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무선 디스플레이(와이다이) 보급에 팔 걷다
세계 1위의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 제조사이자 PC 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인텔(Intel)이 최근 무선 디스플레이(Intel Winreless Display) 기술 보급을 위해 팔을 걷었다. 일명 와이다이(WiDi)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케이블 연결 없이 TV나 모니터, 빔 프로젝터 등의 디스플레이 장치에 노트북 화면을 전송해 감상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와이다이 기술은 올해 초 인텔에서 신형 CPU인 2세대 코어 시리즈(코드명: 샌디브리지)를 내놓으며 함께 소개된 것으로, 이 기술을 이용하면 노트북에 달린 와이파이(Wi-Fi: 무선랜) 기능을 이용해 풀 HD(1080p)급 고화질 영상 및 5,1채널 입체 음향을 함께 전달할 수 있다. 특히 이 기술은 노트북과 대형 TV를 연결해 영화를 감상하거나 빔 프로젝터로 프레젠테이션 등을 진행할 때 유용하다(예전에도 인텔에서 같은 기술을 개발한 적이 있지만 그 당시에는 최대 HD급(720p) 영상까지만 전송 가능해 효용성이 다소 떨어졌다).
그리고 최근부터 인텔은 2세대 코어 시리즈를 탑재한 노트북 제조사에게 노트북 출고 시 와이다이 기능을 사용하기 위한 전용 프로그램을 기본 탑재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노트북 홍보 시에도 와이다이 기능의 유용성을 적극 알릴 것을 내심 바라고 있다.
이에 오는 31일, 인텔코리아는 와이다이 기술의 정의 및 특징을 소개하고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기자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와이다이 기술이 적용된 노트북 및 관련기기가 전시되며, 설치와 사용법, 성능 등을 시연할 예정이다.
이렇게 인텔이 와이다이 기술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는, 우선적으로 최근 IT시장 전반에 불고 있는 ‘N스크린’ 열풍과 무관하지 않다. N스크린이란 하나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다수의 기기에서 연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기술 및 서비스를 뜻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노트북에서 보던 영화를 TV나 빔 프로젝터와 같은 다양한 기기에서 볼 수 있기를 원하는데, 유선의 한계를 극복한 무선 방식이라면 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와이다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노트북의 사양을 살펴보면 인텔의 의도를 좀 더 명확히 살펴볼 수 있다. 와이다이를 쓰기 위해서는 인텔 2세대 코어 시리즈 CPU와 CPU 안에 내장된 인텔 그래픽 출력 장치, 그리고 인텔의 ‘센트리노’ 무선 랜 카드가 필요하다. 따라서 CPU와 그래픽, 무선랜 중 1가지라도 다른 제조사의 것이라면 와이다이 기술을 쓸 수 없다.
그동안 인텔은 CPU 시장의 절대 강자인 것이 확실했지만, 그래픽 칩 부문에서는 게임 구동 성능을 앞세운 엔비디아(Nvidia)와 AMD, 무선 랜 카드 부문에서는 싼 가격이 무기인 리얼텍(Realtek), 라링크(Ralink) 등의 업체와 경쟁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와이다이를 쓰길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난다면 노트북 제조사들은 인텔의 하드웨어만으로 구성된 제품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텔이 와이다이에 걸고 있는 기대가 큰 이유는 이렇게 복합적이다.
다만, 와이다이 기술 보급에 걸림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것은 바로 노트북의 무선 신호를 받아들여 이를 화면으로 출력해야 하는 디스플레이 장치 쪽이다. 현재 시중에 팔리고 있는 TV나 모니터, 프로젝터는 와이다이 수신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 않다. 때문에 와이다이 수신 전용 어댑터를 따로 구매해 디스플레이와 연결, 장착해야 한다. 문제는 와이다이 어댑터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것.
현재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한 와이다이 어댑터는 디링크(D-Link)사의 DHD-131 모델이 유일한데, 2011년 8월 기준으로 이 제품은 인터넷 최저가 18만 원~19만 원 사이에 판매되고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하기엔 다소 부담이 되는 가격이 사실. 해외에는 디링크 이외에도 벨킨(Belkin), 넷기어(Netgear) 등의 제조사도 와이다이 어댑터를 판매하고 있어 비교적 선택의 폭이 넓은 편이며, 가격도 100달러 남짓이라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편이다. 이처럼 국내에도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어야 좀 더 좋은 조건에 와이다이 어댑터를 구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인텔은 현재 TV 제조사들과 접촉해 아예 TV 안에 와이다이 어댑터를 내장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만약 이것이 실현된다면 와이다이 기술 보급이 그야말로 날개를 단 형국이 될 것이 당연지사다. 다만, 인텔과 TV 제조사간의 이해 관계를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와이다이 기술을 체험해 본 소비자 및 업체 관계자에 의하면, 기능이 상당히 유용하며, 사용법도 크게 어렵지 않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와이다이를 원활히 사용할 수 있는 주변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으며, 와이다이 기술 자체가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도 함께 지적하고 있다. 과연 인텔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와이다이를 대중화 시킬 수 있을까? 글로벌 IT기업 인텔의 역량이 지금 시험대 앞에 서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