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를 위한 노트북, 2011년형 소니 바이오 Z 시리즈
성능이 필요하다면 데스크탑, 휴대성이 중요하다면 노트북을 산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런데, 시장에는 양쪽 장점을 모두 갖춘 소수의 제품도 존재한다. 바로 소니의 바이오(Vaio) Z 시리즈 노트북이 대표적이다. 성능은 고급 데스크탑에 못지 않게 우수하면서 휴대성/이동성까지 최상급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격 역시 다른 노트북에 비해 매우 비싸지만 이마저도 바이오 Z시리즈의 ‘정체성’ 이라고 인정 받을 정도이니 더 이상 할 말은 없다.
이런 바이오 Z시리즈의 2011년 형 제품(모델명 VPCZ217GK/X)이 나왔다. 인텔 2세대 코어 i7 CPU를 탑재해 고성능을 기대할 수 있으며, 13.1인치 크기에 1.165Kg의 가벼운 무게로 여전히 우수한 휴대성을 뽐낸다. 여기에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것(2011년 9월 인터넷 가격 350만원 상당)도 변함이 없지만, 바이오 Z 시리즈를 잘 이해하는 소비자라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모든 면에서 궁극(Ultimate)을 추구하는 소니 바이오 Z 시리즈의 2011년 모델을 자세히 살펴보자.
동급 최고 수준의 휴대성
바이오 Z 시리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으로 얇다. 그리고 가볍다. 이는 2011년형 제품도 마찬가지다. 한 번 들어보면 웬만한 주간 잡지 수준의 무게인데, 이 정도로 가벼운 제품은 소니 뿐 아니라 타사의 노트북 중에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키보드는 요즘 유행하는 아이솔레이트(분리형) 방식이며, 하단에 백라이트(조명)이 있어서 어두운 곳에서 타이핑을 할 때 유용하다. 그리고 모니터는 13.1인치로 소형이지만, 해상도가 풀HD급(1920 x 1080)이라 선명도가 매우 높다. 다만 화면 크기에 비해 해상도가 너무 높으면 글자가 너무 작게 표시되어 불편할 수 있으니, 윈도우 7의 디스플레이 옵션에서 글자 크기를 ‘중간’ 이상으로 확대한 후에 쓰는 것이 좋겠다.
화면이 너무 작다고 생각되면 본체에 붙어있는 외부 디스플레이 출력 포트를 사용해 별도의 TV나 모니터에 연결해 사용해도 된다. D-Sub와 HDMI로 외부 디스플레이 장치와 연결이 가능하며, 특히 HDMI를 이용할 경우엔 영상뿐 아니라 음성까지 하나의 케이블로 출력할 수 있으니 편리하다. 실제로 42인치의 HD TV에 바이오 Z를 연결해 풀HD급의 영화를 재생해 보니 화질이나 음향 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출력해 냈다.
참고로, 바이오 Z 시리즈로 정말로 좋은 음향을 듣고 싶다면 본체와 함께 제공되는 바이오 전용 노이즈 캔슬링(Noise Canceling) 이어폰을 꽂아 사용하자.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은 주변의 소음을 감지, 이를 상쇄하는 음파를 내보내 본체에서 재생하는 음향 외의 모든 잡음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덕분에 몰입도가 한층 향상된 음악이나 영화 감상이 가능하다. 참고로 바이오 Z에 제공되는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다른 기기에 꽂거나 바이오 Z에 일반 이어폰을 꽂으니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발휘되지 않았다.
바이오 Z를 위한 변신 아이템, 파워 미디어 독
2011년형 바이오 Z를 2010년형 제품과 비교해보면, 두께가 얇아진 만큼 본체에 ODD(광 디스크 드라이브)가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신 본체와 함께 제공되는 손바닥만한 ‘파워 미디어 독(Power Media Dock)’에 ODD(블루레이 지원)가 달려있다. 이전 바이오 Z 시리즈는 본체에 모든 기능을 몰아넣은 것이 특징이었는데, 이번 제품은 컨셉이 약간 변한 것 같다.
물론 ODD를 쓰기 위해 파워 미디어 독을 들고 다녀야 한다는 아쉬움이 없진 있지만, 어차피 요즘은 CD나 DVD를 쓸 일이 많지 않으니 그리 큰 문제라곤 하기 힘들다. 이동 시에는 노트북 본체만 들고 다니고, 파워 미디어 독은 집에 두고 쓰면 되겠다. 그래도 큰 불편함은 없다. 기존 바이오 Z 시리즈 사용자들이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의견이 엇갈릴 듯 하다.
그리고 파워 미디어 독은 단순한 외장형 ODD가 아니다. 여기에는 총 3개의 USB 포트와 2개의 외부 디스플레이 출력 포트(D-Sub, HDMI 각각 1개), 그리고 1개의 유선 랜 포트 등이 달려있다. 특히 3개의 USB 포트 중에 1개는 기존의 USB 2.0에 비해 10배 이상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USB 3.0 규격이라 앞으로 쓰임새가 많다.
그리고 바이오 Z 자체 모니터와 본체에 달린 2개의 외부 디스플레이 출력 포트(D-Sub, HDMI) 중 1개, 파워 미디어 독에 달린 2개의 외부 디스플레이 포트를 동시에 이용하면 총 4개의 화면을 동시에 띄울 수 있다. 평소 여러 개의 화면이 필요한 사용자(주식 투자가 등)라면 매우 유용할 듯 하다.
파워 미디어 독의 또 한가지 특징이라면 내부에 고성능 그래픽카드(라데온 HD 6730)을 내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파워 미디어 독이 분리된 상태에서는 노트북 본체에 있는 인텔 내장 그래픽을, 연결된 상태에서는 라데온 HD 6730을 사용해 그래픽 성능을 높이는 구조다. 인텔 내장 그래픽은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편이라 게임 등을 하기엔 적합하지 않지만 전력 소모가 적은 장점이 있으며, 라데온 HD 6730은 그 반대다. 이런 특성을 이용해 노트북 단독으로 사용할 때는 성능보다는 휴대성을, 파워 미디어 독이 결합된 상태에서는 휴대성보다는 성능을 극대화한 상태로 사용할 수 있다.
웬만한 데스크탑을 압도하는 높은 사양
앞서 말한 것처럼 2011년형 바이오 Z는 시리즈 전통대로 전반적으로 높은 성능을 갖추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라데온 HD 6730 그래픽카드 외에도 인텔 2세대 코어 i7 2620M CPU(2.7GHz)와 8GB의 넉넉한 메모리, 그리고 총 256GB(128GB x 2)의 SSD(Solid State Disk)까지 갖췄다. 이 정도면 노트북 중에서는 최상위급이고 어지간한 데스크탑 PC보다도 나은 수준이다.
이 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것이 SSD다. SSD는 자기디스크 기반의 하드디스크와 달리, 반도체(플래시메모리)를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므로 처리속도가 매우 빠르다. 특히 2011년형 바이오 Z의 경우 128GB의 SSD 2개를 RAID(레이드)0 형식으로 연결해 속도를 한층 더 높였다. RAID0는 2개의 저장장치를 하나의 드라이브로 묶어서 쓰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렇게 하면 하나의 데이터를 양쪽의 저장장치에 절반씩 분산하여 담게 된다. 단일 저장장치를 쓸 때에 비해 절반의 시간으로 같은 데이터를 읽거나 쓸 수 있어서 그만큼 속도가 향상된다.
SSD와 같은 고속 저장장치의 성능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체감하려면 운영체제의 부팅 시간을 측정해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2011년형 바이오 Z의 전원 버튼을 누르고 윈도우 7의 부팅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의 시간(바탕화면 표시 후 최종 사용 준비단계)을 측정해 보니 약 20초가 걸렸다. 하드디스크를 탑재한 비슷한 사양의 노트북 부팅 시간이 50초 이상 걸리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RAID0 방식으로 구성한 SSD의 속도가 어느 정도 빠른지 짐작이 될 것이다. 윈도우 부팅 뿐 아니라 각 프로그램으로 데이터 파일을 불러 들일 때도 SSD의 성능적 특징은 도드라진다.
게임 성능도 ‘문제 없음’
바이오 Z 정도의 사양이라면 게임 구동 성능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온라인 RPG인 ‘아이온’을 구동, 그래픽 옵션을 ‘품질’, 해상도 옵션을 ‘1920 x 1080’에 설정하고 플레이했다. 많은 수의 플레이어가 접속하는 ‘베르테론 요새’ 근처에서 퀘스트를 수행하고 사냥을 하는 방식으로 30여분 정도 플레이 해보며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플레이어가 많은 곳에서는 평균 초당 30 프레임 근처, 많지 않은 곳에서는 평균 초당 50 프레임 가량을 유지하면서 데스크탑에 버금가는 만족할 만한 성능을 보여줬다. 다만 이는 라데온 HD 6730 그래픽카드를 내장한 파워 미디어 독을 꽂은 경우이며, 노트북 본체만으로(즉 내장 그래픽으로) 게임을 구동할 경우에는 위 결과의 절반 정도로 프레임이 저하된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상위 1%만을 위한 성능, 그리고 가격
2011년형이 되어서도 바이오 Z 시리즈는 여전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전 모델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본체와 파워 미디어 독을 분리하는 방법으로 다양한 사용 패턴에 최적화를 꾀했으며, RAID0 방식으로 SSD를 탑재하는 과감한 구성으로 성능도 극대화했다. 이 정도면 사실 뭐라고 아쉬운 소리를 할 구석이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보급형 노트북 2~3대 가격이 달하는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는 점 역시 변함이 없다. 경제성까지 따지면서 성능과 휴대성이 둘 다 필요하다면, 중고급 데스크탑 1대와 보급형 노트북 1대를 각각 사서 쓰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다만, 3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소니 바이오 Z 시리즈는 매년 새로운 모델이 출시되고, 또 일정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는 분명히 이런 제품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는 소비자군이 존재하고 있다. 그들이 이른 바 ‘상위 1%’의 선택 받은 사용자일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