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시리즈의 새 마우스 ‘카나’, 한국인 손크기에 맞췄다
그의 이름은 김용이다. 중국 무협지의 거장도 아니고,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귀순가수도 아니다. 동양인의 피라고는 단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르는 금발의 백인남성이다. 하지만 누가 봐도 그의 이름은 분명히 김용이다. 목덜미에 크게 새겨진 한글문신 ‘김용’을 본다면, 굳이 통성명을 하지 않아도 쉽게 그의 이름을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그의 진짜 이름은 킴 롬(Kim Rom)이다. 게이밍 주변기기 전문업체 스틸시리즈의 CMO(최고마케팅책임자)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스틸시리즈 신제품을 소개하는 일을 한다. ‘김용’은 ‘킴 롬’의 한국어 이름인 셈이다. 그의 문신을 보고 한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지 않을까 넘겨짚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은 단순히 한글의 과학적인 구조와 아름다움이 마음에 들어서 새겨 넣은 것에 불과하다(옷에 가려진 다른 부분에 일본어 문신과 한자 문신도 새겨져 있다는 사실을 알면 아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가 한국 및 아시아를 각별하게 생각한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주기적으로 한국을 찾았던 킴 롬이 다시 한 번 한국을 찾았다. 최근 출시한 마우스 ‘센세이’와 곧 출시할 마우스 ‘카나’ 등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그가 이야기하는 스틸시리즈의 한국시장 마케팅 전략, 그리고 신제품에 대해서 들어봤다.
신제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센세이는 인기 마우스 ‘사이(xai)’의 후속작이다. 마우스 안에 32비트 프로세서를 탑재해 더블 CPI 적용시 감도를 11,400 CPI까지 올릴 수 있다. LED 조명 색상을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으며 손떨림 보정, 가속도 조절, 제동력 조절 등을 지원한다. 한마디로 하이엔드급 마우스다.
센세이의 기능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이를 부담스러워 하는 사용자도 있다. 그래서 센세이에서 복잡한 기능을 제거한 카나를 만들었다. 사용법을 완전히 익히려면 일주일 정도 걸렸던 센세이에 비해, 카나의 사용법은 매우 간단해 쉽게 배우고 바로 쓸 수 있다. 또 디자인도 찬찬히 살펴보면 다르다. 크기는 센세이보다 3%가량 작고, 내부에 탑재된 프로세서도 센세이보다 작다. 결정적으로 옵티컬 마우스다.
보급형 마우스 ‘킨주’의 후속작 ‘킨주 V2’와 ‘킨주 V2 프로’도 출시된다. 가장 큰 변화는 스틸시리즈의 통합 마우스 소프트웨어 ‘스틸시리즈 엔진’과 호환된다는 점이다. 이제 스틸시리즈 엔진에 저장한 개인 프로파일을 센세이, 카나, 킨주 등에서 번갈아가며 불러올 수 있게 됐다. 또 오리지널 킨주에는 자체적으로 5%정도 가속도가 붙었는데, 이 부분이 호불호가 심했다. 그래서 후속작부터는 가속도를 완전히 없앴다.
센세이, 카나, 킨주 모두 비슷하게 생겼지만 크기는 조금씩 다르다. 센세이는 크고 킨주는 작다. 이렇게 마우스마다 크기를 다르게 한 이유가 있는가?
서구권과 아시아권 사용자들의 손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월드오브워크래프트 MMO 마우스’의 경우 서구권 사용자들의 손에는 딱 맞지만 아시아권 사용자들의 손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크다. 동일한 크기로 규격화하면 다양한 사용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카나와 킨주는 한국 시장의 피드백을 많이 반영해서 만든 제품이다. 한국 사람의 손이 다른 아시아권 사용자들의 손보다 상대적으로 손이 더 크기 때문에, 특히 카나가 잘 어울릴 것이다. ‘스페셜포스’와 같은 FPS게임에는 버튼이 3개인 킨주가 적합하고, 복잡한 MMORPG에는 킨주보다 버튼이 많은 카나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스틸시리즈의 마우스 이름을 살펴보면, 일본어에서 영감을 얻은 경우가 많다. 이카리는 분노, 사이는 재능, 센세이는 선생님을 뜻한다. 일본어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가? 혹시 일본 시장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인가?
아시아 시장에서 특별히 일본을 편애하지는 않는다. 단순히 일본어 발음이 쉽기 때문이다. 한국어도 좋아하지만, 제품명으로 쓰기에는 너무 어려웠다. 괜찮은 한국 단어가 있다면 제안해달라. 향후 중국어로 이름을 지을 계획도 있다.
그동안 스틸시리즈는 마우스마다 제각기 다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도록 설계하다가 센세이를 기점으로 통합 소프트웨어인 스틸시리즈 엔진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보급형 마우스인 킨주가 스틸시리즈 엔진을 지원한다는 소식이 매우 반갑게 들린다. 앞으로 출시할 마우스들은 모두 스틸시리즈 엔진을 지원하는가?
PC 플랫폼 기반의 마우스는 모두 동일한 스틸시리즈 엔진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스틸시리즈 본사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안이다. 또 2012년에 스틸시리즈 엔진 자체 기능도 많이 개선하려고 한다. 스틸시리즈 마우스 여러 종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히 이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경쟁사 레이저 (Razor)는 개인 프로파일을 클라우드에 저장하거나 불러올 수 있는 ‘시냅스 2.0’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혹시 2012년 준비중이라는 새로운 스틸시리즈 엔진도 클라우드와 관련된 것인가?
아직은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다. 하지만 클라우드와 전혀 무관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스냅스 2.0이 1단계라면 우리가 계획중인 것은 5단계 정도 높은 수준이다. 허풍이라고 생각하는가? 잘 기록해 뒀다가 2012년에 확인해봐도 좋다.
최근 스웨덴 e스포츠팀 ‘프나틱 (Fnatic)’의 마우스 및 헤드셋과 우크라이나 e스포츠팀 ‘나비(NaVi)’의 헤드셋을 내놓았다. 인기 e스포츠팀의 이름을 내세운 특별판 제품을 더 내놓을 계획인가?
스틸시리즈는 프나틱과 나비 이외에도 다양한 e스포츠팀을 후원하고 있다. 이렇게 e스포츠팀 이름을 넣은 제품을 출시하는 것도 후원 사업의 일종이다. 프나틱 마우스 및 헤드셋을 시작으로 점차 더 많은 e스포츠팀 특별판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며 2012년에는 한국팀의 이름이 들어간 제품도 고려중이다. 빈말이 아니다. 오늘 오전에도 한국 e스포츠팀과 이와 관련된 회의를 하다가 왔다.
단순히 이름만 빌려서 내놓는 게 아니다. 프나틱 마우스와 헤드셋의 경우 프나틱이 직접 디자인에 관여했다. 우리는 해당 팀이 원하는 재질이나 색깔 등을 최대한 맞춰주려고 노력한다. 기본적으로 스틸시리즈와 e스포츠팀의 상호 존중을 통해 제품이 나오게 된다.
2012년 스틸시리즈의 마케팅 전략은 무엇인가?
현재 후원중인 e스포츠팀들을 계속해서 후원할 것이다. 또 ‘e-stars’와 같은 글로벌 게임 행사도 지속적으로 후원하며 전세계에 스틸시리즈의 이름을 알리는 데 힘을 쓰려고 한다. 판매 전략으로는 온라인 프로모션 강화를 고려중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