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데브콘 아시아] RIM,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하나로
2011년 12월 7일, 블랙베리 스마트폰의 제조사인 리서치인모션(Research In Motion, 이하 RIM)은 싱가포르 인터내셔널 컨벤션센터에서 ‘블랙베리 데브콘 아시아(BlackBerry DevCon Asia, 블랙베리 개발자 컨퍼런스)’를 열고, 새로운 모바일 운영체제 ‘블랙베리10’을 선보였다. 블랙베리10은 스마트폰용(블랙베리 시리즈) 운영체제 ‘블랙베리 OS’와 태블릿PC용(플레이북) 운영체제 ‘QNX’를 통합한 운영체제다.
RIM의 이번 발표는 경쟁사인 애플의 iOS 및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그 궤를 같이 하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최근 구글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나뉘어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4.0버전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로 통합한 바 있다). 사실 블랙베리10에 대한 내용은 지난 10월 18일 열린 ‘블랙베리 데브콘 아메리카 2011’에서 먼저 공개되었다. 당시에는 ‘BBX’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는데, 이번에 정식으로 블랙베리10이라 정한 것. 참고로 데브콘 아시아 행사가 열리기 전, BBX를 탑재한 블랙베리가 유출되어 관심을 끌기도 했다.
행사는 RIM의 동아시아 총괄 그레고리 웨이드(Gregory Wade)가 직접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전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번 블랙베리 데브콘 아시아의 참여자는 지난 1회 700명에서 1,000명으로 늘어났다. 아시아 시장에서 블랙베리의 성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라며, “블랙베리는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라고 밝혔다.
블랙베리10, 블랙베리와 플레이북을 묶다
이어 RIM의 조지 스테이코스 부사장이 단상에 올라 블랙베리10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블랙베리10은 RIM의 차세대 블랙베리 플랫폼이다. 스마트폰용 블랙베리 OS와 태블릿PC용 QNX를 모두 지원하는 단일 모바일 운영체제로 선보일 것이다”라며, “블랙베리10의 특징 중 하나는 웹 표준인 HTML5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개발자가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을 개발하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웹으로 서비스할 수도 있고, RIM의 블랙베리, 플레이북에서도 동일하게 서비스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근 시일 내에 블랙베리10이 상용화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발자들에게 먼저 블랙베리10 SDK(Software Developer Kit)을 공개해 먼저 어플을 마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밑바탕의 그림을 착실히 준비하겠다는 의미다.
개발자를 위한 놀이터를 만들다
개발자를 위한 지원체계도 빼놓지 않았다. RIM의 협력관계 및 환경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알렉 선더스(ALEC SAUNDERS) 부총괄은 “개발자들이 블랙베리 어플을 손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블랙베리 잼(BlackBerry Jam)’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몇 가지 세션으로 나뉘어져 있는 잼 프로젝트는 개발자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잼 존(Zone)과 여러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잼 커뮤니티(Community)가 대표적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단상에 올라서자마자 “Let’s Jam!”이라고 외쳐 각 국에서 모인 개발자들의 관심을 집중 시킨 후 설명을 이어나갔다.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던 발표는 잼 커뮤니티에 대한 것. 커뮤니티에 개발자가 궁금한 부분을 물어보면, 다른 개발자가 의견을 제시하거나 RIM의 관계자가 직접 답변을 주기도 한다. 일종의 소통 창구를 열어둔 것이다. 또한, 개발자들이 개발한 다양한 어플을 경쟁하는 ‘Developer Challerge’도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그는 블랙베리 앱월드의 3.1버전 업데이트 소식도 전했다. 3.1버전부터는 한국어도 공식 지원한다. 기존의 블랙베리 어플들은 한국어 지원이 부실해 한국 사용자들의 불만을 샀지만, 앞으로 한층 강화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3.1버전부터는 어플을 와이파이(Wi-Fi)로 연결해 내려받을 수 있다(이전에는 3G 상태로만 내려받기가 가능했다).
블랙베리10, RIM의 새로운 희망이 되나
블랙베리10은 RIM의 새로운 전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처럼 RIM도 앞으로 모바일기기 즉,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동시에 지원해 개발자들을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애플의 아이폰, 아이패드가 성공한 이유를 약 30만 개 이상의 앱이 등록된 앱스토어 때문에 가능했듯, 스마트 시대에 어플의 많은 확보는 필수다. 이제 RIM도 이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사보다 한 발 늦긴 했지만, 블랙베리10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RIM의 도전 정신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단순히 모바일 운영체제만을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의 어플 개발자과 함께 의견을 주고 받고, 자사의 플랫폼을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도 눈길을 끈다. 뿌리가 튼튼한 나무가 건강하게 자라는 법이다.
그리고 블랙베리10은 안드로이드처럼 오픈 소스 기반이다.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의 어플 수가 애플 앱스토어만큼 빠르게 증가할 수 있던 것도 오픈 소스 기반이었기 때문이다. 개발 환경에 제한이 없고, 지원이 많을수록 어플의 수는 당연히 늘어나기 마련. RIM의 이번 행보가 앞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