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인치 모니터, 커서 부담스럽다고? 과연 그럴까?
디지털 TV를 선택할 때 대부분 크기를 우선 고려한다. 이에 따라 최근 50인치 이상의 디지털 TV 가격이 많이 하락해 구매 부담이 한층 줄어 40인치 보다는 50인치대 제품을 선호하는 추세다. 하지만 50인치만 해도 실제로 보면 대단히 큰 화면임에도, 더 큰 제품을 구매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이에 이들은 주변에서 디지털 TV를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지체 없이 무조건 큰 화면 제품을 선택하라고 강조한다. 사람의 눈은 정말 간사하고 부정확한 것 같다. 50인치 대형 TV를 구매해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작게만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PC 모니터까지 이어진다. TV처럼 ‘시청’이 주된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모니터가 클 필요가 있겠느냐는 생각도 들겠지만, 막상 사용해보면 모니터 역시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걸 깨닫게 된다. 단순히 문서 작업, 인터넷 서핑하는 용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27인치 이상의 대형 모니터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이다.
크긴 크다, 하지만 부담스럽진 않다
벤큐에서 출시한 27인치 모니터, EW2730V도 그 중 하나다. 첫 느낌은 모니터라기 보다는 디지털 TV에 가깝다. 이는 아무래도 그 동안 사용하던 모니터가 22인치였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전반적인 디자인도 TV와 비슷하다. 물론 요즘 잘 나가는 대형 TV처럼 초슬림 베젤(디스플레이를 감싸고 있는 테두리)을 적용한 건 아니지만, 같은 크기의 다른 모니터보다 비교적 두께도 얇고 블랙과 실버 컬러 투 톤으로 디자인해 나름대로 깔끔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크기에 비해 업무 책상에 놓아 두어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기존에 사용하던 22인치 제품과 교체했는데, 이로 인해 책상 공간이 크게 부족하게 느껴지진 않았고 크기로 인한 이질감도 금세 사라졌다(22인치 제품과 듀얼 모니터를 구성하니 제법 유용하다). 처음엔 27인치 크기가 약간 부담스러웠지만, 막상 사용해 보니 단 10여 분만에 그런 생각은 사라졌고, 화면이 큰 만큼 사진이나 글자도 시원시원하게 눈에 잘 들어왔다. 사람의 눈은 정말 간사한 듯하다.
벤큐 EW2730V는 27인치 크기 덕분에 TV로 사용해도 무난하지만, TV를 시청하기 위해서는 셋탑박스를 별도로 연결해야 한다(TV튜너가 없기 때문). 물론 이를 위한 AV 포트는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다. 다른 모니터의 경우 DVI 포트와 D-SUB 포트만을 갖추고 있거나, 여기에 HDMI 포트 하나가 더해져 PC나 셋탑박스 등과 연결하고 나면 포트가 모자라 또 다른 제품은 연결하기 어려운데, EW2730V는 2개의 HDMI 포트와 컴포넌트, D-SUB, DVI 포트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 PC와 셋탑박스는 물론 엑스박스 360과 DVD 플레이어 등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다.
다양한 화면 보정 기능 탑재
이처럼 벤큐 EW2730V는 다양한 포트가 마련된 덕분에 디지털 TV처럼 범용성이 뛰어난 편에 속한다. 이 때문인지 모니터가 지원하는 기능도 다양하다. 보통 TV 수신 튜너가 내장된 모니터에서 지원하는 PIP(Picture in Picture) 기능과 PBP(Picture by Picture) 기능을 지원하는데, 만약 셋탑박스가 연결되어 있다면 이를 통해 인터넷을 하면서 TV도 함께 볼 수 있다.
이 기능과 함께 ‘스마트 포커스(Smart Focus)’ 기능도 갖추고 있다. 스마트 포커스는 영상을 더 집중해서 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유투브 등과 같은 인터넷 영상은 해상도가 낮아 전체 화면보다는 본래의 작은 화면으로 보는 것이 더 깨끗하다. 하지만 이럴 경우 주위에 있는 여러 플래시 광고로 인해 영상에 집중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이 때 스마트 포커스 기능을 이용하면 재생되고 있는 영상 주위는 어둡게 표시됨으로 영상에 더 집중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밖에도 저해상도 영상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슈퍼 리솔루션(Super Resolution)’ 기능과 노이즈를 감소시키는 ‘노이즈 리덕션(Noise Reduction)’ 기능도 탑재했다.
이러한 기능은 모두 리모컨(기본으로 제공된다)으로 조작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기능을 실제로 사용해 보니 불편함이 약간 있었다. 스마트 포커스 기능은 영상이 출력되는 부분을 매번 사용자가 조정해주어야 하고, PIP와 PBP 기능은 리모컨에 단축 버튼으로도 지정되어 있지 않아서다. 다양한 화면 보정 기능이 제공되는 것은 다른 제품에는 찾아 볼 수 없는 특징이긴 하지만, 이러한 사소한 불편 사항이 이들 장점을 퇴색시킬까 우려된다.
광시야각 패널과 LED 백라이트의 만남
EW2730V와 같이 화면이 큰 모니터는 내부에 적용된 패널의 종류도 중요하다. 컴퓨터용으로 주로 사용한다면 일반적인 TN 패널도 좋지만, TV 시청용이나 콘솔 게임기용 등으로 사용한다면 이보다는 광시야각 VA 패널이 더 유용하다. 물론 가격은 TN 패널이 다소 저렴하지만, 좌우 측면이나 위아래에서 볼 땐 색상이 왜곡되거나 반전된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대형 모니터 사용자의 대부분은 이러한 왜곡이 없는 광시야각 패널을 선호하며, 벤큐 EW2730V에도 이에 해당하는 VA 패널이 사용됐다.
USB 확장 포트와 만족할만한 스피커
PC를 사용하다 보면 부족한 USB 포트로 곤란함을 겪을 때가 있다.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가 USB로 PC와 연결되면서 이러한 현상을 겪을 수 있는데, EW2730V는 이를 대비하여 모니터 측면에 확장 USB 포트를 마련해 두었다. 이 덕에 PC에 있는 USB 포트가 부족하다면 모니터에 스마트폰 등을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물론 PC에 있는 USB 포트 1개를 모니터에 있는 USB 확장 포트와 연결해야 하지만, 추가로 3개의 USB 포트를 얻는 셈이니 손해 볼 건 없겠다.
또한 스피커를 내장하고 있는 LCD 모니터도 제법 많은데, 외부 스피커를 따로 구매하지 않고도 음악이나 영화, 게임 등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용하다. 하지만 스피커 크기가 작아 음질적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 벤큐 EW2730V에 내장된 스피커 품질은 그다지 나쁘지 않는 듯하다. 3W 출력의 스피커 2개를 탑재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음악 듣고, 영화 보기에 2.1채널 외장 스피커처럼 묵직한 저음을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저가형 외장 스피커보다는 훨씬 나은 듯했다.
다재 다능한 27인치 모니터
LCD 모니터 가격이 하락하면서 22인치대 모니터의 수요가 늘고 있다. 22인치 크기이면서도 풀 HD 해상도(1920x1080)를 지원해 블루레이 영화 등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고, 게임도 고해상도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모니터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사용하기에는 만족스러울지 몰라도 침대에 누워서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기엔 크기 면에서 아쉬움을 남게 된다. 모니터와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그러한 차이는 더욱 커진다.
이에 비해 벤큐 EW2730V는 27인치라는 큰 크기 덕분에 이러한 상황에서도 만족감이 비교적 높다. 물론 거실에서 TV 대용으로 사용한다면 작다고 할 수 있겠지만, 방에서 컴퓨터용, 게임용, 멀티미디어용으로 사용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또 PC뿐 아니라 비디오 게임기 등 여러 기기와 연결하도록 다양한 포트가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매력이다.
다만 PC 모니터 기능에 충실한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교적 높고(44만원 선, 2011년 11월 8일 기준), 해상도도 낮은 건 사실이지만, 범용성 자체는 디지털 TV에 견줄 만큼 높아 모니터에 다양한 기기를 연결하려는 이들이라면 부족함을 느끼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글 / IT동아 천상구 (cheonsg@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