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악마’의 재림을 기다리며 - 스틸시리즈 디아블로3 헤드셋 & 마우스
이제 정말 공포의 군주 디아블로를 만날 수 있을까? 전세계 게이머가 가장 기다리는 게임 중 하나인 ‘디아블로3’가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지난 부산 지스타2011에서 선보인 디아블로3의 시연 버전은 당장 출시해도 될 정도로 짜임새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블리자드가 약속한 출시 예정일은 2012년 상반기. 밥먹듯이 반복되는 출시 연기에 내성이 생겼던 게이머들도 이번에는 정말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눈치다.
이정도 ‘대어’에 관련상품이 따라붙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최근 스틸시리즈는 디아블로3를 모티브로 한 헤드셋과 마우스를 출시했다. 원래 일정대로 2011년 말에 디아블로3 본 게임이 출시됐다면 더 없이 좋은 타이밍이었겠지만, 블리자드가 또 한 차례 출시를 미루는 바람에 헤드셋과 마우스가 먼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렴 어떠랴. 어차피 구입할 것이라면 게임 출시 전에 미리 만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노파심에서 미리 말하자면, 이 헤드셋과 마우스는 디아블로3 전용 제품이 아니라 브랜드 컨셉 제품이다. 사실 디자인을 디아블로에서 빌려왔을 뿐 기본 바탕은 스틸시리즈의 헤드셋 ‘시베리아V2’와 마우스 ‘자이’다. 따라서 이 제품들은 디아블로3에 특화된 기능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디아블로3 디자인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팬심’을 가진 사용자라면 눈 여겨 볼만 하다.
붉고 검다, 이것이 악마가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외관이다. 헤드셋과 마우스 모두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띠고 있으며, 붉은색 LED 조명이 포인트를 준다. 헤드셋의 밴드 부분에는 디아블로 로고와 특유의 문양을 인쇄했고 헤드셋 스피커 부분은 중세풍으로 한껏 멋을 냈다. 또한 마우스에도 디아블로 로고와 문양이 새겨져 있다. 디아블로와 관련된 디자인은 이게 전부다.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해당 게임이 강조된 다른 컨셉 제품들에 비해 절제미(?)가 돋보인다. 외부에서 사용해도 괜찮을만한 디자인으로, 적어도 게임을 잘 모르는 다른 사람들에게 ‘오타쿠’ 취급은 받지 않을 것 같다.
특히 헤드셋 스피커 부분의 LED 조명이 눈에 띈다.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시베리아V2에는 LED 조명이 없다. 스틸시리즈에 따르면, 이 헤드셋이 LED 조명을 장착한 스틸시리즈의 첫 번째 헤드셋이라고 한다. 이 조명은 주기적으로 붉게 반짝거리는데, 스틸시리즈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밝기와 점멸 주기를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점멸 주기를 너무 빠르게 설정하면 다소 정신사납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럴 때는 ‘STEADY’에 맞추면 반짝거림 없이 붉은색 조명이 계속 유지된다.
반면 마우스의 LED 조명은 이전 제품인 ‘자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휠과 로고 부분에 탑재된 붉은색 조명은 천천히 밝아졌다 천천히 어두워진다. 헤드셋과 마찬가지로 전용 프로그램에서 밝기와 점멸 주기를 바꿀 수 있다.
재미있는 점은 LED 조명의 색상이 붉은색으로 고정됐다는 것이다. 원래 스틸시리즈 제품은 사용자 입맛에 맞게 LED 조명의 색상을 다채롭게 바꿀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제품들은 예외다. 스틸시리즈는 “붉은색이야말로 디아블로3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색상”이라며 “색상 변경 기능은 지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긴 디아블로가 노란색이나 분홍색이라면 좀 이질적이긴 할 것 같다.
게임 전용 헤드셋의 진면모를 보여주다
디아블로3 헤드셋은 게임 전용 헤드셋인 시베리아V2의 특징을 그대로 계승했다. 무게가 가볍고 귀에 닿는 부분이 가죽 소재로 제작되어 오래 사용해도 불편함이 없다. 또 케이블 중간에는 스피커 볼륨과 마이크 온/오프를 조절할 수 있는 리모콘이 달려 있다. 다만 연결 방식은 USB 방식이며, 별도의 3.5mm단자를 지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스마트폰이나 다른 휴대용 기기에는 사용할 수 없다. 게임 이외에 음악 감상용으로 쓸 수 있는 범용 헤드셋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다른 헤드셋을 구입하길 권한다.
마이크는 빌트인 형식이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밀어 넣어 감출 수 있다. 평소 마이크가 눈 앞에서 덜렁거려 신경쓰였던 사람이라면 좋아할만한 부분이다. 시베리아V2와 마찬가지로 소음 차단 기능을 제공해 다른 사람과 음성 채팅을 할 때 편리하다. 차후 음성이 인식되는 소프트웨어가 추가될 것이라고 하니 기대해볼만 하다.
또 하나,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오디오 이퀄라이저, 볼륨, 조명을 조절할 수 있으며 이를 프로파일로 저장할 수 있다. 여러 가지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각 게임마다 제각기 다른 프로파일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마치 게이밍 마우스에서 프로파일을 바꾸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헤드셋 설정을 수시로 바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다. 분명 있으면 좋은 기능이긴 하지만 없어도 무방한 기능이기도 하다.
마우스는 자이와 다를 게 없어
디아블로3 마우스는 자이가 옷만 갈아입은 형태다. 디자인이 다를 뿐 다른 모든 점이 동일하다. 우레탄 재질이 주는 착용감은 여전히 좋고, 좌우대칭형이라 왼손잡이도 쓸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버튼은 8개며, CPI는 최대 5,700까지 올릴 수 있다. 자이의 후속작 ‘센세이’가 최대 11,400 CPI(더블 CPI모드 적용시)를 지원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소 실망감을 지울 수 없다.
전용 프로그램에서 설정할 수 있는 부분은 뭔가 단촐하다. 8개의 버튼 중 CPI 버튼을 제외한 7개에 단축키 및 매크로를 지정할 수 있고, 세팅 메뉴에서는 CPI, 응답률, 조명을 바꿀 수 있다. 센세이에 새로 추가된 ‘이그젝트리프트(마우스를 바닥에서 살짝 떼면 움직임을 멈추는 기능)’는 차치하고, 자이에서도 조절할 수 있었던 ‘프리무브’, ‘이그젝트에임’, 이그젝트엑셀’ 등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물론 평범한 사람이라면 자이와 센세이에서 제공하는 그 많은 기능을 다 활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있던 기능이 없어지니 뭔가 ‘줬다 뺏기는’ 기분이 든다.
디아블로3 마우스는 범용 마우스이기 때문에 디아블로3 이외의 다른 게임을 할 때도 쓸 수 있다. 물론 각 게임마다 프로파일을 따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실망했다고? 그래도 ‘디아블로’잖아
스틸시리즈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전용 마우스처럼 무언가 특별한 것을 기대했던 사람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디아블로3 헤드셋과 마우스는 디자인이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로 혁신과는 거리가 먼 제품이다. 얼마나 많은 새 기능이 추가됐는가, 가격대 성능비는 어느정도인가를 꼼꼼히 따질 심산이라면 기존의 시베리아V2나 자이를 계속 써도 무방하다.
하지만 그런 논리라면 디아블로3 마우스패드는 왜 사는가? 디아블로3 한정판은 왜 사는가? 구입하고 나서는 별 것 없다고 투덜거리겠지만, 막상 관련 제품이 출시되지 않으면 못내 아쉬워할 것이 분명하면서. 적어도 디아블로3 느낌이 물씬 풍기는 디자인만으로도 이 제품들의 가치는 충분하다. 왜 쓰던 마우스와 헤드셋이 있는데 새 제품을 또 사냐고? 디아블로니까. 더 이유가 필요한가.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