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장하드, 어디까지 써 봤니?
시게이트 USB 3.0 외장 하드디스크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
파일이나 폴더를 복사/이동할 기회가 잦은 사용자라면 대게 USB 메모리나 USB 외장 하드디스크(이하 외장 하드)를 활용한다. USB 메모리는 크기는 대단히 작아 휴대가 간편하지만, 용량이 수 GB~수십 GB에 불과해 대용량 파일을 저장, 복사/이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2011년 9월 현재 시판 중인 USB 메모리는 64GB가 최대 크기). 또한 가격대비 용량도 외장 하드에 비해 낮은 편이다.
반면 외장 하드는 노트북에 들어가는 2.5인치 하드디스크를 내장하여 손바닥만한 크기에 수백 GB ~ 수 TB 용량까지 저장할 수 있으며, 대부분 USB 케이블만 컴퓨터와 연결하면 즉시 사용할 수 있어 편의성 면에서는 USB 메모리 못지 않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전송 속도가 대폭 빨라지고 용량도 확 늘어난 ‘스토리지’급 외장 하드가 출시되어 외장 하드 사용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드디스크 분야에서 빠질 수 없는 브랜드인 ‘시게이트(Seagate)’는 천편일률적인 외장 하드 시장에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필요에 따라 다양한 커넥터를 선택, 장착하여 USB 포트, e-SATA 포트, 파이어와이어(IEEE1394) 포트 등으로 컴퓨터와 연결할 수 있는 독특한 외장 하드다. 이들 3개 포트는 대부분 노트북에 통용되는 것으로, 각 포트 별로 전송속도의 차이가 있다(아래 표 참고).
무려 1.5TB 용량의 소형 외장 하드, 고플렉스 USB 3.0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트북용 하드디스크 용량의 주류는 300~500GB 정도였다. 1TB(테라바이트, 약 1,000GB) 이상의 하드디스크로는 주로 데스크탑용 제품이 많았는데, 노트북용도 이제 테라바이트급 제품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시게이트 ‘프리에이전트(FreeAgent) 고플렉스(GoFlex) 울트라-포터블 드라이브 USB 3.0(이름 참 길다. 이하 고플렉스 USB 3.0)’은 이름에서 보듯 USB 3.0 규격을 지원하는 1.5TB 용량의 소형 외장 하드다.
USB 3.0과 용량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다시 언급하고, 일단 고플렉스 USB 3.0의 외형을 먼저 훑어 본다.
크기는 성인 남자의 손바닥 만하다. 혹은 조금 큰 스마트폰(5인치 화면)이나 PMP 정도이기도 하다. 다른 외장 하드와 현저하게 크지도 작지도 않다. 두께는 약 15mm 정도, 무게도 약 150g 정도라 남녀노소 누구라도 사용 상 불편은 없으리라 판단된다.
고플렉스 USB 3.0은 커넥터 부분을 잡아 뺄 수 있는데, 앞서 언급한 대로 원하는 포트에 맞게 커넥터(시게이트는 ‘모듈’이라 부르고 있다)를 바꿔 끼울 수 있다. 본 리뷰에 사용된 제품에는 USB 3.0 커넥터만 포함되어 있으며, 각 포트별 커넥터는 별도로 판매된다(다만 가격이 약 3~4만원 대라 만만치 않다).
포트 커넥터를 빼면 데스크탑용 하드디스크를 연결하는 방식인 S-ATA 단자(데이터 단자, 전원 단자)가 보이는데, 경우에 따라 S-ATA 데이터 및 전원 케이블을 직접 연결할 수도 있다. 그럴 기회가 얼마나 있겠느냐고? 일반적인 사용 환경이라면 거의 없을 수 있어도, USB 2.0 포트만 있는 데스크탑에서 긴급하게 대용량 파일(수십 GB 정도)을 복사하려는 경우라면, 데스크탑 내부의 S-ATA 케이블로 연결하는 게 파일 복사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더구나 S-ATA 단자가 외부로 노출되어 있는 데스크탑(주로 PC방용) 케이스라면 효용성은 보다 높아진다(USB 3.0 입출력 성능에 대해서도 아래에서 자세하게 다룬다).
고플렉스 USB 3.0은 커넥터에 달린 케이블로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의 USB 포트에 꽂으면 약 5초 이내에 인식된다(MS 윈도우 운영체계 기준). 컴퓨터에서 분리할 때는 원칙적으로 윈도우의 ‘하드웨어 안전하게 제거’ 기능을 통해 분리하는 게 바람직하다(특히 데이터는 안전이 제일이다).
1.5TB 용량이지만 윈도우 운영체계에서는 약 1.47TB로 인식되며, 실제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은 1.36TB 정도다. 이러한 용량의 차이는 실제 디스크의 용량(2진수 표기)과 이를 표기하는 방법(10진수 표기)이 서로 다름으로 인한 것이라 하드디스크 자체의 문제는 아니다.
한편 고플렉스 USB 3.0에는 몇 가지 프로그램이 기본 저장돼 있는데, ‘Setup.exe’ 파일을 실행하면 ‘시게이트 대시보드(Seagate Dashboard)’ 프로그램이 설치된다. 여기에는 주기적으로 데이터를 백업하는 ‘인스턴트 백업(Instant Backup)’, 컴퓨터와 파일을 동기화하는 ‘메메오 싱크(Memeo Sync)’, 대용량 파일을 간편하게 전송할 수 있는 ‘메메오 센드(Memeo Send)’, 사진이나 동영상을 공유하는 ‘메메오 쉐어(Memeo Share)’ 등이 포함된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아도 외장 하드로 사용하는데 전혀 지장은 없다. 다만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제공되는 것이니, 다른 건 몰라도 인스턴트 백업은 설치하여 고플렉스에 저장된 중요한 파일을 주기적으로 백업하는 것이 좋겠다.
백업/복원 프로그램 사용법도 간단하다. ‘고급 옵션’에서 백업하려는 대상 폴더를 지정하고(여기서는 ‘내 문서’ 폴더) 백업 시작 버튼을 누르면 백업이 진행된다. 백업 결과는 고플렉스 내 ‘사용자이름_백업’이라는 폴더로 고스란히 저장된다. 백업한 날짜/시간 별로 폴더가 생기므로 원하는 시점의 백업본으로 복원할 수 있다. 없을 땐 모르는데 이런 백업 프로그램 한번 써 보면 그 유용함을 깨닫는다. 특히 외장 하드에서는.
참고로 고플렉스를 제거해도 인스턴트 백업은 최소 상태로 실행되어, 컴퓨터에 꽂을 때마다 백업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백업한다. 즉 백업 대상 폴더에 새 파일이 추가되거나, 기존 파일이 변경되면 이를 즉시 백업하게 된다.
USB 3.0, 과연 얼마나 빠른가 - 입출력 속도 체감
고플렉스 USB 3.0의 가장 큰 특징은 1.5TB의 고용량보다는 USB 3.0 규격 지원이다. 정확히 말하면 USB 3.0을 지원하는 커넥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본 리뷰어 판단에는 USB 2.0 규격 2TB 외장 하드보다 USB 3.0 규격 1TB 외장 하드가 훨씬 낫다. USB 3.0이 그렇게 쓸 만 한가? 아래 입출력 성능 측정 결과를 보자.
USB 2.0의 이론적 최대 전송 속도는 초당 480Mb, 즉 MB로 환산하면 초당 60MB(480 / 8) 정도다. USB 3.0은 최대 초당 5,000(5G)Mb, 즉 약 630MB(5000 / 8) 정도다(물론 실제 전송 속도는 이를 훨씬 못 미친다). ‘수치로만 따지면’ 약 10배 정도 USB 3.0이 빠른 셈이다. 또한 USB 3.0은 e-SATA 규격과 전송 속도가 거의 비슷하다. 이는 곧, 내장형 S-ATA2 하드디스크(3Gbps)와도 비슷한 성능을 발휘함을 의미한다(외장형 e-SATA 규격과 내장형 S-ATA2 규격의 최대 전송 속도는 동일하다).
하드디스크의 데이터 입출력 성능을 측정하는 ‘HD Tune Pro’라는 프로그램으로, S-ATA2 내장 하드디스크, USB 2.0 외장 하드, 그리고 고플렉스 USB 3.0의 성능을 각각 측정했다.
역시 이론적 수치와는 큰 차이가 있지만, USB 3.0 규격이 2.0에 비해 대략 3배 정도 성능(읽기)이 높은 것으로 측정됐다. 이론적인 10배는 아니어도 이 정도면 극명한 성능 차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또한 내장형 S-ATA2와 비슷한 결과다. 즉 USB 3.0 규격은 외장 하드지만 내장형 드라이브로 사용하기에 성능적 문제가 없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파일 복사/이동 테스트를 수행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10GB짜리 압축 파일을 USB 2.0, USB 3.0 규격을 통해 복사하며 완료 시간을 측정해 보니, USB 2.0에 비해 50% 이상 복사 시간이 단축됐다. 단축 시간이 2분 30여 초에 불과하지만 이러한 복사 작업을 하루에 10번 이상 수행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약 30여 분 이상 작업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된다. 비즈니스 일상에서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보고 있는가, 내장 하드
흥미 있는 테스트를 해 봤다. USB 3.0 외장 하드가 내장 하드와 비슷한 성능을 낸다면, 아예 윈도우를 깔아 사용하거나 게임이나 각종 프로그램을 설치해 구동할 수 있을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 위에서 확인한 성능 결과만 놓고 보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우선 고플렉스 USB 3.0에 윈도우 설치를 시도했다. 결과는... 설치 불가다. 외장 하드 설치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운영체계의 안정성을 위한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처럼 외장 하드에 자신만의 운영체계 환경을 설치해 놓고 어느 컴퓨터든 USB 포트에 꽂아 부팅해서 사용할 수 있다면 정말 매력적이지 않을까? 언젠가는 그리 되리라 생각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윈도우와 같은 운영체계가 아예 필요 없게 될 수도 있다(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이 그러하다).
운영체계는 안되지만, 프로그램이나 게임 등은 설치, 실행이 가능했다. 문서 작성용 프로그램부터 사진 뷰어, 압축 프로그램, 동영상 플레이어 등 설치도 실행도 내장 하드와 별반 다르지 않다. 게임도 마찬가지. 온라인 스포츠 게임(프리스타일), FPS 게임(아바, 서든어택)도 잘 깔리고 잘 실행되고 잘 플레이됐다. 게임 도중 행여 멈추거나 튕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는데 약 1시간 동안 아무 문제 없었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이 설치된 외장 하드를 다른 컴퓨터에 꽂는다 해서 그대로 실행되는 건 아니다(프로그램에 따라 실행될 수도 있다). 원칙적으로는 안되는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본 리뷰어가 이런 테스트를 수행한 건 위에서 언급했듯, 고플렉스 USB 3.0을 내장 하드처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입출력 성능이 뒷받침하느냐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다만 오랜 동안 테스트하지는 않았기에 프로그램의 안정성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지만, 고플렉스처럼 USB 3.0 규격을 지원하는 외장 하드라면 일반 내장 하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 성능을 발휘함은 목격할 수 있었다. 어쩌면 훗날 MS가 윈도우 운영체계와 오피스 제품군이 미리 설치된 USB 외장 하드를 판매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나라면 고플렉스 USB 3.0을 이렇게 사용하겠다’
본 리뷰어에게 있어 윈도우 폴더 중 가장 중요한 건, ‘c:\Windows’도 ‘c:\Program Files’도 아닌 ‘내 문서’ 폴더다. 이 안에 업무적 필수 문서와 정보가 다 들어 있기 때문이다. 행여 바이러스가 걸리거나 하드디스크에 오류가 생겨 데이터가 손상되면 자신은 물론 팀 업무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래서 나름대로 ‘내 문서’ 폴더를 부분적으로 백업하고 있다(용량이 제법 크다).
본 리뷰어라면 고플렉스 USB 3.0을 ‘내 문서’ 전용 외장 하드로 사용하겠다(내 문서 대상 폴더를 고플렉스로 지정하면 된다-사진 참고). 일단 파일 입출력 속도에서 내장 하드와 맞먹으니 문서, 사진, 동영상 편집/저장에 불편 없으리라 본다. 더구나 용량이 1.5TB니 취재/리뷰용 사진도 얼마든지 함께 저장할 수 있다. 그리고 업무 상 장시간 외근이나 출장이 잦은데, 이때도 내 문서 폴더를 통째로 들고 나갈 수 있으니 외근지에서도 노트북(당연히 USB 3.0 포트 지원)으로 사무실에 있는 것처럼 일할 수 있다.
다만 착탈이 잦은 이동형 외장 하드기에 아무래도 충격으로 인한 데이터 손실이 우려되므로, 컴퓨터의 ‘내 문서’ 폴더를 실시간 동기화(백업)하도록 설정해도 좋다. 어차피 컴퓨터로 작업하는 내용이 실시간으로 고플렉스에 저장되니 외근 시 가지고 나가면 된다. 만약 고플렉스가 고장나거나 분실해도 컴퓨터 ‘내 문서’ 폴더는 그대로니 그나마 안심할 수 있다.
150g짜리 본체와 USB 케이블만 하나 챙기면 되니 휴대가 번거로운 것도 아니다. 테스트한 바로는 1m 이상의 USB 연장 케이블에 연결하지 않는 이상, 데스크탑 전후면 USB 포트, 노트북 USB 포트에 꽂으면 곧바로 인식했다. 즉 전원이 따로 필요 없다.
고플렉스 USB 3.0 1.5TB 외장 하드는 2011년 8월말 현재 인터넷 최저가가 17만원 선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USB 3.0 지원’+ ‘2.5인치 크기’+ ‘1.5TB 용량’을 조건으로 검색하면 사실상 이 제품, 시게이트 프리에이전트 고플렉스 USB 3.0 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 사양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끝으로, 고플렉스 USB 3.0은 애플 맥킨토시 컴퓨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고플렉스를 맥북 에어나 미니맥 등의 USB 포트에 연결하면 ‘타임머신(Time Machine)’ 기능을 통해 맥OS의 데이터를 백업할 수 있다. 다만 타임머신 기능을 사용하면 일반 컴퓨터(IBM 호환)와 연동 사용할 수 없다. 맥OS용 파일 시스템인 HFS+로 하드를 포맷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임머신 기능이 아닌 일반 컴퓨터와 맥 컴퓨터 간의 파일 이동이 목적이라면 평소대로 사용하면 된다.
건의사항 있습니다!!
첫째, 각 포트별 커넥터 가격이 부담스럽다. 첨단 기술이 적용된 게 아님에도(사실 이 커넥터가 고플렉스의 핵심이긴 하다) 연결 케이블 하나에 3~4만원이라면 제 아무리 간편하고 유용하도 쉽게 구매하기 어렵다. 참고로 USB 3.0 커넥터는 (S-ATA 단자 배열만 맞으면) 다른 노트북용 하드디스크에도 끼워 사용할 수 있다.
둘째, 외장 하드다 보니 작동 중에 이리저리 움직이거나 흔들면 디스크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파일 복사 중 본체를 손에 들고 움직여 보니 복사 작업이 중단되거나 USB 연결이 끊기는 현상이 발생하곤 했다. 물론 이는 고플렉스 만의 문제는 아니고, USB 외장 하드라면 품고 있는 태생적 문제다. 따라서 작동 중에는 가급적 만지지 않은 게 좋다.
셋째, USB 케이블 길이가 짧은 감이 있다. 휴대성을 위해 짧게 제작한 것으로 추측되지만,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될 것으로 고려하여 케이블을 조금 더 길게 뽑았으면 좋았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케이블이야 둘둘 말아 휴대하면 되니 조금 더 길다 해서 크게 불편하지는 않으리라.
넷째, 데이터 입출력 작업 중일 때 깜빡깜빡 거리는 표시등이 없다. 커넥터 부분에 백색 LED가 있지만, 이는 ‘온라인’ 상태임을 나타낼 뿐 디스크 작동 상태는 보여주지 않는다. LED 2개 중에 하나는 이를 표시할 수 있으면 좋을 듯하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