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노트북 사면 구형 프로젝터나 프린터는 버려야?
마케팅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이 씨는 어느 날 D사의 최신 노트북을 구매했다. 풀HD급 고해상도 모니터에 최신 CPU를 탑재하고 있는 이 노트북이 업무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날, 중요한 프리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위해 빔 프로젝터에 노트북을 연결하려던 이씨는 크게 당황했다. 이 씨의 노트북으로는 빔 프로젝터를 연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구형 빔 프로젝터는 D-sub(15핀) 포트를 통해 영상 신호를 입력받는데, 이처럼 최신형 노트북 중에는 D-Sub 포트가 아예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비단 D-Sub 포트뿐 아니라 요즘 나오는 신형 노트북 중에는 이전 규격의 인터페이스(interface: 연결 규격)가 없어 이전부터 사용하던 주변기기를 연결하기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빔 프로젝터는 물론 모니터나 프린터 혹은 키보드나 마우스 중에도 상당수 제품이 신형 노트북과 호환되지 않는 것이다. 이는 제조사에서 성능이 향상된 새로운 규격의 인터페이스를 채용하느라 기존 인터페이스를 제거하기 때문이다. 물론 신형 인터페이스를 갖춘 새 주변기기를 장만하면 되겠지만, 잘 사용하던 주변기기를 바꿔야 한다는 비용적 부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여기서는 노트북을 구매할 때 꼭 따져봐야 하는 구형 주변기기와의 호환성 문제에 대해서 살펴본다.
D-sub 포트(모니터, 빔 프로젝터용)
2000년대 이전까지는 대부분의 PC용 모니터 및 빔 프로젝터가 D-Sub 포트를 통해 영상을 입력 받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 DVI나 HDMI, DP 등의 새로운 영상 인터페이스가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데스크탑 PC의 경우 아직도 대부분의 제품이 D-Sub 출력을 지원하지만, 노트북 중에는 제품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D-Sub 포트 대신 HDMI나 DP 포트만을 탑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HDMI나 DP는 D-Sub 보다 화질 및 부가 기능이 크게 향상된 것이 장점이지만, 구형 모니터나 빔 프로젝터와 호환되지 않아 연결할 수 없다. 프리젠테이션을 주 목적으로 노트북을 구매한다면 현재 가지고 있는 빔 프로젝터가 어떤 영상 포트와 연결 가능한지, 그리고 구매할 노트북이 D-Sub 등 지원 포트를 제공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D-Sub 포트가 없는 노트북의 영상을 구형 빔 프로젝터로 출력하고자 한다면 HDMI의 디지털 신호를 D-Sub용 아날로그 신호로 바꿔주는 변환기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 제품 가격은 10만원 이내다.
PS/2 포트(키보드, 마우스용)
현재 키보드와 마우스 시장은 PS/2 포트용 제품과 USB 포트용 제품이 공존하고 있다. 최근 USB 포트용 제품의 비율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PS/2 포트용 제품도 아직까지는 현역이다. USB와 PS/2 겸용으로 나은 제품도 더러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다. 문제는 최근 나오는 PC 중에서 PS/2 포트가 생략된 제품이 많다는 것.
데스크탑은 다행히도 아직도 상당수의 제품이 PS/2 포트를 유지하고 있지만, 노트북은 최근 나오는 제품 중에서 PS/2 포트를 제공하는 게 거의 없어 USB 키보드나 마우스만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노트북에 별도의 키보드나 마우스를 꽂아 사용하려면 USB 규격 제품을 준비해야 한다. 만약 어쩔 수 없이 PS/2 규격의 주변기기를 사용해야 한다면 PS/2를 USB로 바꿔주는 별도의 변환 케이블을 구매해야 한다.
병렬 포트(프린터용)
병렬 포트, 혹은 패러렐(Parallel) 포트라고 하며, 1970년 대에 첫 개발된 이후 프린터, 조이스틱, 외장하드 등 다양한 주변기기를 연결하는데 쓰였다. 그 중에서도 특히 프린터를 연결하는데 보편적으로 사용됐기에 한때는 병렬 포트를 ‘프린터 포트’라고 부르기도 했다. 1990년 대 후반까지만 해도 거의 모든 프린터가 병렬 포트 전용으로 나왔을 정도였다.
하지만 2000년 대 들어 USB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PC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고, 프린터 역시 USB 인터페이스를 도입, 2011년 현재 시장의 프린터 대부분은 USB용 제품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PC에서 병렬 포트가 사라지기 시작했고, 특히 노트북 중에서 병렬 포트를 갖춘 제품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만약 병렬 포트 전용의 구형 프린터를 가지고 있다면 신형 노트북에서 이를 활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USB를 병렬 포트로 변환하는 케이블이 판매되고 있지만 프린터 기종에 따라 호환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해야 한다.
ODD(CD / DVD 드라이브)
CD와 DVD는 한때 대용량 저장매체의 대명사로 통했고 사용 빈도도 매우 높았다. CD나 DVD를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ODD(광디스크 드라이브)는 당연히 PC의 필수 장비였고, 데스크탑은 물론 노트북에도 빠짐없이 ODD가 탑재되곤 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와 하드디스크의 용량이 수백GB 이상으로 커짐에 따라 CD(700MB)나 DVD(층당 4.7GB)는 더 이상 대용량 매체로 불릴 수 없게 되었다. 더욱이 초고속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굳이 저장매체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대용량 데이터를 내려 받을 수 있게 되어 CD와 DVD의 필요성은 더욱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ODD가 달려있지 않은 PC가 자주 나오고 있다. 특히 13인치 이하 크기의 소형 노트북 중에는 ODD가 달린 제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ODD를 제거한 만큼 본체의 크기와 무게를 줄여 휴대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CD나 DVD를 자주 쓰는 사용자라면 노트북 구매 전에 반드시 ODD 탑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ODD가 없는 노트북에서 CD나 DVD를 쓰고자 한다면 USB 방식의 외장형 ODD를 구매해 연결하면 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