 선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공유기 에그와 병행해 사용할 수 있는 태블릿PC 아이덴티티탭(K패드), 아이폰 케이스에 와이브로를 탑재해 선보인 프로모션 제품 등도 다양한 와이브로 연계 제품을 선보였다.
KT와 SK텔레콤의 와이브로 활용방안은?
방통위는 이번 와이브로 주파수 재할당 조건으로 주파수이용계획서 주요내용의 성실 이행 및 점검, 전파간섭대책, 무선랜 공동구축 및 이용 등의 조건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제재조치 등을 부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마땅히 지금과 다른 와이브로 서비스를 두 이통사가 시작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3G, LTE의 보완책 정도로 예상된다.
다만, 3G 요금제와 결합된 와이브로 요금제의 재등장은 환영할만하다. 현재 3G와 와이브로 결합 요금제는 KT에서 출시한 몇몇 상품 이외에는 전무하지만, 앞으로 와이브로 지원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PC 단말기가 더 늘어날 수도 있겠다. 대용량 데이터 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어 LTE보다 싼 가격 경쟁력도 장점이다. 그리고 지하철, 버스, 택시 등에서 와이브로를 이용한 퍼블릭 와이파이 서비스도 더 확대될 전망이다.
- 참고기사: 버스, 지하철에서 와이파이가 가능하다는데? - http://it.donga.com/newsbookmark/2767/
처음 와이브로를 국내에서 서비스하며 내비쳤던 청사진은 이미 요원해졌다. 삼성전자에서 관련 기술을 계속 개발하며 향상된 와이브로2(가칭, 와이브로 에볼루션) 등을 준비 중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차세대 이동통신은 LTE로 치우쳐진 지금 미래를 장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구축한 전국망과 기간 장비 등을 이대로 버릴 수는 없는 법이 아닌가. 그리고 와이브로의 데이터 전송속도가 LTE보다 느리기는 하지만, 확실히 3G보다 빠르다. 또한, KT의 경우 이미 전국 84개 시에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어 서비스 지역도 넓다.
지금까지의 와이브로 서비스가 아닌, 좀더 ‘쓸만한’ 와이브로 서비스를 기대해 본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