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다양화의 기수 - 안드로이드폰(Google Android Smart Phone)
2007년, 애플의 ‘아이폰(iPhone)’을 처음 출시하면서 이른바 손안의 PC라 불리는 스마트폰 시장이 급격히 확대되기 시작했다. 아이폰 등장 이전에도 노키아의 심비안(Symbian) 운영체제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모바일(Windows Mobile)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 혹은 RIM(Research In Motion )의 블랙베리(BlackBerry)와 같은 스마트폰이 다수 출시된 적이 있지만, 이들은 일부 전문가나 ‘얼리아답터(Early adopter)’를 위한 제품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하지만 애플의 아이폰은 기능이나 디자인은 물론, 가격, 편의성 면에서 철저히 일반 대중을 타겟으로 한 제품이었다. 특히 2008년에 아이폰 전용의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 응용프로그램, 이하 앱)을 판매 서비스인 ‘앱 스토어(App Store)’가 오픈하고 다수의 개발자들이 앱을 여기에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아이폰의 활용성은 다른 스마트폰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아이폰의 제조 및 아이폰의 운영체제인 ‘iOS’의 사용에 관한 권한은 애플이 독점하고 있어서 애플 외의 회사에서 아이폰과 호환되는 스마트폰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당시 스마트폰 시장에서 iOS에 맞설만한 기능과 편의성을 갖춘 모바일 운영체제는 없었다. 이런 이유로 다른 제조사들은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폰의 인기는 제조사들뿐 아니라 이동통신사들의 고민거리이기도 했다. 애플은 아이폰 자체를 팔아서 얻는 수익보다는 아이폰용 앱을 팔아서 얻는 수익이 더 컸는데, 앱 스토어에서 사용자가 앱을 구매하는 경우, 그 수익 중에 앱 개발자가 70%, 그리고 애플이 나머지 30%를 가져가게 되어있었다. 그래서 아무리 아이폰이 많이 팔리고 앱이 인기를 끌어도 이동통신사들은 통신 요금 외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었다.
이러한 시장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한 업체 중 하나가 바로 세계 최대의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Google)이었다. 새로운 동력원을 찾기 위해 스마트폰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구글은 2005년, 모바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인 ‘안드로이드(Andriod)’사를 인수하여 본격적인 모바일 운영체제의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2007년 10월, 구글은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HTC, T모바일, NTT도코모, 브로드컴, 퀄컴 등과 함께 ‘오픈 핸드셋 얼라이언스(OHA, Open Handset Alliance: 개방형 휴대전화 연합)’을 결성하고 개방형 모바일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Android)’를 발표했다.
스마트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구글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리눅스(Linux)를 기반으로 개발된 운영체제로, 애플의 iOS와 매우 유사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애플 기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iOS와 달리 모든 제조사의 기기에 자유롭게 탑재가 가능하며, 각 제조사에서 운영체제의 디자인이나 부가 기능을 변형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구글은 안드로이드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를 무료로 배포하여 누구나 손쉽게 안드로이드용 앱을 개발할 수 있게 한 것도 특징이다.
또한, 애플의 앱 스토어와 유사한 안드로이드 전용 앱 판매 서비스인 ‘안드로이드 마켓’도 오픈했는데, 앱 판매 수익을 개발자와 애플이 7 : 3 비율로 나누던 앱 스토어와 달리, 안드로이드 마켓은 구글의 개입 없이 개발자가 7, 이동통신사가 3의 수익을 가져간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휴대전화 제조사들과 이동통신사들은 안드로이드의 등장에 매우 호의적이었다.
HTC의 ‘G1’에서 삼성 ‘갤럭시 S’까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최초의 스마트폰은 2008년 10월, 미국에 첫 출시된 HTC의 ‘G1’이다. ‘드림(Dream)’이라는 제품명으로 불리기도 한 이 스마트폰은 3.2인치의 크기와 320 x 480 해상도를 갖춘 터치스크린 LCD를 탑재했고, 528MHz의 프로세서와 쿼티(QWERTY) 방식의 슬라이드 키보드를 가진 것이 특징이었다.
HTC G1에는 안드로이드 1.0 버전(이후 1.6 버전까지 업데이트)이 탑재되어 있었는데, 출시 당시에는 안드로이드 마켓을 지원하지 않는 등, 활용 면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당시부터 안드로이드폰은 ‘구글폰’, 혹은 ‘G폰’ 등으로 불리며 아이폰의 대항마로 주목 받고 있던 터라 HTC G1은 미국, 캐나다, 영국, 호주, 싱가포르 등 다양한 국가에 출시되며 6개월 동안 100만대 정도의 적지 않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HTC G1의 출시 이후에도 몇 종의 안드로이드폰이 더 나왔지만 판매량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우선, 기계적으로도 그다지 매력적인 제품이 많지 않았으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역시 아직 보완할 점이 많았다. 하지만 2009년 10월에 미국에 출시된 모토로라의 ‘드로이드(Droid, 유럽명: 마일스톤, 한국명: 모토쿼티)’가 큰 인기를 끌면서 안드로이드폰은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장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드로이드는 3.7인치 크기의 고해상도(480 x 854) 화면 및 타이핑 감각이 우수한 쿼티 키보드, 그리고 기능이 한층 향상된 안드로이드 2.0 운영체제를 탑재했다. 드로이드는 출시 74일 만에 105만 대를 판매하는 등, 한때는 아이폰의 판매량을 능가할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모토로라의 드로이드로 가능성을 증명한 안드로이드폰 시장은 2010년 6월부터 세계 시장에 출시를 시작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S(Galaxy S)’로 본격적인 활성화가 시작되었다. 갤럭시 S는 쿼티 방식 키보드를 적용하지 않은 대신 4인치의 넓은 화면과 9.9mm의 얇은 두께를 실현했으며, 기존의 LCD보다 한층 화질이 우수한 AMOLED 패널, 처리 속도가 빠른 1GHz 프로세서 등, 기능과 성능, 디자인 면에서 기존의 안드로이드폰을 능가했다. 갤럭시 S는 한국 출시 2개월 만에 90만대, 미국 출시 1개월 만에 100만대를 판매하는 등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 스마트폰 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되다
한국은 2009년 11월에 애플의 아이폰 3GS가 뒤늦게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시작했으나 아이폰 외의 스마트폰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 전반적인 시장의 활성화가 더딘 편이었다. 2010년 2월에 모토로라의 ‘모토로이(Motoroi, XT720)’가 한국 시장 최초의 안드로이드폰으로 출시되었으나,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비해 성능(프로세서 속도, 메모리 용량 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판매량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4개월 후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S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과 함께 스마트폰 시장 확대에 가세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S 성공 이후, LG전자가 같은 해 10월에 보급형 안드로이드폰인 ‘옵티머스 원(Optimus One)’을 출시하여 전반적인 시장 확대에 기여했다. 그 외에도 팬택의 베가(Vega) 시리즈가 개성적인 디자인을 앞세워 여성 및 청소년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등, 다양한 안드로이드폰이 출시되어 인기를 끌면서 한국의 휴대전화 시장은 스마트폰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었다.
‘개방성’과 ‘다양성’이 안드로이드폰의 무기
안드로이드폰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바로 ‘개방성’과 ‘다양성’이다. 모든 제조사는 마음만 먹으면 자유롭게 안드로이드폰을 생산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여러 제조사의 안드로이드폰 중에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폰이 점유율을 급격하게 높일 수 있던 것도 위와 같이 다양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
2010년부터 안드로이드는 세계 스마트폰 운영체제 시장에서 iOS의 점유율을 앞서기 시작했고, 2011년 2분기부터는 노키아의 심비안(Symbian)을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되었다. 다만, 2011년 기준으로 운영체제가 아닌 스마트폰 개별 모델 판매량 면에서는 여전히 애플의 아이폰이 대부분의 안드로이드폰 모델을 앞서고 있으며, 스마트폰 생태계 활성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용 앱의 수 면에서도 iOS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앞으로의 시장 전개를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