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올인원PC 시리즈9, PC의 영역을 넘어선다
대다수의 사용자는 CPU, GPU, 메모리 등 PC의 내면에 보다 큰 관심을 가진다. 디자인이란 성능 다음에 살펴보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노트북이나 태블릿PC는 그나마 상황이 낫다. 휴대가 잦아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데스크탑에게 디자인이란 사치였다. 네모난 직사각형 상자. 참으로 천편일률적이기 그지없다. 디자인만 지겨우면 다행이다.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 선을 따로 정리하는 것도 번거롭기 짝이 없다.
이러한 틀을 부수는 제품이 바로 올인원PC다. 삼성전자 ‘올인원PC 시리즈9(이하 시리즈9)’도 마찬가지다. 반짝이는 검은색과 어두운 은색이 대비돼 디자인이 제법 마음에 든다. 화면 베젤도 1cm 내외로 얇게 제작돼 실제 크기에 비해 작아 보인다. 어디를 살펴봐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의 제품이다. 원래 취향이라는 것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기에 아무에게나 디자인이 좋다고 함부로 추천하기 어렵다. 그러나 시리즈9은 디자인이 좋다고 추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크기도 27인치 모니터와 별다를 바 없다. 하단이 더 넓기야 하다. 하지만 이 때문에 어지간히 흔들지 않고서야 꿈쩍도 하지 않으니, 오히려 장점이다. 몸체도 허투루 만들지 않았다. 다들 쓰다 보니 희귀함이 조금 떨어지지만,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본체는 분명 견고하다. 번거롭게 선 정리를 하지 않아도 되니 깔끔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모든 올인원PC의 특징이니 굳이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인테리어 소품, PC, TV, 블루레이 재생기, 심지어 무선공유기까지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올인원PC 하나로 모든 것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올인원(All in One)’이다. 그런 면에서 시리즈9은 합격이다. 시리즈9은 PC 기능뿐만 아니라, TV 기능도 들어있다. 블루레이 드라이브가 탑재돼 있으니 당연히 블루레이 재생기도 겸한다. 뿐만 아니라 많은 사용자들이 ‘뽀대’난다고 느낄만한 디자인은 분명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기에 적합하다. 심지어 무선공유기(AP) 기능도 탑재했다. 지금까지 올인원PC를 여럿 접했지만 무선공유기가 들어있는 제품은 처음이다. 이 정도면 뭉쳐 넣을 수 있는 것은 모두 넣은 것으로 봐도 좋을 듯 하다.
뛰어난 디자인의 인테리어 소품
한때 PC시장의 주류였던 데스크탑은 이제 노트북에 밀리고 태블릿PC에 치이는 신세가 돼 버렸다. 제조사들이 이러한 난관을 헤쳐 나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궁리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탈 PC’다. 대표적인 탈 PC 전략이 바로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리즈9을 혼자 쓰자니 탁월한 디자인이 조금 아깝다. 회의실, 응접실, 대기실 등 다른 이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에 배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집안 내 사소한 디자인 하나하나를 신경 쓰는 신혼부부에게 추천하며, 회사의 얼굴인 임원이나 중역들이 쓰기에도 적합하다.
카페에 두면 어떨까? 노트북은 횡 한 느낌이 없잖아 있고, 도난당할 위험도 있어 걱정된다. 일반 데스크탑은 공간을 너무 차지하는 데다, 선도 삐져나와 너저분하다. 새롭게 커피 및 케이크 전문점 등을 시작할 계획이라면, 시리즈9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배치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물론 사용자 혼자 쓰기에도 좋다. 원룸과 같이 공간의 여유가 그다지 없는 장소에서 시리즈9은 그 진가를 발휘한다. 27인치 모니터 하나 배치할 공간에 PC, TV, 무선공유기 등을 배치할 수 있는 셈이니 공간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PC본연의 기능도 충실, 다만 게임은 조금 아쉬워
물론 시리즈9의 본질은 PC다. PC본연의 기능에 충실하지 않으면 나머지 부가기능이 아무리 훌륭해도 ‘꽝’이다. 시리즈9은 인텔 2세대 코어 i7-2600S(2.8GHz, 저전력 쿼드코어) 프로세서, 8GB의 메모리, 1TB의 하드드라이브, AMD 라데온 6730M(메모리 1GB) 그래픽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있다. 쿼드코어 프로세서야 흠잡을 것 없고, 8GB의 메모리도 훌륭하다.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가 탑재되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지만, 용량 자체는 1TB라 충분하다.
그러나 그래픽 프로세서가 라데온 6730M에 불과한 것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올인원PC는 그 특성상 그래픽 프로세서 교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시리즈9의 가격도 결코 낮다고 할 수 없고, 2년에서 3년 정도는 사용할 제품인 만큼 좀 더 비싼 고급형 그래픽 프로세서를 탑재해야 했다.
물론 라데온 6730M이 아주 형편없는 제품인 것은 아니다. 3D게임을 제대로 즐기려면 최소 30프레임 이상이 나와야 한다. 많은 사용자들이 즐기는 게임 ‘스타크래프트2’의 경우, 약 60프레임이 나와 매우 원활하게 즐길 수 있었다(해상도 1366x768, 중간옵션). 다만 시리즈9의 해상도에 맞춰 게임의 해상도를 1920x1080까지 올릴 경우 30프레임 내외로 떨어지는 점은 주의 바란다.
참고로 높은 그래픽 사양을 요구하는 최신게임 ‘배틀필드3’의 경우, 30에서 40프레임 내외로 측정돼 즐기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없었다(해상도 1366x768, 중간옵션). 아군과 적들이 많이 출현하는 시가지 전투에서도 25프레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배틀필드3보다 낮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사실 '크라이시스'같이 극단적인 고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을 제외하고 배틀필드3보다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은 없다) 또는 온라인 게임 ‘테라’, ‘아이온’, ‘월드오브워크래프트’를 즐기기에는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풀 HD TV를 대신한다
시리즈9은 TV튜너가 탑재되어 있기에 풀 HD TV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TV 안테나 또는 케이블을 제품 뒷면 ‘ANT IN’에 연결하면 TV를 시청할 수 있다. 설정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제품과 같이 동봉되어 있는 리모컨 중앙에 윈도 버튼을 누르거나, 윈도 내부의 ‘시작’에 있는 ‘윈도 미디어 센터’를 실행하면 설정화면이 뜬다. 이 설정화면에서 ‘TV설정’을 선택하면 시리즈9이 TV신호를 검사한 후 알아서 시청할 수 있는 채널을 보여준다. 그다음부터는 일반적인 TV와 같다. 동봉된 리모컨으로 채널번호를 누른 후 TV를 시청하기만 하면 된다. 부가적인 기능이지만 인터넷을 통해 ‘프로그램 편성표’도 내려받을 수 있다.
모니터로 쓸 수도 있다. HDMI 단자가 ‘출력’뿐만 아니라 ‘입력’도 있기에 이를 통해 외부의 신호를 표시할 수 있다.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3를 연결해보니 정상적으로 인식한다. 이외에도 노트북 및 아이패드, 갤럭시탭과 같은 태블릿PC 등을 연결해 확장모니터로 활용 할 수 있다. 외부입력 신호를 화면에 표시하려면, 화면 오른쪽 하단에 있는 화면전환 버튼을 누르면 된다.
또한 시리즈9은 셔터글래스 방식의 3D 기술을 탑재해 3D 영상도 감상할 수 있다. 셔터글래스 방식의 문제 중 하나가 바로 3D 안경이 무겁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시리즈9에 동봉된 3D 안경은 기존 제품에 비해 개선돼 많이 가벼워진 편이다. 다만 편광 방식의 3D 안경에 비해 조금 더 무거웠고, 원래 안경을 쓰고 있던 사용자는 안경을 이중으로 써야 하니 다소 불편한 점이 있었다.
시리즈9의 화면 패널은 TN이다. 아무래도 TN 패널은 고급형 패널 PLS에 비해 시야각이 떨어진다. 물론 TN이라 해도 많이 개선된 제품이다. 정면에서는 색상의 왜곡을 전혀 느낄 수 없다. 하지만 패널 자체의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에, 화면을 아래에서 쳐다보면 색상이 왜곡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부디 다음 모델에서는 고급형 패널 PLS를 탑재해 전후좌우 위아래 어디에서 화면을 쳐다보든 간에 색상의 왜곡 없이 화면을 감상할 수 있길 기대한다. 한가지 사족을 덧붙이자면 화면을 보다 광택 있게 해주는 글래어 패널을 채택해, 소위 ‘화면발’은 잘 받는다. 이점은 안심해도 좋다.
블루레이 영화를 감상하자
블루레이 드라이브가 탑재되어 있으니 당연히 블루레이 재생기로서의 역할도 겸한다. 물론 블루레이 자체가 외국에 비해서 국내에서는 아직 보편적으로 보급되지 않았고, 3D 콘텐츠 자체도 조금 모자란 느낌이 들지만, 시리즈9이 추구하는 고급스러운 제품이라는 컨셉과는 매우 잘 어울린다. 내장된 '음향 전문 브랜드 JBL제 스피커'에서 들려주는 소리도 꽤 훌륭했다. 3D 안경도 2개를 같이 제공하고 있으니 배우자 및 애인, 친구, 동료와 3D 영화를 같이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친구나 동료와 같이 보는 것은 그다지 내키지 않겠지만.
참고로 시리즈9에 탑재된 블루레이 드라이브는 DVD 멀티드라이브를 겸하고 있다. 따라서 CD, DVD는 읽기 쓰기 두 가지 모두 할 수 있고, 블루레이는 읽는 것만 할 수 있다. 또한 슬롯형 드라이브이기 때문에 블루레이를 빼내려면 모니터 오른쪽 하단에 있는 버튼을 터치하던가, 윈도에서 E 드라이브를 우클릭해서 ‘꺼내기’를 선택해야 한다.
무선공유기, 기타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
TV가 들어간 올인원PC는 제법 흔했다. 그러나 무선공유기까지 들어간다는 개념은 흥미롭다. 간단한 아이디어지만 먼저 생각해내기는 어려운 법. 그런 면에서 칭찬받을 만하다. 좋은 것은 많을수록 좋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먼저 시리즈9을 구동한 후 설치된 기본 프로그램 가운데 ‘이지셋팅’을 실행한다. 그다음 무선네트워크를 고른 후, 모바일 AP를 ON으로 변경하면 시리즈9을 마치 무선공유기처럼 쓸 수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노트북 등 사용자가 다양한 기기들을 소유하고 있다면 유용한 기능이다.
부속품도 여럿 같이 제공한다. 일단 마이크로소프트의 풀 HD급(1920x1080) 웹캠이 같이 들어있다. 시중에서 8~9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고급형 제품으로 전후좌우 쉽게 각도를 조절할 수 있고, 다양한 위치에 설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진 및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으며, 내장되어 있는 프로그램 ‘스카이프’를 통해 화상통화도 할 수 있다. 마이크도 겸하고 있으니 굳이 별도로 마이크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시리즈9 제품 본체에도 마이크가 탑재돼 있다)
무선키보드 및 무선마우스도 제공한다. 무선키보드의 경우 디자인이 어디서 많이 본 제품 같기도 하다만, 원래 이러한 ‘아이솔레이션’ 방식은 최근 들어 많은 제품에 채용되고 있는 추세다. 키보드의 키배치나 디자인은 흠잡을 것 없지만, 누르는 느낌이 영 좋지 않다. 또한 원거리에서 화면 밝기조정, 음량조절 등을 할 수 있는 단축키가 없는 것도 아쉽다. 무선마우스는 무난하다.
훌륭한 제품이나 쉽지 않은 가격의 벽
시리즈5 본체의 완성도 자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몸체는 견고하며, 모니터도 흔들림이 없다. 쿨러도 조용하고, HDMI, USB 단자(USB3.0x2, USB2.0x4) 및 SD카드 리더기도 제대로 갖추고 있다. 굳이 문제를 하나 들라면 모니터와 본체 간 경첩 부분에 손가락이 껴 다칠 위험이 있다는 것 정도? 하지만 경고문을 통해 사용자에게 주의하고 있는 만큼 괜한 트집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리즈9의 가격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시리즈9의 출고가는 269만 원이다. 실제 시중에서는 이보다 저렴한 215만 원 내외로 구입할 수 있다지만, 사용자가 실제로 구입할 마음을 먹기에는 아직 가격의 벽이 높다. 비싼 제품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양을 조금 더 낮추더라도 가격의 벽을 부수어 사용자들에게 보다 접근해야 한다. 빼어난 디자인을 갖춘 제품이 가격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외면받는다면 그것만큼 아쉬운 일은 없을 것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