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리모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 무선 통신 기술 - 적외선 통신(IR: infrared ray communication)
무선 통신이란 케이블 연결 없이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기술의 통칭이다. 얼핏 듣기에는 여러 가지 복잡한 전문 용어들이 오가는 첨단 기술을 떠올리기 쉽지만, 넓은 의미로 생각하자면 조선 시대에 쓰던 봉수(烽燧: 산꼭대기에 불을 피워 소식을 알리는 통신수단, 또는 봉화)도 무선 통신 기술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현대에 들어 사용하는 무선 통신은 와이파이(Wi-Fi, 무선 랜)나 블루투스(Bluetooth)와 같이 전파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 받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봉수처럼 전파가 아닌 ‘빛’을 이용한 무선 통신 기술 역시 공존하고 있다. 이를 ‘광(光) 무선 통신’이라고 한다. 물론 봉수와 같이 원시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고, 전달되는 정보 역시 컴퓨터 기기에서 기반한 디지털 데이터다.
통신 거리 짧고 범위 좁은 것이 오히려 장점?
광 무선 통신에서는 가시광선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이보다는 적외선을 전달매체로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적외선은 가시광선에 비해 파장이 길기 때문에 공기 중에 떠도는 미립자를 원활히 통과할 수 있으며, 기기간의 거리가 짧다면 전파에 비해 넓은 대역폭(데이터를 전달하는 통로)을 쉽게 확보할 수 있어 고속으로 데이터 전송을 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덕분에 현대에 사용하는 광 무선 통신 기반 기기들은 대부분 적외선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적외선 통신의 가장 큰 단점은 통신할 수 있는 거리가 수 미터 정도로 짧고, 반드시 양쪽 기기의 송신부와 수신부가 서로 마주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적외선 통신 기능이 적용된 대표적인 기기는 바로 TV 리모컨인데, 사용 시에 리모컨과 TV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거나 리모컨 방향을 거꾸로 하면 조작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종종 경험하곤 한다.
다만 이러한 특성은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보안성이다. 가까운 거리, 그리고 정해진 각도에서만 통신이 가능하므로 원거리 무선 통신망처럼 외부에서 몰래 데이터를 빼가거나 변조하기가 어렵다. 또한 적외선 통신 모듈은 구조가 간단하고 생산단가가 낮아서 이를 탑재한 제품을 저렴하게 대량생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TV 리모컨, 휴대전화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어
그 외에도 적외선 통신은 빛을 매체로 이용하므로 제품 생산 시 주파수 사용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고 소비 전력이 적은 것도 특징이다. 덕분에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기반의 통신 장비에 비해 융통성 있는 제품 설계가 가능하고, 법률이나 라이선스의 제한도 적은 편이라 신속한 제품 출시 및 유통이 가능하다.
적외선 통신 기술이 적용된 가장 일반적인 제품으로는 TV 리모컨 외에도 휴대전화나 노트북,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s: 휴대용 정보단말기), 디지털카메라 등이며, 그 외에도 보안성이 강조되는 기업용 무선 인터넷 공유기나 네트워크 허브, 프린터 등에 쓰이기도 한다. 특히 2000년대 초반까지 휴대전화에 적외선 통신 기능은 거의 필수적으로 탑재되기도 했는데, 이를 이용해 휴대전화 간에 주소록이나 사진 등의 데이터를 교환하는 용도로 자주 쓰였다.
적외선 통신 기술의 표준 규격, ‘IrDA’
적외선 통신 기술은 완전한 표준 규격이 정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기기 제조사가 다르면 서로 기능 호환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993년에 IBM, HP,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주축이 되어 ‘IrDA(Infrared Data Association)’라는 규격 단체를 설립, 적외선 통신의 표준 규격을 정하기에 이른다.
TV 리모컨과 같은 단순한 기기를 제외하면 현재 출시되고 있는 대부분의 기기에 탑재된 적외선 통신 기술은 IrDA의 표준을 따르고 있으므로 서로 호환이 된다. IrDA DATA 1.4 규격을 준수하는 기기끼리는 1미터 이내의 거리에서 최대 16Mbps의 속도로 무선 데이터 통신이 가능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