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북, 이제 시작이다 - 에이서 아스파이어 S3
울트라북을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윈도우를 탑재한 맥북에어’다. 인텔 샌디브릿지 2세대 ULV(초저전력) 프로세서 탑재, 저장장치로 SSD 사용, 1.4kg 이하의 무게, 1,000달러(한화 110만 원 내외) 이하의 가격 등 구체적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저 말보다 더 이해하기 쉬운 정의는 없을 것이다.
기존의 넷북도 휴대성을 강조한 제품이었지만, 아톰 CPU의 성능적인 한계로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야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맥북에어는 뛰어난 휴대성과 떨어지지 않는 성능 그리고 무엇보다 부담되지 않는 가격을 앞세워 높은 판매량을 올렸다. 하지만 맥북에어는 Mac OS X를 기준으로 설계한 제품이다. 윈도우로 구동하면 발열이 심해지고, 냉각팬에서 소음이 크게 나며, 키보드 배치도 생소하게 느껴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
맥북에어의 장점을 취한 윈도우 기반의 노트북은 없을까? 그런 사용자의 아쉬움을 달래주기 위해 울트라북이 등장했다.
인텔이 울트라북의 개념을 제시해준 이후, 많은 제조사들이 앞다투어 포스트 맥북에어를 노리며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출시 했다. 그 가운데 국내에 가장 먼저 출시한 울트라북이 바로 에이서 아스파이어 S3(이하 S3)다.
무게가 제일 중요하다
노트북에서 가장 중요한 점이 뭘까? 두말할 것 없이 휴대성을 들 수 있다. 이제 단종될 넷북의 자리를 밀어 내고,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할 울트라북은 휴대성이 더욱더 중요하다.
S3는 13.3인치 제품이다. 12인치와 15인치 사이에 끼어 이도 저도 아니라는 평가를 듣던 13.3인치는 바이오 SZ와 맥북의 등장 이후, 휴대성과 사용자 편의성을 동시에 갖춘 크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게는 1.37kg이다 기존의 13.3 인치 노트북이 1.7~2.0kg의 무게를 가졌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경량화를 이루어 냈다.
어댑터를 포함해도 무게는 1.68kg 밖에 되지 않는다. 어댑터도 상당히 가벼운 제품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왕 맥북에어를 벤치마킹 했다면, 어댑터도 맥북에어처럼 좀더 휴대가 간편하게 만드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얇은 것도 중요하다
휴대성을 강조한 만큼, 가벼운 것 못지않게 얇아야 한다. 애당초 정전기가 느껴진다거나, Wi-Fi 신호에 혼선이 생길 수 있음에도 알루미늄재질을 채택한 이유는 바로 얇으면서도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S3의 앞부분과 뒷부분은 두께에 큰 차이가 없다. 앞부분은 15mm, 뒷부분은 18mm 정도로 얇다. 단, 두께 때문인지 몰라도 앞부분과 옆부분에는 단자가 거의 없다. 스피커용 단자와 SD 메모리카드 리더기만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단자는 다 어디로 갔을까? 답은 뒷부분이다. 뒷부분에 2개의 USB 단자와 HDMI 단자가 있다. 다양한 단자는 없지만 꼭 필요한 최소한의 단자는 갖추고 있는 셈이다. 다만 유선 LAN 단자가 없는 점은 조금 아쉽다. 아니면 USB to LAN 컨버터 정도는 넣어주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또한 디스플레이 경첩부분의 고정이 매우 취약하다. 살짝 열기만 해도 고정되지 않고 흔들리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부분을 빨리 에이서에서 인지하고 해결해 주기 바란다.
얇은 제품이다 보니 키보드 자판이 그리 깊게 눌리지는 않는다. 사용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PgUp, PgDn, Del키 등 일반 노트북에서 흔히 볼 수 없는(FN키와 조합해서 써야 하는) 키를 탑재해, 일반적인 용도로 쓰는 것에는 지장이 없다. 인텔과 윈도우 스티커 또한 모노톤이라 전체적인 디자인을 해치지 않는다. 앞으로 알루미늄 재질의 노트북에는 이러한 스티커를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능도 쓸만하다, 하지만 게임에는 적합하지 않다
S3에 사용된 i5-2467M 프로세서는 1.6GHz의 클럭속도를 갖춘 ULV(Ultra Low Voltage, 17W) 프로세서다. 딱히 고성능 프로세서라기보다는 적당한 성능에 최대한 낮은 전력소모를 목표로 설계된 제품이다.
GPU는 인텔 HD3000으로, 프로세서에 내장된 그래픽 칩셋이다. 이 역시 고성능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SSD는 다르다. S3는 세부 모델에 따라 20GB ~ 256GB의 SDD를 탑재했다. 이번 리뷰에서 사용한 제품은 2464G34iss 모델로, 20GB의 SSD와 320GB의 HDD를 동시에 탑재했다.
SSD를 사용한 만큼 빠른 OS 구동 속도를 보여준다. 노트북의 부팅시간은 25초 가량 걸렸으며, 슬립모드에서 복귀하는 것은 3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단 SSD 20GB에는 빠른 OS 구동을 위해 윈도우7과 복구영역만 설치되어있다. 즉, 사용자가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영역은 HDD뿐이다.
모든 프로그램을 SSD에 설치하기 위해서는 256GB를 탑재한 상위모델(2464G25nss)을 구입해야 한다. 다만 상위모델은 가격이 145만 원 내외로 딱히 큰 가격 경쟁력이 없다. 그에 비해 SSD+HDD를 탑재해 빠른 속도와 많은 저장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한 하위 모델(2464G34iss)의 경우, 95만 원 내외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른 울트라북 제품들과 비교해봐도 가격 경쟁력이 높다.
다만 프로세서의 한계로 게임성능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등 캐주얼 게임은 큰 문제 없이 돌릴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게임은 프레임이 끊긴다. 단호하게 말하자면 S3를 비롯한 울트라북은 게임을 즐기길 원하는 사용자에게 추천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울트라북의 조건은 제대로 갖추고 있는가?
인텔이 밝힌 울트라북의 정확한 정의는 다음과 같다. 인텔 샌디브릿지 2세대 기반 초저전력(ULV) CPU를 탑재할 것, 저장장치로 SSD를 사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빠른 부팅속도 구현 및 슬립모드에서 복귀시 7초이하의 시간이 걸릴 것, 무게는 1.4kg를 넘지 않을 것, 두께는 20mm 이하일 것, 배터리 사용시간 5시간 이상일 것, 1,000달러(한화 115만 원) 내외의 가격으로 발매할 것, 인텔 하드웨어기반의 보안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것이다.
S3는 이 가운데 몇 가지 조건을 만족하고 있을까? 일단 CPU는 17W의 전력을 소모하는 초저전력 프로세서 코어 i5 – 2467M을 쓰고 있어 울트라북의 조건에 해당한다. 이 프로세서는 가장 흔히 울트라북이나 태블릿PC에 쓰이고 있는 제품이다.
S3의 하위모델은 저용량 SSD와 HDD를 섞어 쓰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일종의 편법이다. 따라서 저장장치는 반만 만족하는 셈이다. 하지만 부팅속도 또한 25초 내외로 빠른 편이고 슬립모드에서 복귀하는 속도도 3초 정도로 울트라북의 기준에 부합한다.
무게 또한 1.37kg으로 간당간당 하지만 조건을 만족시키고 있다. 두께의 경우 가장 두꺼운 뒷 부분도 18mm 내외다. 두께도 울트라북이라고 부르기 부족함이 없다.
배터리 사용시간의 경우 화면 밝기를 최대로 하고 아무런 작업도 하지 않았을 때, 5시간을 간신히 버텼다. 동영상을 감상할 경우 사용시간은 2시간을 조금 넘기는 정도다. 인텔이 제시한 5시간의 의미가 노트북으로 어떤 작업도 하지 않은 상태로 5시간 이상이라는 것은 아닐 것이다. 아직 배터리 사용시간은 한참 모자라다.
또한 인텔의 하드웨어 기반 보안기술(아이덴티티 프로텍션)과 슬립모드 기반 이메일 송수신기능(스마트 커넥트)도 없다. 배터리 사용시간과 보안 및 슬립모드 관련 기능은 울트라북의 기준에 못 미친다.
가격은 인터넷 평균가를 기준으로 95만 원 내외다. 가격이라는 면에서는 흠잡을 것이 없다. 울트라북의 모범이 되는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단 상위모델의 경우 145만 원이기 때문에 가격적인 면에서 울트라북의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현재 출시된 대다수의 울트라북은 115만 원 이상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제조사 스스로도 가격을 내리려는 노력을 해야겠지만, 인텔 또한 CPU를 저렴하게 공급해 보다 적극적으로 울트라북을 보급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비록 편법을 썼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을 사용자에게 선택 받을 수 있도록 최대한 낮춰보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 S3는 높이 평가 받아 야 할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