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한국에 심겠다 - RIM 놈 로 사장
2012년 2월 24일, RIM(Research In Motion, 이하 림)의 한국 총괄 놈 로(Norm W.K. Lo) 사장은 IT동아와 인터뷰를 가지고 림이 바라보고 있는 한국 시장과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서 밝혔다. RIM의 블랙베리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영향력이 적지 않다. 한때 최초의 본격적인 스마트폰을 블랙베리라고 언급할 정도였고, ‘비즈니스맨’의 필수품은 노트북과 블랙베리라고 할 정도였다.
반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아이폰, 안드로이드폰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것이 사실이고 판매량도 미미했다. 하지만 작년 블랙베리 볼드 9900을 국내에 출시해 지금까지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
림이 생각하고 있는 한국 시장은?
현재 림은 한국 시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림에게 있어 한국은 항상 중요한 공략 시장 중의 하나다.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이동통신 인프라를 가지고 있으며, 신제품을 대하는 인식 수준이 대단히 높기 때문이다. 이에 림은 지난 몇 년간 한국시장에 진출해 다른 일반 휴대폰 및 스마트폰과 경쟁해 온 것을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의 경험이 앞으로 선보일 전략의 밑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국 시장은 1~2년이 아닌 수년간을 아우르는 장기적인 전략으로 대하고 있다.
본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밑바탕을 쌓기 위한 기간이 너무 오래된 것 같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림은 (어떤 나라에서건 마찬가지지만) 해당 국가에서 경쟁하기 위해 결코 허투루 대하지 않는다. 그 나라에서는 모바일 기기를 어떻게 어떻게 사용하는지, 시장 인프라는 어떻게 구축되어 있는지 등을 꼼꼼히 따지고, 배운 이후에 공략한다. 한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기간은 경험을 쌓기 위한 과정이었다. 비유하자면, 마라톤과 같은 장거리 경주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한국 시장을 존중하는 것으로,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좋은지 노력하는 과정이라고 알아주면 좋겠다.
그 기간이 좀 더 빨라졌으면 좋겠다 (웃음). 현재 블랙베리가 국내 시장에서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낮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해당 국가의 언어나 관련 콘텐츠 및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등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림은 한국의 고객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다. 한국 사용자가 원하는 제품과 서비스 등을 구축하고자 한다.
많지 않은 앱, 향후 지원이 궁금하다
잘 알겠다. 최근 국내에서도 점점 블랙베리 사용자가 늘어나고 있으니 기대하도록 하겠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블랙베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앱이나 콘텐츠 등이 타 경쟁사 스마트폰보다 적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지원책은 있는지 궁금하다.
맞는 얘기다. 스마트폰은 하드웨어적인 성능 이외에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와 앱이 있어야 한다. 림도 한국시장에 특화된 콘텐츠와 앱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 사용자를 위한 콘텐츠와 앱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업무 용도로만’ 사용하기 좋았던 블랙베리가 아니라, ‘업무 용도로도’ 사용하기에 좋은 블랙베리로 바꿔 나가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 스마트폰의 필수 앱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카카오톡 지원도 이와 같은 노력의 산물이다. 이외에 온라인뱅킹, 교통 관련, 사전 관련 등의 앱도 제공했다.
특히, 지난달부터 한국 내부에 로컬 시니어 매니저를 직접 두고 있다. 로컬 시니어 매니저는 앱 개발자 또는 개발사와 연계해 필요한 앱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앱 지원 관련해서 조금 더 덧붙이면, 림은 내년 ‘블랙베리10(BlackBerry10, 기존 스마트폰용 블랙베리와 태블릿PC용 QNX 운영체제를 통합한 새로운 운영체제)’을 출시할 예정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BB10은 최근 업데이트된 QNX 2.0 버전을 보면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블랙베리10부터 앱 확장을 두 가지로 연동할 것이다. 첫째, 지금도 운영하고 있는 블랙베리 앱 월드를 통한 자체 앱스토어를 강화하며, 둘째, 안드로이드용 앱을 블랙베리10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다. 그리고 웹 표준 HTML5를 이용해 사용자가 웹 상에서도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현재, 웹과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모든 업체가 몰리고 있다. 여기서 선두적인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
블랙베리10, 조금만 기다려달라
블랙베리 하면 떠오르는 것이 쿼티 자판 입력 방식이다. 그 특유의 입력 방식은 지금도 나름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유독 국내 시장에서 쿼티 자판 방식의 스마트폰은 약세를 면치 못한다. 그 이유에 대해서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문화적인 차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전통적으로 손 글씨 문화가 강했다. 자국의 언어를 쓰거나 필기 문화가 강화된 국가는 쿼티 자판을 비교적 덜 사용한다.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국가가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 반대로 영어권에서는 쿼티 자판을 통한 텍스트 문화가 더 발달되어 있다. 북미, 유럽, 동남아시아 등에서 블랙베리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림은 이러한 차이점을 존중하고, 이해하고 있다.
해당 국가에 맞는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에서 선보인 토치 시리즈는 림의 스마트폰이지만 다른 일반 스마트폰처럼 풀터치 방식도 채용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앞으로 선보일 블랙베리10은 쿼티 자판 입력과 풀터치 입력 방식을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선택을 주려고 한다. 사람마다, 시장마다 선호도가 다르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블랙베리10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는가.
정확한 시기는 말하기 힘들다. 다만, 지금도 블랙베리10을 개발하고 있고, 제대로 선보이기 위한 준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빠르면 올해 하반기에는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전 세계에서 동시에 선보일지, 몇몇 국가에서만 먼저 선보일지는 모르겠다.
혹시 림의 태블릿PC인 플레이북을 국내에 선보일 예정은 없는가.
한국 시장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몇몇 사용자가 개인적으로 구매해 플레이북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고 조율 중에 있다. (본 기자의 플레이북을 보며) 플레이북을 사용 중이신데, 블랙베리는 사용하지 않으면서 플레이북은 사용하고 있는 특별한 분이신 것 같다(웃음).
블랙베리와 플레이북을 함께 사용하면 ‘블랙베리 브릿지’라는 기능으로 편의성을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플레이북은 3G나 4G로 연결할 수 없지만, 블랙베리와는 연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블랙베리에 들어오는 푸시 메일이나 알림 등이 플레이북에도 바로 뜰 수 있도록 연동할 수 있다. 그리고 블랙베리의 쿼티 자판을 플레이북과 연결해 사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두 제품 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향후 선보일 블랙베리10은 이러한 점이 더 강화된다.
최근 모바일 운영체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통합을 넘어 PC로도 점점 그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는 듯한 모양새다. 애플의 iOS와 맥 OS X, MS의 윈도폰과 윈도, 구글의 크롬과 안드로이드 등이 조금씩 기능을 합치고 있는데, 통합 운영체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개인적인 생각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들어달라. 앞으로는 모바일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사람들은 데스크탑이나 노트북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더 오래 사용하게 될 것이다. 통합 운영체제가 편리할 수도 있지만, 어쨌든 모바일 컴퓨팅의 핵심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있다. 림은 앞으로도 이 분야를 더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IT동아 독자들에게 한마디를 부탁한다.
먼저, 블랙베리에 보여준 관심에 ‘고맙습니다’라고 전하고 싶다. 지난 몇 년간 림은 한국 시장에서 기초를 닦았고, 그 과정이 지금까지 이뤄져 왔다는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많이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블랙베리10과 앞으로 선보일 스마트폰, 태블릿PC 신제품 등을 통해 한국 시장에 대한 홍보 및 지원 등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