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mm에 담긴 테라급 용량, WD 스콜피오 블루 WD10JPVT
PC 시장에서 노트북 판매량이 데스크탑을 능가하게 된지가 제법 되었다. 요즘 데스크탑 광고를 정말 보기 힘들 정도다. 다만, 노트북은 아무래도 데스크탑에 비해 사양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되어왔다, 특히 하드디스크의 데이터 저장 용량을 비교해 보면 데스크탑의 경우 1TB(테라바이트, 1000GB)급은 물론, 2TB를 넘는 제품도 간간이 보이는데 반해, 노트북의 경우 기껏해야 500GB 전후인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양 기기가 사용하는 하드디스크의 규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본체 내부 공간에 여유가 많은 데스크탑은 3.5인치 크기의 하드디스크를 사용하는 반면, 휴대성이 중요한 노트북은 2.5인치 크기의 하드디스크를 사용한다. 당연히 3.5인치 하드디스크가 고용량 제품 개발에 훨씬 유리하다.
물론 2.5인치 하드디스크 중에도 용량이 1TB에 달하는 제품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제품들은 일반 2.5인치 하드디스크에 비해 두께가 두꺼워서 몇몇 노트북이나 외장하드에 장착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웨스턴디지털이 슬림한 두께의 2.5인치 규격 하드디스크인 스콜피오 블루(모델명: WD10JPVT)를 내놓고 본격 판매에 나섰다. 테라급 노트북을 꿈꾸는 소비자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2.5인치 하드디스크, 웨스턴 디지털 스콜피오 블루 WD10JPVT를 살펴보자.
용량은 ‘빵빵’, 두께는 ‘날씬’
웨스턴디지털 스콜피오 블루 WD10JPVT 에서 주목할 점은 저장 용량은 1TB인데 두께는 9.5mm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기존 1TB 용량의 2.5인치 하드디스크는 두께가 12.5mm에 달해서 일부 노트북에 장착할 때 곤란을 겪곤 했는데, 스콜피오 블루 1TB라면 이런 걱정을 덜 수 있다.
실제로 12.5mm 두께의 1TB 하드디스크, 도시바의 ‘MK1059GSM’를 에이서 ‘8481G’ 노트북에 장착하려고 하면, 하드디스크 베이의 크기가 맞지 않아 베이에 넣은 후 커버를 닫을 수 없다. 이래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반면 스콜피오 블루 WD10JPVT는 원활히 장착이 가능했으며, 시스템에서도 하드디스크를 정상적으로 인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시중에 팔리는 대부분의 노트북 및 외장하드 케이스와 호환
스콜피오 블루 WD10JPVT의 외부 연결 인터페이스는 요즘 PC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SATA 2.0(전송 속도 최대 3Gbps) 방식이다. 따라서 노트북뿐 아니라 데스크탑 및 외장하드에도 제한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최근 보급이 시작되고 있는 SATA 3.0(전송 속도 최대 6Gbps) 규격이 아닌 것이 약간 아쉽지만 수치적인 사양에 비해 SATA 2.0과 SATA 3.0의 체감 속도 차이는 크지 않은 편이라 문제될 것은 없다.
그 외의 살펴볼 사양은 플래터(데이터를 기록하는 자기 디스크)의 회전 속도 및 버퍼 메모리(임시 저장공간)의 용량이다. 회전속도가 높아지면 데이터를 읽거나 쓰는 속도가 빨라지며 버퍼 메모리가 크면 한 번에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 스콜피오 블루 WD10JPVT는 5,400RPM의 회전속도 및 8MB의 버퍼 메모리를 갖췄는데 이는 최근 주로 사용되는 2.5인치 하드디스크의 평균 사양이다. 만약 좀 더 고성능을 원한다면 20~30%정도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상위 모델인 ‘스콜피오 블랙(회전속도 7,200RPM, 버퍼메모리 16MB)'을 선택하도록 하자.
성능은 쓸만한가?
그렇다면 스콜피오 블루 WD10JPVT의 실제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간단한 시험을 해보도록 하자. 스콜피오 블루 WD10JPVT의 비교대상은 같은 1TB용량의 2.5인치 하드디스크인 도시바의 MK1059GSM이다. 양쪽 제품은 내부 사양(회전속도, 버퍼메모리 등)이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스콜피오 블루 WD10JPVT의 두께가 더 얇기 때문에 혹시나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될 수도 있다.
이번 테스트는 소니의 ‘바이오 Z’ 노트북에 2개의 하드디스크를 꽂을 수 있는 외장 하드 케이스(USB 3.0 규격)를 연결한 뒤 여기에 하드디스크를 동시에 꽂고 진행했다. 우선은 하드디스크의 성능을 측정하는 ‘HD TUNE’ 프로그램을 이용해 데이터 전송률 수치를 측정해봤다.
테스트 결과, 두께가 얇은 스콜피오 블루 WD10JPVT가 기존 비교 제품에 비해 10MB/s 정도 높은 평균 데이터 전송률을 내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다만, 테스트 수치가 높아도 실제 사용에서는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다음에는 해당 하드디스크로 직접 파일 복사 작업을 하며 속도를 측정해 봤다. 약 4GB 용량의 파일을 노트북에서 각 하드디스크로 전송, 작업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걸린 시간을 기록했다.
테스트 결과, 스콜피오 블루 WD10JPVT가 비교 제품에 비해 10% 정도 빠르게 파일 복사 작업을 끝낼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체감상 큰 차이는 없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이보다 큰 파일, 혹은 많은 파일을 읽거나 쓰는 작업이 빈번할 경우 작업 효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참고로, 스콜피오 블루 WD10JPVT가 도시바의 MK1059GSM에 비해 얇은 것은 내부 플래터(데이터를 저장하는 자기 디스크)의 장 수가 적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플래터 장 수가 적으면 그 수만큼 여러 번 나누어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으므로 성능을 높이는데 유리하다.
영화 파일 500여 개도 ‘너끈’
대용량 하드디스크의 매력이라면 역시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스콜피오 블루 WD10JPVT를 PC에 설치하면 총 용량이 931GB로 표기되는데, 이는 제품 이상이 아니라 정상적인 현상이다. 윈도우 등의 운영체제에서는 2진수 방식으로 데이터 용량을 계산하지만 저장매체 제조사에서는 10진수 방식으로 계산한 용량을 표기하기 때문. 따라서 2진수 방식으로 계산한 스콜피오 블루 WD10JPVT 1TB 버전의 실제 용량은 1,048,576MB가 아닌 1,000,000MB다. 여기에 디스크 포맷을 하면 더욱 용량이 줄어든다.
하지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 931GB라고 해도 매우 방대한 용량임은 변함이 없다. 참고로 720 x 480 해상도의 Xvid 코덱으로 인코딩된 1시간 30분짜리 영화 파일 하나의 용량은 2GB 정도다. 단순 계산으로도 총 465편의 영화 파일을 담을 수 있다는 말이다. 어지간해서 이 정도의 용량을 다 채우는 것도 쉽지는 않다.
노트북용 테라 급 하드디스크 시대의 본격 개막
이번에 소개한 웨스턴디지털의 스콜피오 블루 WD10JPVT는 노트북용 테라급 하드디스크의 본격적인 보급을 이끌 제품이다. 호환성이나 성능 면에서 만족스러우며, 가격 역시 10만원 대 초반(2011년 8월 기준)으로 합리적인 편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하드디스크가 SSD(Solid State Disk: 반도체 기반의 저장장치)에 밀려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들이 제법 있지만, 그 시기는 아직 먼 미래다. 현재 하드디스크 진영은 굳건하다. 스콜피오 블루 WD10JPVT 같은 제품이 꾸준히 나와주는 것이 그 증거일 것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