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쉬운 노트북 아니야, 에이서 아스파이어 5755G
과거 노트북은 꽤 비싼 제품에 속했다. 하지만 노트북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다 보니, 제조사들은 가격을 잇달아 내리며 경쟁을 하기 시작했다. 200만 원대가 넘던 노트북이 자연스럽게 100만 원대 초반까지 가격이 떨어졌다. 이제 일반적으로 가장 많은 사용자가 찾는 노트북인 메인스트림(중급기) 급의 가격대는 100만 원내외로 형성되어 있다.
여기서 가격을 더 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하드웨어적인 성능을 유지한 채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소프트웨어 비용을 줄이는 것, 즉 윈도7를 빼는 방법이다.
성능과 모양새는 100만 원대 메인스트림 제품 못지 않지만, 윈도7를 빼서 가격은 80만 원 ~ 90만 원대라면? 그런 제품을 에이서에서 출시했다. 바로 ‘아스파이어 5755G - 2454G1T(이하 5755G)’다.
5755G는 15인치급 노트북으로, 인텔 2세대 코어 i5-2450M(2.5GHz), 지포스 GT 630M, 4GB 메모리를 탑재했다. 이외에도 HDMI, D-SUB, USB 3.0 SD카드 리더기 등 거의 대다수의 단자 또한 제대로 갖췄다. 이 정도면 못해도 중간이상은 가는 성능이다. 하지만 5755G의 가격은 80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2011년 12월 기준 인터넷 최저가 78만 원). 확실히 가격대 성능비는 훌륭하다.
또, 주목할 점이 하나 더 있다. 일반적으로 노트북에 탑재된 하드 드라이브의 용량은 보통 250GB~500GB정도다. 많아도 750GB를 넘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5755G의 하드 드라이브의 용량은 1TB다. 작년에 일어난 태국홍수의 여파가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꽤나 파격적인 용량이다. 다다익선이라 하지 않았는가, 좋은 것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하지만 윈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 보니 일반적인 사용자에게 추천하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 PC와 노트북에 익숙하고, 확실하게 윈도7을 설치하는 방법을 숙지한 사용자가 아니라면 구입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굳이 구입하겠다면, 같이 노트북을 구입하러 간 친구(후배, 남자친구포함)는 윈도를 설치해주는 A/S기사가 아니라는 점도 잊지 않길 바란다.
윈도 설치, 시작부터 난관
만약 사용자가 이미 윈도7을 구입한 상태라면? 일반적인 노트북을 사는 것은 돈낭비다. 정품 윈도7이 있는데 왜 추가로 윈도7 라이선스비를 내야 한단 말인가? 이런 사용자에게 5755G를 추천한다.
물론 5755G에는 리눅스가 탑재되어 있지만, 일반적인 사용자는 쓰기 어렵다. 때문에 제품을 구입하면 가장 먼저 윈도7을 설치하는 편이 좋다.
윈도7을 설치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윈도7 DVD로 설치하는 방법과 USB메모리에 윈도7 ISO(CD, DVD의 데이터를 추출한 파일 형식) 파일을 넣고 설치하는 방법이다. 5755G에는 DVD를 쓰는 것과 읽는 것 둘 다 가능한 멀티 드라이브가 들어있다. 따라서 윈도7 DVD로 설치하면 된다(USB메모리는 보통 DVD 드라이브가 없는 제품에 쓴다).
5755G는 리눅스가 설치되어 있는 하드 드라이브를 가장 먼저 읽어 들이도록 설정돼 있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윈도를 설치하고자 한다면, 에이서의 로고가 뜰 때 F2키를 누르고 바이오스에 진입해서 DVD 드라이브의 우선순위를 올려야 한다.
또, 파티션1(465.8GB)에는 리눅스가 들어있기 때문에 윈도를 설치할 수 없다(파일 시스템이 NTFS가 아니다). 둘 다 포맷하거나 파티션2(465.8GB)를 포맷하고 윈도7을 설치해야 한다.
윈도7만 설치하면 끝이냐? 천만의 말씀 이제 시작이다. 이제 에이서의 공식 홈페이지(http://us.acer.com/ac/en/US/content/drivers)에 가서 제품에 맞는 드라이버를 내려받아 설치해야 한다. 5755G도 몇 가지 세부모델로 나눠지기 때문에 내부부품 제조사에 맞춰 구분해 설치해야 한다. 대략 12개정도의 드라이버를 설치하면 된다. 그리고 유무선관련 LAN 드라이버도 깔려있지 않기 때문에 노트북에 직접 내려 받는 것은 불가능하고, 별도의 USB 메모리를 통해 옮겨 깔아야 하는 점도 주의하기 바란다. 설치 드라이버 CD는 없냐고? 그런 것은 없다.
2012년 1월 2일을 기준으로, 에이서 공식홈페이지나 엔비디아 홈페이지 어디에도 지포스 GT 630M용 드라이버는 없었다. 에이서 홈페이지에 있는 드라이버는 예전 버전이라 설치가 되지 않았다. 따라서 지포스 GT 630M을 활성화시킬 방법이 없어, 성능 벤치마킹이 곤란했던 점을 양해 바란다. 물론 사용자가 이러한 사태를 이해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추후 드라이버가 출시되고 난 이후 5755G를 구입하는 편이 좋을 듯 하다.
싼 게 비지떡?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면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부터 드는 것이 사실이다. 노트북의 마감이 부실해 나타나는 문제는 상하판의 유격, 냉각팬의 소음 등이 있다. 5755G는 어떨까?
상판을 수십 회 여닫아봐도 고정이 헐겁다거나 상판이 흔들리는 현상은 없다. 하긴 요새 노트북치고 이런 불량이 있는 제품이 어디 있겠는가? 냉각팬의 소음 또한 일반적인 15인치급 노트북과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조금 힘을 줘 누를 경우, 상판과 팜레스트가 들어갔다 나오는 현상이 있다. 구입하기 전에 한번 직접 만져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실제로 쓰는데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민감한 사용자라면 약간 거슬릴지도 모르겠다. 플라스틱 재질의 제품이고 크기가 크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위에 지적한 문제를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마감은 큰 문제가 없었다. 이제 싸다고 해서 마감이 부실할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도 좋을 것 같다. 다만 지적할 것이 하나 있다. 사용자가 RAM이나 하드 드라이브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하단의 나사를 풀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 A/S 보증을 위한 스티커를 붙여 두었다(이 스티커를 떼어내면 무상 AS를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사용자는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 이 스티커를 떼어 내던가, 아니면 A/S센터에 방문해야 한다. 사용자가 스스로 교체하는데 큰 문제 없는 RAM이나 하드 드라이브까지 굳이 잠가둬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놈의 고광택 재질, 이제 안 쓰면 안됩니까?
흔히 하이그로시 코팅이라고도 불리는 고광택 재질은 2006년 이후 노트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표면 재질이다. 하지만 고광택 재질은 단점이 여럿 있다. 일단 지문이 심하게 묻는다. 같은 고광택 재질을 써도 TV나 모니터는 손으로 건드릴 일이 드물지만, 노트북은 들고 다니거나 화면을 여닫을 일이 많다 보니 손을 많이 탄다. 필연적으로 지문범벅이 될 수 밖에 없다. 또 흠집이나 먼지도 눈에 더 잘 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고광택 재질의 장점은 ‘보기 좋다’ 하나밖에 없는듯하다. 아무리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지만, 한번 구입하면 보통 2년넘게 써야 하는 노트북에 관리가 어려운 고광택 재질을 쓰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다.
사족을 하나 붙이자면, 이번 리뷰에 쓰인 5755G는 색상도 검은색이라 관리가 어려웠다. 왜 검은색이 더 관리하기 어려운지는 검은색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지인에게 물어보자(검은색은 밝은 색이나 회색에 비해 지문, 먼지, 흠집이 더 눈에 띈다). 시판제품 중에는 검은색제품뿐만 아니라 갈색제품도 있으니 그쪽이 더 관리하기 편할 듯 하다.
노트북의 가격을 최대한 낮추려 할 때 흔히 쓰이는 방법이 바로 내장 OS(보통 윈도7)을 제거하는 것이다. 물론 사용자가 OS를 선택해서 설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드라이버까지 하나하나 직접 내려 받아 설치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윈도7을 설치하는 방법만 확실히 숙지하고 있다면 5755G는 타 제품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훌륭한 가격대 성능비 속칭 ‘가성비’를 보여주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사용자에게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노트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 사용자라면 구입해도 후회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GT 630M용 드라이버가 출시되고 난 이후에 말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