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S 게임 고수의 비밀병기 - 벤큐 XL2410T 모니터
게이밍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PC 주변기기 찾기는 이제 어렵지 않다. 게이밍 마우스, 게이밍 키보드, 게이밍 헤드셋……. 하긴 게이밍 노트북과 데스크탑 PC도 있는 판국이라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 게이밍 모니터는 생소하다.
'Gaming is in the details'이라는 소제목을 단 벤큐의 'XL2410T'가 바로 게이밍 모니터다. 이 제품은 2ms(밀리초, 1/1000초)의 응답속도, 120Hz의 주사율을 갖췄으며, 엔비디아 3D 비전 기술을 적용했다. 최근 GSL(글로벌 스타크래프트2 리그) 공식 경기용 모니터로 채택되는 등,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적합한 제품이라는 것이 벤큐 측의 설명이다.
사실 수치만 봐서는 쉽게 감이 오지는 않는다. 이에 실제로 XL2410T를 사용하면서 어떤 특징들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게이밍 모니터에 걸맞은 사양 갖춰
게이밍 주변기기는 일단 하드웨어 성능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게이밍 마우스는 일반 마우스에 비해 감도가 좋고, 게이밍 노트북은 데스크탑 PC 뺨치는 고성능 부품들을 탑재한다. 그 후에 제품에 따라서 특정 게임에 요긴한 매크로 키 기능 등을 지원한다. 개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해당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모습을 빌려오거나 게임 로고를 새기는 등의 외형적인 특징을 강조한 제품도 있다.
XL2410T도 게이밍 모니터인 만큼 일반 모니터에 비해 기본적인 성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모니터의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에는 응답속도, 명암비, 주사율 등이 있는데 이들 수치로 모니터 성능을 가늠해볼 수 있다.
우선 모니터의 응답속도란 모니터 액정 화면이 얼마나 빨리 반응하는지를 가리키는 말이다. 흔히 반응속도라고도 불리는 응답속도는 수치가 낮으면 낮을수록 빠르다. 특히 FPS 게임처럼 화면 전환이 많고 환경에서는 응답속도가 빠른 모니터가 진가를 발휘한다고 한다. 반대로 응답속도가 느린 모니터를 사용하면 빠른 화면을 볼 때 잔상이 남는다. 이런 잔상은 장시간 모니터를 볼 때 눈의 피로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응답속도는 FPS 게임 고수들 사이에서 민감한 요소다. 응답 속도 때문에 CRT 모니터를 고집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XL2410T의 응답속도는 2ms이다. 일반적인 모니터의 응답속도가 약 5~8ms이라는 점에 비하면 빠른 속도다. 다만, 8ms 이상(5ms나 2ms)의 응답속도는 사람의 눈으로 차이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이 정론이다. 혹자는 눈으로도 볼 수 없는 성능 차이가 무슨 필요가 있냐고 반문 할 수도 있으나, 그만큼 빠른 응답속도를 가진 제품이라는 상징성도 무시할 수 없는 이 제품의 매력이기도 하다.
명암비도 모니터 성능의 자주 언급되는 지표 중 하나다. 명암비는 완전한 검은색과 완전한 흰색 화면의 밝기 차이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XL2410T의 명암비는 1,000 대 1인데, 이 비율의 의미는 흰색 화면이 검은색 화면과 비교해서 1,000배 밝다는 것이다. FPS 게임 같은 경우 이동 시 어둡거나 밝은 부분이 수시로 바뀐다. 따라서 명암비가 뛰어난 모니터는 게임 플레이 시 보다 선명한 화면을 제공한다.
참고로 동적 명암비라는 것도 있다. 이는 움직임이 있는 영상이나 게임처럼 계속 바뀌는 화면을 표현할 때 해당 모니터가 나타낼 수 있는 명암비를 말한다. 동적 명암비가 좋은 모니터는 영화 감상이나 게임처럼 수시로 화면이 바뀌는 작업을 할 때 유용하다. XL2410T의 동적 명암비는 10,000,000 대 1이다.
XL2410T는 TN일반 액정 패널을 탑재했다. 이 패널은 시야각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으나 가격대가 저렴하고 전력소모량이 적어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좋다.
3D를 재생할 수 있지만…….
TV 화면을 비디오카메라로 찍어본 경험이 있는가? TV 화면을 맨눈으로 보면 아무 이상이 없지만,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에서는 검은색 띠가 위에서 아래로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영상 출력 기기의 주사율과 관계가 깊다. 주사율이란, 1초에 화면이 몇 번 깜빡이는지 측정하는 기준을 말한다. Hz(헤르츠)라는 단위를 사용하는데 일반 모니터의 주사율은 60~70Hz 정도이다. 어느 모니터의 주사율이 70Hz라면 1초에 70번 깜빡인다는 뜻이며, 모니터 주사율 수치가 높으면 높을 수록 화면이 부드러워 진다.
XL2410T의 주사율은 무려 120Hz이다. 수치만 봐도 기존 60Hz 일반 모니터와 비교하면 2배가량 높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로 이런 주사율을 분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높은 주사율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3D 기능 때문이다.
XL2410T는 3D 기능을 갖춘 제품이다. 그러나 3D 모니터는 아니다. 왜냐하면, XL2410T만 가지고는 3D 기술을 사용할 수 없고, '엔디비아 3D 비전'이라는 3D 주변기기 패키지를 사용해야 한다. 이 패키지는 3D 안경과 송신기를 포함하고 있으며, 100Hz 이상의 주파율을 가진 모니터, 엔비디아 그래픽 카드, 윈도우 비스타 이상의 운영체제 이상에서만 정상 작동한다. 이 패키지는 1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메뉴 버튼에 숨겨진 유용한 기능들
XL2410T의 PBP(Picture by Picture)기능은 두 개의 독립적인 영상을 나란히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얼핏 보면 듀얼 모니터 환경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PBP 기능을 사용하면 화면 크기가 작아져서 보기 불편하다는 점, 그리고 두 개의 화면을 출력만 하는 기능이라 화면 사이를 넘나들며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 HDMI 화면이 왼쪽으로 고정된 점 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XL2410T의 메뉴버튼을 누르면 '픽쳐 모드(Picture Mode)'를 볼 수 있다. 픽쳐 모드에서는 스탠다드, FPS, 유저1, 유저2, 무비, 포토, sRGB, 에코 등의 모드를 제공한다. FPS나 무비처럼 영상을 돋보여야 하는 상황에서는 명암비, 즉 밝고 어두운 부분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편이었고, 스탠다드는 중간 격, 친환경 모드인 ECO 모드에서는 전체적으로 화면이 어두웠다.
'세로'본능 모니터
이 제품의 외형적 특징으로는 90도 화면 회전을 할 수 있는 피벗(pivot) 기능을 꼽을 수 있다. 이 기능은 XL2410T의 액정 화면을 세로로 길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데이터가 많은 문서 작업이나 많은 자료가 게시된 웹 페이지를 방문할 때 '스크롤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또 모니터 액정 화면만 좌우로 45도씩 돌릴 수 있는 스위블(swivel) 기능과 액정 화면의 상하 각도 조절을 할 수 있는 틸트(tilt) 기능도 갖췄다.
이 밖에도 모니터 후면부에는 선 정리를 할 수 있는 거치대가 있으며, 스탠드 부분에 프레스 버튼을 누르면 화면 높이 조절도 할 수 있다. 참고로 높이 조절을 할 때 별도의 고정장치가 없는 것은 아쉬웠다.
약간 비싼 가격대, 걸림돌이 되나
XL2410T는 뛰어난 응답속도와 높은 주사율, 3D 비전 지원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이다. FPS 게임고수에게는 더 쾌적한 게임 환경을 제공하고, 영화 감상용 멀티미디어 모니터로도 나쁘지 않은 성능을 갖췄다. 피벗 기능이 있어 일반 사무용도로 사용할 때도 효과적이다. 다만 이 제품의 인터넷 최저가는 현재(2011년 9월 초) 기준으로 454,000원이다. 동급 모니터와 비교했을 때 비싼 편이다. 가격 부분만 어느 정도 타협한다면 XL2410T는 게이밍 모니터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낼 만한 제품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박준구(zzizizic@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