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안경으로 보면서 촬영까지, 소니 디지털 레코딩 쌍안경 출시
“그 때 그 대자연의 찰나, 너도 봤어야 했는데. 그 감동은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선 절대 몰라.”
캠코더로는 미처 담아낼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수백미터 상공에 떠 있는 천연기념물 황조롱이의 날갯짓, 사람의 작은 움직임조차 무서워하며 빠르게 도망가는 청설모의 움직임. 그들은 장비를 꺼내서 촬영 버튼을 누를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저 육안으로 포착했다는 사실에 만족해야 할 뿐. 더욱이 현장에 없었던 사람이 그 경험을 공유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아무리 말로 잘 설명을 해도 백문이 불여일견, 듣는 사람은 도무지 그 광경을 떠올릴 수 없다. 설명하는 사람도 답답하긴 마찬가지. 내 눈이 캠코더였다면 그때 감동 그대로를 영상에 담아 보여줄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소니가 그 상상의 영역에 첫 발을 내디뎠다.
관찰과 기록, 둘 다 잡는다
소니코리아는 세계 최초로 풀HD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쌍안경 ‘DEV-5’를 지난 5일 국내에 선보였다. DEV-5는 쌍안경이면서 풀HD 영상은 물론 3D 영상도 촬영할 수 있는 핸디캠이기도 하다. 쌍안경으로 관찰하면서 동시에 해당 장면을 녹화할 수 있어 디지털 레코딩 쌍안경이라고 불린다. 코지마 마사아키 사업부장은 “DEV-5는 기록(캠코더)과 관찰(쌍안경)을 모두 만족시키는 제품”이라며, “자신이 본 것을 녹화해 TV, 유튜브, SNS 등을 통해서 가족 및 친지와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EV-5는 쌍안경 본질에 충실한 제품이다. 본체 크기는 219 x 155 x 88mm, 무게는 1.2kg으로 일반 광학식 쌍안경보다 다소 크고 무겁긴 하지만 쌍안경 고유의 외관은 그대로다. 또한 10배 광학 줌과 10배 디지털 줌을 지원해 2km 떨어진 곳의 풍경도 담아낼 수 있다. 여기에 소니 캠코더의 자동초점(오토포커스, AF) 기능과 손떨림 보정 기능이 탑재됐다.
소니 캠코더의 장점도 그대로 담았다. 1920 x 1080 풀HD 영상은 기본이고 최근 대세인 3D 영상도 촬영할 수 있다. 렌즈, 이미지 센서, 이미지 프로세서가 각각 2개씩 탑재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촬영된 3D 영상은 소니 브라비아TV를 비롯한 3D TV에 연결해 감상할 수 있다. 스테레오 마이크를 장착해 소리를 기록할 수도 있으며, 3D 무안경 뷰파인더를 장착해 촬영 영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액세서리를 장착할수록 크기와 무게가 늘어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이 외에도 GPS가 탑재되어 촬영 위치를 태그로 남기고 기본으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나 구글맵에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장에는 산악인 허영호 대장이 참석해 DEV-5의 실제 사용기를 들려줬다. 허 대장은 “부피가 크긴 하지만 크고 시원한 화면이 인상적이며 무엇보다 영상을 기록할 수 있어 좋았다”라며, “향후 등반할때마다 계속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DEV-5는 11월 9일 국내 정식 발매되며 10월 24일부터 11월 6일까지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통해 예약 판매가 진행된다. 미국 출시가격이 약 2,000달러(한화 약 239만 원)임을 감안하면 국내 출시가격도 이와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영상을 기록할 수 있는 쌍안경, 누구를 위한 제품일까? 코지마 사업부장은 캠코더와 쌍안경 사이의 잠재수요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잠재수요는 없고 쌍안경 사용자 중 영상촬영이 필요한 일부 전문가 계층만이 DEV-5를 구입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에서 쌍안경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곳은 스포츠 경기장인데, 스포츠팬들 중 경기를 기록해 두고두고 감상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대부분의 캠코더 사용자들 역시 쌍안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쌍안경이 필요하다고 해서 반드시 캠코더도 필요한 것은 아니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는 성냥과 이쑤시개를 결합한 발명품과 같다. 제품 자체는 획기적이지만 성냥으로 불을 붙이는 순간에 때마침 이를 쑤실 일이 많지 않듯이, 쌍안경과 캠코더를 동시에 사용할 일도 그리 흔하지 않다.
물론 생태관찰이나 산악 등반시에는 매력적인 제품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그 수요는 쌍안경 사용자 중 극히 일부에 한정된다. 그렇다면 코지마 사업부장이 생각한 ‘잠재수요’는 과연 누구인가.
안정성도 고려해볼만한 문제다. 야외 활동을 하다 보면 급작스러운 날씨 변화를 맞게 되는데, 이 때 습기와 온도가 민감한 IT제품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소니 역시 이 점을 고려해서 제품을 만들었겠지만 아직 미국의 군사 표준 등 객관적인 안정성 테스트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또한 충전할 곳이 마땅치 않은 야외에서 최대 6시간의 배터리 사용 시간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