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플레잉 게임이 현실 속으로, 체험 테마파크 ‘라이브파크’ 런칭
관람객의 얼굴을 꼭 닮은 토끼 아바타가 화면에 등장한다. 관람객이 손을 들면 아바타도 똑같이 손을 들어 흔드는 시늉을 하고, 관람객이 이동하면 아바타도 따라서 자리를 옮긴다. 이처럼 관람객은 달에 사는 토끼 화면 속 ‘노이(Noi)’가 되어 흩어졌던 월계수 씨앗을 모으고 지구로부터 멀어져 버린 달을 제자리로 돌려 놓아야 한다. 하지만, 모든 관람객이 동일한 체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임무를 어떻게 수행하느냐에 따라 개인별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마치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는 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게임(MMORPG)처럼. 이것이 세계 최초 체험 테마파크 ‘라이브파크’의 첫 번째 이야기다.
체험형 게임, 증강현실, 홀로그램 등으로 꾸며진 테마파크가 일산 킨텍스에 들어선다. 지난 30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및 플랫폼 기업 디스트릭트(대표 최은석, www.dstrict.com)는 영등포 CGV에서 체험형 테마파크 라이브파크를 소개하고 첫 에피소드 ‘노이 라이브(Noi Live)’ 베타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라이브파크는 총 제작비 100억 원, 제작기간 2년이 소요된 도심 속 테마파크로, 기존 테마파크에 공연, 게임, 전시를 융합시킨 새로운 형태의 놀이공간이다. 최근 영화업계에서 4D 영화(3D 입체영상에 의자 움직임, 물 분사, 향기 등의 특수효과를 추가한 영화)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라이브파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관람객이 이야기의 주체가 되는 즉, 한 단계 더 진화한 4D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관람객은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생성한 후 이 아바타를 통해 게임을 하고 공연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MMORPG를 현실로 옮겨온 셈이다.
디스트릭트 최은석 대표는 “기존 테마파크도 관람객이 주인공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주인공이 아니라 실감나게 관람하는 구경꾼일 뿐”이라며, “라이브파크에는 MMORPG 요소를 도입해 관람객들이 직접 퀘스트를 수행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이 보면 건방지다고 욕할지 모르겠지만 라이브파크가 현실과 가장 가까운 가상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콘텐츠를 교환해 재방문 유도할 것
라이브파크는 8개의 어트랙션(체험관)으로 구성된다. 먼저 ‘라이브모바일’에서는 스마트폰을 게임 콘트롤러로 활용해 다른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어 ‘라이브스테이션’에서는 사진을 찍어 자신과 닮은 아바타를 생성하게 된다. 여기에는 ‘연예인 닮은꼴 찾기’ 등의 모바일용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에서 주로 사용되는 얼굴인식 기술이 사용됐다.
‘라이브봇’에서는 로봇과 실시간 3D 프로젝션 영상을 결합한 공연이 펼쳐지며, ‘라이브캡슐’에서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로봇이 등장한다. 여기까지는 예고편에 불과하다.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체험은 바로 이 뒤에 있다. ‘라이브360’에서 360도 입체영상공연을 통해 전체 스토리를 감상한 후, ‘라이브플레이’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이 결과에 따라 마지막 홀로그램 공연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할 수 있다.
‘라이브미로’에서는 관람객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불빛과 미로를 체험할 수 있으며, 마지막으로 ‘라이브홀로’에서는 인기스타의 영상, 아바타, 사용자가 함께 만드는 초대형 홀로그램 콘서트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이 8개 어트랙션은 기본 뼈대에 불과하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교체해 상영하듯, 라이브파크는 약 8개월 주기로 8개 어트랙션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 첫 번째 콘텐츠가 바로 멀어져 가는 달을 붙잡기 위한 달 토끼와의 여행, 노이 라이브다. 현재 디스트릭트 측은 콘텐츠의 완성도가 약 60%이며, 나머지 부분은 9월부터 용인에서 실시하는 시범 테스트를 통해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콘텐츠가 완전히 갖춰지면, 시설을 일산 킨텍스로 옮겨 라이브파크를 정식 오픈하게 된다.
노이 라이브 이후의 차기 콘텐츠도 이미 준비 단계에 접어들었다. 두 번째 콘텐츠는 현재 3D 영화로 제작중인 ‘한반도 공룡’이다. 한반도 공룡의 제작자 민병천 감독은 이 날 간담회에 참석해 “한반도 공룡의 라이브파크 버전을 3개월간 작업했다”라며, “새로운 매체를 통해 관람객과 의사소통을 하고 싶은 꿈이 있었는데, 이번 작업을 통해 그 꿈이 이루어질 것 같다”라고 밝혔다.
세 번째 콘텐츠는 아시아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내용을 그릴 계획이다. 이에 서극 감독과 다양한 협업을 논의 중이다. 그는 간담회 전날 한국을 찾아 라이브파크를 직접 체험했으며, 이 날 간담회에도 모습을 드러내 많은 관심을 받았다. 또한, 그는 “디스트릭트처럼 재능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라며, “라이브파크에 응원과 지지를 보낸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국내는 좁다, 해외 시장이 목표
라이브파크는 오는 12월 일산 킨텍스에서 정식으로 공개되지만, 이는 사실 단기 쇼케이스에 가깝다. 국내에서는 관람객을 끌어 모으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 디스트릭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국내 공연을 통해 시장성을 타진하고 투자자를 끌어 모아 1년 뒤 홍콩이나 싱가폴 등지에 영구적인 형태의 라이브파크를 짓겠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국내 예상 관람객 수는 최대 60만 명”이라며, “이 시도를 통해 해외에 10개의 라이브파크를 만드는 게 진짜 목표”라고 밝혔다.
기자의 눈으로 바라본 행사
디스트릭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라이브파크가 정말 완벽에 가까운 가상현실 콘텐츠일까? 현재 공개된 홍보용 동영상과 사진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백문이 불여일견, 라이브파크가 한국 콘텐츠 비즈니스의 미래일지 단순히 기존 전시 및 공연을 포장한 것에 불과할지는 직접 체험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팸투어가 9월 초부터 시작된다. 이에 IT동아는 직접 라이브파크를 둘러보고 각 콘텐츠가 엔터테인먼트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는지 점검하고자 한다. 최근 몇 년간 ‘유망주’에 머물러 있는 가상현실 분야가 라이브파크를 통해 한 단계 발전하길 기대한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