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보다 나은 아우가 요기 있네? 스틸시리즈 게이밍 마우스 센세이
현직 프로게이머나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지망생, 또는 게임을 전문적으로 즐기는 사용자라면 게이밍 마우스를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취향이라는 게 워낙 천차만별이니 로지텍의 ‘G9X’를 쓰는 사람도 있고, 레이저의 ‘데쓰애더(DeathAdder)’를 쓰는 사람도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이드와인더(Sidewinder)’를 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마우스들은 다소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마니아층을 확보한, 각 제조사들의 대표 게이밍 마우스라고 해도 될 제품들이다.
게이밍 주변기기 전문업체 스틸시리즈도 그런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마우스 자체에 프로필을 저장해 언제 어디서나 똑같은 설정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마우스, ‘자이(Xai)’가 그것이다. 마우스의 전통적인 디자인에 다양한 기능을 갖춘 자이는 2009년 출시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이후 스틸시리즈가 출시한 다른 게이밍 마우스의 모태가 되기도 했다.
2011년, 새롭게 선보인 ‘센세이(SENSEI)’ 역시 자이를 바탕으로 한 마우스다. 사실 센세이는 자이의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색상이 바뀌고 무게가 조금 더 나갈 뿐, 전반적인 디자인이나 크기는 동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로지 성능적인 측면으로만 볼 때, 한층 진일보했다. 센세이에는 펜티엄 75MHz급 CPU와 비슷한 성능인 32비트 프로세서가 탑재되어 최대 감도를 11,400 CPI까지 올릴 수 있다(더블 CPI 모드 적용 시). 또한 마우스를 바닥에서 살짝 떼었을 때 움직임을 멈추는 이그젝트리프트(Exactlift) 기능이 추가됐다. 마지막으로 휠, CPI 표시등, 로고 3군데에 LED를 탑재해 사용자 취향에 맞게 조명을 조합할 수 있다.
아무리 ‘엄친아’라고 불린 자이였더라도, 따끈따끈한 신제품 센세이에게는 당하지 못할 게 자명할 터, 지금부터 자이를 밀어내고 스틸시리즈 대표 게이밍 마우스의 자리를 차지할 센세이를 살펴보자.
센세이의 뜻, 이건 아니잖아요,
스틸시리즈는 일본어에서 영감을 받아 마우스의 이름을 짓는다. ‘이카리’는 분노를 뜻하고, ‘자이’는 재능을 뜻한다. 그렇다면 센세이는 무슨 뜻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직감했을 그것, 바로 선생님을 의미한다.
분노나 재능은 마우스 이름에 제법 어울린다. 하지만 선생님은 다소 생뚱맞게 들린다. 스틸시리즈는 “모든 사람들이 예의를 갖추어 인사를 하는 대상이자, 모두가 알고 싶어하는 비밀에 통달했다는 뜻으로 선생님으로 정했다”라며 “이 이름이 새로운 마우스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즉, 스틸시리즈는 대가(grand master)라는 의미로 센세이를 차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스틸시리즈 글로벌 홈페이지의 센세이 슬로건은 “대가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라(Bow to the master)”로 결정됐다.
평소 일본어를 접할 기회가 없는 스틸시리즈 본사에서는 센세이라는 말이 동양의 신비로 느껴질지는 모르겠지만,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다르다. 상당수 학교가 제 2 외국어로 일본어를 가르치고 있고, 일본어를 잘 몰라도 센세이가 선생님을 뜻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마우스 이름이 선생님이라니, 속된 말로 ‘깨는’ 작명이 아닐 수 없다. 본 리뷰어에게 센세이의 최악의 단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이름이라고 답할 것이다.
자이에 익숙한 자, 내게 오라
전문 게이머는 게임 환경이 변화하는 것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무리 성능이 뛰어난 제품이 새로 출시한다고 해도 자기 손에 익숙한 제품이 최고인 법이다. 그런 점에서 자이와 센세이는 ‘거의 같기’ 때문에 희소식이 될 수 있다. 자이를 사용하다가 자연스럽게 센세이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은갈치 색상만 납득할 수 있다면, 자이 사용자들은 아무 거부감 없이 센세이를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센세이는 자이와 동일한 그립감과 클릭감을 제공하고, 8개의 버튼 역시 동일한 곳에 위치해 있다. 바꿔 말하면, 자이에 불편함을 느꼈던 사람은 센세이도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우스를 잡았을 때 약손가락이 자연스럽게 6번째 버튼과 7번째 버튼에 닿게 되는데,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용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버튼을 눌러버리는 경우가 빈번하다. 만약 이와 같은 현상으로 골머리를 앓는다면. 6번째 버튼과 7번째 버튼을 비활성화 상태로 만들길 권장한다.
센세이는 사용자 맞춤형 마우스다. 조명 색상을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어 자신만의 마우스로 만들 수 있다. 특히 마우스 밑부분의 액정화면을 이름표처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기본적으로 디폴트 값인 ‘스틸시리즈’로 설정돼 있지만, 이름표를 파일로 만들어 저장하면 프로필이 바뀔 때마다 이름표도 바뀐다. 이름표는 128x32 크기의 비트맵 파일(*bmp)이어야 하며 스틸시리즈의 마우스 전용 프로그램 중 세팅 메뉴에서 삽입할 수 있다.
참고로 프로필을 변경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휠 버튼 아래에 삼각형 모양의 CPI 버튼을 3초간 눌렀다가 뗀다. 이 상황에서는 마우스 커서가 움직이지 않게 되고 액정화면에서 휠 스크롤이나 양쪽의 버튼으로 프로필을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원하는 프로필로 바꾼 후 다시 CPI 버튼을 누르면 설정이 저장된다.
이 이름표는 말 그대로 마우스에 이름을 쓴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가령 게임대회에 참전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마우스와 뒤섞여도 쉽게 자신의 마우스를 알아볼 수 있다. 볼썽사납게 유성펜으로 마우스 밑바닥에 이름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애지중지하던 센세이를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이름표 하나 정도는 만들어 넣는 게 좋을 것이다.
전용 프로그램 공부는 필수
일반적으로 게이밍 마우스에는 프로필 설정을 바꿀 수 있는 전용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센세이 역시 ‘스틸시리즈 엔진(Steelseries Engine)’이라는 스틸시리즈 마우스 공용 프로그램을 통해 설정을 바꿀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패키지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스틸시리즈 홈페이지(http://steelseries.com/support/downloads)에서 내려받아야 한다. 자이 사용자들을 제외한다면, 누구나 해당 프로그램 사용법을 공부해야 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스틸시리즈 엔진을 이용하면 버튼 설정, 프로필 변경, 마우스 세팅 등을 변경할 수 있다. 먼저 버튼 설정 메뉴에서는 7개의 버튼에 각각 다른 단축키를 지정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마우스 좌클릭, 우클릭, 웹브라우저 앞으로가기, 뒤로가기, 볼륨 올리기, 내리기, 마우스 스크롤이 설정돼 있는데, 자신이 원하는 기능으로 단축키로 바꾸거나 해당 버튼을 비활성화할 수 있다.
프로필 변경 메뉴에서는 최대 5개까지 각기 다른 프로필을 설정하고 저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타크래프트2’용 프로필과 ‘월드오브워크래프트’용 프로필을 각각 만들어서 게임을 할 때마다 해당 프로필로 바꿀 수 있다는 말. 좌측에서 새 프로필을 추가한 후 화면 가운데 온보드(on board) 프로필로 드래그하면 센세이 내부에 해당 프로필이 저장된다. 이렇게 저장된 프로필은 굳이 스틸시리즈 엔진을 실행시키지 않아도 CPI 버튼을 눌렀다 떼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변경할 수 있게 된다.
세팅 메뉴에서는 감도, 응답률, 가속도, 조명 색깔, 이름표 등을 바꿀 수 있다. 이그젝트센스(Exactsens)는 감도 변경을 지원한다. 기본적으로 1600~3200 CPI로 설정되어 있으며, 최대 11,400 CPI까지 늘릴 수 있다. 프리무브(Freemove)는 정밀도를 바꿔준다. 프리무브 수치를 최대치인 10으로 놓으면 손떨림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손쉽게 직선을 그릴 수 있는데, 이는 조준점을 고정할 필요가 있는 FPS게임에서 유용하게 쓰인다(일명 헤드라인을 맞추는 데 유용하다).
이그젝트액셀(Exactaccel)은 마우스 움직임의 가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으로 RTS게임에서 유용하며, 이그젝트에임(Exactaim)은 FPS게임 등에서 격렬하게 움직였다 멈출 때 조준이 흐트러지는 것을 막아 준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이그젝트리프트(Exactlift) 기능은 마우스를 바닥에서 떼었을 때 움직임을 멈출지 계속할지를 바꾸는 기능이다.
휠, CPI 표시등, 로고 3군데의 조명 색깔도 여기에서 바꿀 수 있는데, 이는 단순히 꾸미기 용도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프로필 별로 다른 색깔을 지정해두면 자신이 현재 어떤 프로필로 사용하고 있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유용하다. 이름표는 조명 설정 바로 아래에서 넣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자신이 주로 어떤 버튼을 많이 사용했는지 파악할 수 있는 통계 메뉴도 지원하니,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실행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골수 게이머에게 적합
센세이의 가격은 약 14만 원이다. 선뜻 가볍게 구매할만한 가격은 아니다. 주말에 잠깐 게임을 즐기거나 가끔 친구들과 PC방을 찾는 보통 게이머라면 이보다 더 저렴한 마우스를 찾는 게 좋을 것이다. 그보다는 조금이라도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전용 프로그램을 공부할 열의가 있는, 본격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골수 게이머들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또한 전문자격인 게이머에게 센세이가 최고의 마우스가 되리라는 법은 없다. 그동안 사용해왔던 마우스가 있을 테니, 센세이를 포함한 여러 가지 마우스 중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하지만 기존 제품인 자이를 선호했던 사용자라면 주저하지 말고 센세이를 선택해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센세이는 분명 친형 자이만큼, 아니 자이를 능가하는 웰메이드 마우스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