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스마트폰용 외장하드 - 씨게이트 고플렉스 새틀라이트
컴퓨터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컴퓨터’라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PC’를 떠올리곤 했지만, 앞으로는 태블릿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 같다. 태블릿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면 휴대성이 뛰어나다는 점, 그리고 간편하게 멀티미디어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실제로 요즘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갤럭시탭’이나 ‘아이폰’으로 영화나 음악을 즐기는 광경을 매우 흔히 볼 수 있다.
다만 점차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품질이 향상됨에 따라 데이터의 덩치 역시 같이 커지고 있는데, 그에 비해 모바일 기기의 내부 저장 용량은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PC라면 수백GB 이상의 하드디스크를 탑재할 수 있지만, 모바일 기기의 경우 가장 저장 공간이 크다는 아이패드2도 모델에 따라 최대 64GB의 플래시메모리를 탑재한 것이 고작이다.
그렇다면 외장하드를 모바일 기기에 쓸 수는 없을까? 외장하드는 PC용 저장장치인 하드디스크를 휴대용으로 만든 것이라서 크기에 비해 매우 방대한 용량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다만, 외장하드는 어디까지나 PC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모바일기기와 인터페이스(interface: 연결 방식)가 달라서 연결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할 씨게이트의 500GB 외장하드인 고플렉스 새틀라이트(GoFlex Satellite)는 PC용 인터페이스인 USB 3.0은 물론, 대부분의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하는 와이파이(Wi-fi: 무선랜) 기능도 갖추고 있어 태블릿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도 문제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모바일 기기를 위해 태어난 외장하드, 고플렉스 새틀라이트의 면모를 살펴보자.
와이파이에 배터리까지 내장한 신개념 외장하드
고플렉스 새틀라이트의 전반적인 형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5인치 규격 외장하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손에 쥐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작고 가볍다는 의미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상단 구석에 와이파이 신호의 상태를 표시하는 LED 램프가 있다는 점, 그리고 외부에서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전원 포트와 함께, 제품의 전원을 켜고 끌 수 있는 버튼이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고플렉스 새틀라이트가 와이파이 기능을 갖추고 있고, 외부 전원 공급 없이 작동이 가능한 충전용 배터리도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외장하드라면 반드시 외부 전원을 연결한 상태에서 사용해야 하지만, 고플렉스 새틀라이트는 외부 전원 공급이 없는 상태에서도 작동이 가능하다. 씨게이트의 공식적인 발표에 따르면 동영상 스트리밍 감상을 할 때는 최대 5시간, 대기 상태에서는 최대 25시간 동안 배터리로 작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USB 3.0 갖춰 PC에서도 고성능 발휘
모바일 기기와 접속을 하기 위한 와이파이 외에 일반적인 PC에 연결할 때 쓰는 USB 3.0 인터페이스도 갖췄다. USB 3.0은 최근 들어 본격적으로 보급이 진행되고 있는 신형 인터페이스로, 이론상 기존에 쓰던 USB 2.0에 비해 최대 10배 이상 빠르게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USB 3.0은 USB 2.0과 하위 호환이 되므로 USB 2.0 포트만 가진 구형 PC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이 때는 데이터 전송 속도 역시 USB 2.0 수준으로 내려가는 점에 유의하자. USB 3.0은 USB 2.0과 인터페이스의 형태 자체는 동일하지만, 포트 및 커넥터가 파란색이므로 쉽게 구분이 가능하다. 고플렉스 새틀라이트를 PC에 연결해서 쓸 때는 하단의 커버를 열고 패키지에 동봉된 USB 3.0 모듈을 꽂으면 된다.
고플렉스 새틀라이트를 PC에 직접 연결해 성능을 테스트했다. 테스트를 위해 고플렉스 새틀라이트를 PC에 연결해 동영상 및 사진, 음악을 넣어보았다. 데이터 전송에 사용한 소니 VPC-CA36FK 노트북은 USB 2.0과 3.0 포트를 함께 갖춘 기종이다. 양쪽 포트로 번갈아 6.72GB의 데이터를 고플렉스 새틀라이트로 전송하는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봤다.
측정 결과, USB 2.0 포트로 전송할 때는 4분 53초가 걸렸지만 USB 3.0 포트 이용 시에는 1분 45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정도 속도 차이라면 앞으로 PC나 외장하드를 구매할 때 USB 3.0 지원 여부 확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 같다.
iOS, 안드로이드 기기를 위한 대용량 저장장치
다음은 모바일 기기와 고플렉스 새틀라이트를 무선 연결해 본격적으로 활용해볼 차례다. 배터리 충전이 끝난 고플렉스 새틀라이트를 PC에서 분리한 뒤 전원을 켜 와이파이를 활성화시켰다. 그 후, 고플렉스 미디어 어플을 설치하고 모바일 기기의 네트워크 설정 메뉴에 들어가서 고플렉스 새틀라이트에서 전달되는 와이파이 신호를 잡아 주면 된다. 무선 공유기를 쓰는 과정과 유사하다.
고플렉스 새틀라이트는 2011년 현재 애플 iOS와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지원한다. 앱스토어 및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고플렉스 미디어(GoFlex Media)’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등의 모바일 기기에 설치하면 일단 사용할 준비가 끝난다. 테스트를 위해 iOS 운영체제 기반의 태블릿 PC인 애플의 ‘아이패드2’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스마트폰인 HTC의 ‘이보 4G+’를 준비했다.
HD급 고화질 동영상 재생도 문제 없어
고플렉스 새틀라이트와 와이파이로 연결된 아이패드2에서 고플렉스 미디어 어플을 실행시키면 동영상, 사진, 음악 등의 메뉴가 나타난다. 이 중 하나를 터치하면 고플렉스 새틀라이트에 저장된 멀티미디어 파일의 목록이 나타나며, 이를 선택해 곧장 실시간으로 전송 방식의 스트리밍 재생이 가능했다.
몇 가지 동영상을 구동해 본 결과, 1280 x 720 해상도의 HD급 동영상은 무리 없이 끊김 없는 재생이 가능했으며, 1920 x 1080 해상도의 풀HD급 해상도의 경우, 간혹 끊김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감상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음악이나 사진 감상도 원활히 할 수 있었으며, 데이터를 불러오는 버퍼링(buffering) 과정도 상당히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iOS 기반 기기의 경우, 재생할 수 있는 동영상 규격에 제한이 많아서 PC에서 주로 사용하는 AVI 파일이나 WMV, MKV 등을 그대로 재생하지 못하며, SMI와 같은 자막 파일도 인식하지 못한다. 이 점은 고플렉스 새틀라이트와 고플렉스 미디어 어플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라서, 고플렉스 새틀라이트와 무선 연결된 아이패드 2에서 iOS용으로 인코딩(변환) 과정을 거친 MPEG4 파일 외에는 재생하지 못하며, 자막도 표시되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반면,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의 경우, 기본적으로 동영상 호환의 폭이 넓다. 이 장점은 고플렉스 새틀라이트에 이보 4G+를 접속해서 쓸 때 그대로 나타나는데, MPEG4는 물론, AVI, MKV, DivX 등을 무리 없이 재생할 수 있었으며, 자막 파일도 정상적으로 표시되는 것을 확인했다. 테스트에 사용한 이보 4G+ 외에도 갤럭시 시리즈나, 옵티머스 시리즈, 베가 시리즈와 같은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라면 마찬가지로 높은 만족도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미터 반경에서 최대 3대의 기기가 콘텐츠 공유 가능
고플렉스 새틀라이트는 기본적으로 와이파이 무선 통신에 기반한 제품이므로 무선 신호가 닿을 수 있는 거리에 한계가 있다. 아이패드2로 테스트해 본 결과, 고플렉스 새틀라이트 주변 10미터 정도까지 도중에 벽이 없다면 문제 없이 파일 전송 및 동영상 스트리밍이 가능하며, 15~20미터 이상부터 통신 속도 저하 및 동영상 끊김이 발생하는 정도다. 이 정도 거리라면 웬만한 가정에서 쓰기에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참고로, 고플렉스 새틀라이트 한 대를 최대 3대의 모바일 기기가 공유하여 쓰는 것이 가능하다. 여러 대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를 쓰는 사용자, 혹은 친구나 가족끼리 함께 콘텐츠를 즐기고자 하는 사용자라면 한층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참신한 컨셉과 간편한 사용법이 장점
씨게이트의 고플렉스 새틀라이트는 쉽게 말해 모바일 기기용 외장하드라고 할 수 있다. PC 전용의 주변기기라고 여겨지던 대용량 저장장치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컴퓨터에서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이런 컨셉의 제품은 아마도 고플렉스 새틀라이트가 처음일 것이다. 그리고 사용법도 간편하다. 이전에 외장하드나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 PC를 써본 사용자라면 사용에 곤란을 겪지 않을 것이다.
다만, 안드로이드 기기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반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시리즈에서 사용할 경우엔 동영상 호환성이나 자막 미지원 문제로 인해 다소 효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법 큰 아쉬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같은 500GB 용량의 기존 외장하드에 비해 2배 이상 비싼 279,000원의 가격표를 달고 있는 점도 보급의 걸림돌이다. 물론, 기존 외장하드와 같은 기준으로 고플렉스 새틀라이트를 평가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 이유에 대해서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을지가 씨게이트의 숙제일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