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2] 인텔, 포기할 수 없는 스마트폰 그리고 태블릿PC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현지시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리고 있는 ‘CES 2012(Consumer Electronics Show 2012)’에서 인텔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대한 시장 공략 강화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는 작년 9월 13일부터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열린 ‘인텔 개발자 회의 2011(Intel Developers Forum, 이하 IDF 2011)’에서 발표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가지 다른 점은 IDF 2011에서는 주로 기술에 대해 발표했지만, CES 2012에서는 기술이 적용된 실제 제품을 선보였다는 것. 이 중 눈길을 끄는 것이 바로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 대한 인텔의 의지다.
같은 실수는 없다
인텔이 노트북, 데스크탑PC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기업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시장에서 거둔 성과는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급작스럽게 발전한 모바일 시장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물론, 이를 만회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CES 2010을 떠올려보자. 2년 전, CES 2010 행사장에서 인텔은 LG전자와 협력해 만든 스마트폰 GW990을 시연한 바 있다. 이 스마트폰은 인텔이 준비했던 모바일 운영체제 ‘미고’와 아톰 프로세서에 기반한 ‘무어스타운(Moorestown)’ 플랫폼 등을 탑재해 많은 관심을 받았었다. 하지만, 실제로 세상의 빛을 보지는 못했다. 전력관리의 효율성,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 확보 등 여러 문제점을 해결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같이 선보였던 MID(Mobile Internet Device)도 마찬가지였다. MID란, 휴대용 인터넷 장치(Mobile Internet Device)란 뜻으로, 휴대성이 강조된 인터넷 검색용 기기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관련기사: MID를 기억하십니까? - http://it.donga.com/plan/2579/). 당시 TG삼보에서 국내 최초로 MID ‘루온 모빗’을 선보이기도 했지만,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비운의 제품이 되고야 말았다.
모토로라, 레노버와 협력 선언
이번 CES 2012에서 인텔은 모토로라와 다년간 이루어진 스마트폰, 태블릿PC에 대한 전략적 협력 관계에 대해 발표했으며, 레노버와 함께 새로운 인텔 아톰 프로세서 Z2460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인텔 폴 오텔리니(Paul Otellini) CEO는 “이번 레노버와 모토로라와의 협력을 통해 인텔 프로세서가 스마트폰에 진출하고, 앞으로 견고한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폴 로텔리니 CEO가 공개한 아톰 Z2460(코드명: 메드필드)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특화된 프로세서다. 이 프로세서는 32nm 공정으로 만들어졌으며, 동작 속도는 1.6GHz이다. 코어가 1개인 싱글코어 프로세서이지만, 하이퍼쓰레딩 기술을 통해 코어가 2개인 듀얼코어 프로세서처럼 동작한다. 여기에 맥아피 모바일 보안 솔루션도 탑재했다.
모토로라와 레노버도 인텔의 발표에 힘을 실어 주었다. 모토로라의 산제이 자(Sanjay jha) 회장 겸 CEO는 오텔리니의 기조연설에 함께 참석해 양 사의 전략적인 협력 관계에 대해서 발표했다. 모토로라는 올 하반기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며, 태블릿PC도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레오버의 리우 준(Liu Jun) 수석 부사장은 아톰 Z2460을 탑재한 자사의 첫 스마트폰 ‘레노버 K800’을 공개했다. 이 스마트폰은 올해 2분기 내 중국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인텔, 단순 제품 발표가 아닌 생태계 구축에 나서다
한가지 주목할 점은 인텔의 이번 발표가 단순히 제품 또는 기술을 알리는 선에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예로 인텔은 다른 제조사들을 위해 인텔 스마트폰 레퍼런스(시안) 제품을 선보이며,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초당 15프레임 이상으로 촬영 가능한 800만 화소 카메라와 1080P HDMI 출력 기능, HD 동영상 촬영 최대 6시간, 음악 재생 최대 45시간, 3G 통화 시간 최대 8시간, 대기 시간 14일 등이다. 즉, 다른 제조사가 인텔 기반 스마트폰을 설계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모바일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력도 발표했다. 인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그룹 마이클 벨(Michael Bell) 총괄 매니저는 직접 인기 어플 앵그리버드(Angry Bird)를 시연하며, 대부분의 안드로이드용 어플 실행이 원활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하게 안드로이드용 어플을 실행할 수 있다는 의미보다, 모바일 프로세서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ARM 버전의 게임 및 다양한 어플 등을 인텔 아톰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도 문제없이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태블릿PC를 위한 발표도 있었다. 오텔리니 CEO는 인스턴트 온(instant-on) 기능, 기존 수십 만개에 달하는 어플과 다른 기기간 호환성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기조연설 무대에서 전세계 최초로 출시를 앞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8을 탑재한 태블릿PC에 대한 공개 시연도 펼쳤다.
문제는 시장 진입이다. 이번 CES 2012에서 발표한 것처럼 모토로라, 레노버와 협력해 올 하반기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출시한다지만, 소비자가 이를 선택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싱글코어에 불과한 메드필드는 쿼드코어와 경쟁을 해야 하는 부담도 있으며, 통신 방식이 LTE 4G로 넘어가는 지금 시기에 이 제품들은 3G 버전으로 출시된다는 점도 넘어야 할 난관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