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체하면 넷북, 분리하면 태블릿 PC - 에이서 이코니아 탭
태블릿 PC를 처음 마주했을 때가 떠오른다. 그 당시 태블릿 PC는 모양만 커진 스마트폰이라 여겼다. 좀 더 넓은 화면에서 영화를 보고 인터넷을 할 수 있다지만 그저 고개만 갸우뚱할 뿐이었다. 그런 용도라면 노트북이나 넷북이 더 요긴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실제 태블릿 PC는 이름 속에 'PC'를 품고 있지만 노트북이나 넷북, 데스크탑 PC와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요즘 태블릿 PC는 애플의 iOS 운영체제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허니콤 등) 등을 탑재한 것이 대다수고, 노트북이나 데스크탑 PC는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운영체제를 탑재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즉, 태블릿 PC용 운영체제는 태생이 모바일 기기용이라 일반적인 PC용 운영체제에 비해 기능이나 성능이 빈약할 수밖에 없다(반면 용량이 적고 운영이 쾌적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에이서(Acer)에서 출시한 태블릿 PC인 '이코니아 탭(Iconia Tab) W500(이하 이코니아 탭)'은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7을 탑재해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이코니아 탭은 사용자에게 익숙한 윈도우 계열을 채택함으로써 다른 태블릿 PC로는 불가능했던 인터넷 뱅킹이나 전자상거래를 평소와 같이 이용할 수 있다. 심지어는 PC용 온라인 게임 실행도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다만, 사양이나 성능 한계 때문에 원활한 플레이가 어렵긴 하다).
또한, 도킹 키보드(별매)를 사용할 수 있다. 도킹 키보드와 이코니아 탭을 장착하면 일반 노트북같은 모양새를 띈다. 단순히 키보드 기능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마우스 대용인 트랙포인트도 제공한다. 추가 USB 포트나 유선 랜 포트도 지원하기 때문에 활용도도 높은 편이다.
참고로 현재(2011년 8월) 이코니아 탭의 인터넷 최저가는 도킹형 키보드를 포함해 621,000원, 도킹 미포함 599,000원이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도킹 키보드를 함께 구매하는 것이 합리적이리라 판단된다.
윈도우7 탑재하여 일반 사용자에게도 익숙
태블릿 PC라고 하면 제일 먼저 애플의 아이패드나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아이패드는 애플 iOS를 탑재했고, 갤럭시 탭은 구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제품이다. 이들은 각각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어플리케이션을 내려 받아 사용하는 형태로 스마트폰과 동일하다.
이에 비해, 이코니아 탭은 윈도우 7 홈 프리미엄 버전을 탑재했다. 모바일용 윈도우 운영체제가 아닌 데스크탑 PC나 노트북 등에서 사용하는 것과 일반용 제품이다. 따라서 일반 PC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 그대로를 이코니아 탭에서 사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따로 학습할 것도 필요한 것도 없다. 평소 사용하던 PC 방식대로 사용하면 되므로 다른 태블릿 PC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나 어린이들에게 특히 유용하리라 판단된다.
이코니아 탭의 장점은 윈도우 7이라는 PC용 운영체제를 탑재했다는 점이다. 이는 앞서 설명한 전자상거래 외에도 많은 장점이 있다. 태블릿 PC는 멀티미디어 기기로 많이 사용된다. 이를 테면 지하철이나 이동 시 영화나 드라마등을 감상하는 용도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다양한 멀티미디어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면 편리할 것이다. 윈도우 7은 현존하는 대부분의 멀티미디어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당장 지원하지 않는 멀티미디어 파일이 있더라도 번거로운 인코딩 작업 대신 비디오 또는 오디오 코덱을 내려 받아 설치하면 된다. 그외에도 윈도우 기반의 게임이나 오피스같은 사무용 프로그램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코니아 탭의 성능이 여타 태블릿 PC에 비해 빼어나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제품은 AMD의 C-50 프로세서를 탑재했는데, 이는 프로세서 본연의 전산처리 능력보다 그래픽 성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이코니아 탭의 그래픽 칩셋은 AMD 라데온 HD 6250이다. 이론상으로는 3D 게임을 즐기거나 고화질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사용해본 결과 풀HD영상(1,080p)을 원활하게 감상할 수 없었다. 끊김 현상이 심해 영상을 감상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외부 코덱을 설치하거나 멀티미디어 재생 프로그램의 옵션을 조절해야지만 그나마 감상할 수 있었다.
편리한 키보드 도킹 스테이션, 휴대성은 다소 떨어져
외관을 살펴보자. 이코니아 탭의 첫인상은 다른 태블릿 PC 제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액정 화면 크기는 10.1인치이지만, 베젤(테두리)와 베젤 안쪽 검은색 공간 두꺼운 편이라 다른 10.1인치 태블릿 PC에 비하면 조금 작아 보인다. 대신 양손으로 이코니아 탭을 잡아도 조작 실수는 적다.
모바일 기기에서 사양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 바로 무게다. 실제로 한 손으로 이코니아 탭을 들어 보니 생각보다 무거웠다. 무게를 측정해보니 본체만 약 950g, 도킹 키보드까지 장착하면 약 1,570g 정도였다. 이는 노트북에 비하면 가벼운 축에 속하지만, 다른 태블릿 PC가 대략 500~700g이라는 점에서 보면 사용자에 따라 휴대하기가 버거울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이코니아 탭의 터치 방식은 다른 태블릿 PC와 같은 정전식이다. 즉, 손이 아닌 다른 물체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전원이 켜진 상태로 가방에 넣어도 오작동의 우려는 없지만, 추운 겨울날 장갑을 낀 채로 조작할 수는 없다. 이는 정전식 터치 방식의 단점이라기보다 특징적 한계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밖에 이코니아 탭은 다양한 연결 단자를 지원한다. 좌측 면에는 영상/음성 외부 출력이 가능한 HDMI 단자와 SD메모리카드 리더가 있다. 아울러 볼륨 조절 단자, 전원 버튼, 이어폰 단자가 순서대로 배치돼 있다. 도킹 스테이션과 연결되는 아랫부분에는 USB 2.0 연결 단자도 제공된다.
노트북으로 변신하기 위한 비밀무기
앞서 말한 대로, 이코니아 탭의 특징 중 하나는 도킹 키보드다. 이를 활용하면 장문의 문서를 작성할 때 일반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평범한 외장 키보드처럼 생겼지만, 유선 랜 포트와 2개의 USB 포트, 마우스를 대신하는 트랙포인트가 달려 있다. 본 리뷰어는 트랙포인트가 익숙하지 않았지만 만족스러웠다. 마우스 패드 대신 트랙포인트를 탑재함으로써 공간 활용도가 좋았기 때문이다. 그 예로 키캡 크기가 일반 키보드와 큰 차이가 없어 타이핑이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방향키가 작다는 것은 사용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듯 하다. 게임이 그 예가 될 수 있는데, 작은 방향키가 불편하다면 게임 옵션에서 키 설정을 바꿔주는 것이 좋다. 본체와 도킹 키보드가 단단하게 고정되는 방식이 아니라서 사용 중 본체가 흔들거리는 점, 화면 각도를 조절할 수 없다는 점도 아쉬웠다.
SSD를 탑재했지만 성능은 부족
이코니아 탭은 SSD를 탑재했다. 이는 일반 하드디스크와 달리 메모리 형태의 저장장치로, 입출력 속도가 하드디스크보다 빠르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코니아 탭의 SSD는 일반 PC용 또는 노트북용 SSD 보다 성능이 떨어진다. 윈도우 7에서 하드웨어 성능을 가장 쉽게 가늠해 볼 수 있는 체험 지수에서 디스크 데이터 전송률 점수가 7.9점 중 5.9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 하드디스크를 탑재한 경우와 거의 흡사한 점수다.
32GB라는 SSD 용량도 아쉽다. 일반 태블릿 PC에서 32GB는 나쁘지 않은 용량이다. 그러나 이코니아 탭은윈도우 7 운영체제를 탑재해 사용자가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유 공간은 30GB 안팎이다. 게다가 오피스나 포토샵, 게임 등 외부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자신의 멀티미디어 파일을 저장해 둘 공간은 확 줄어들기 때문이다.
태블릿 PC 홍수 시대의 생존 전략
이코니아 탭은 노트북의 탈을 쓴 태블릿 PC다. 그 이유는 여타 태블릿 PC와 달리 윈도우 7이라는 데스크탑 PC, 노트북용 운영체제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익숙한 윈도우 환경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은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또한, 키보드 도킹으로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점도 근거가 될 수 있다. 이코니아 탭과 도킹 키보드를 연결하면 일반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다가 잠시 외출을 하거나 화장실을 갈 때는 연결해 노트북처럼 사용하다가 잠시 외출을 할 때나 화장실 갈 때는 본체만 분리하여 태블릿 PC처럼 사용할 수 있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다만, 윈도우 초기 최적화 부분은 지적할 만하다. 이코니아 탭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사용자들은 구매 직후 윈도우를 포맷하고 재설치하기를 권장하고 있다. 불필요한 서비스나 프로그램이 사양보다 과도하게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별도의 ODD가 없는 이코니아 탭의 환경도 PC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구매자에게는 곤란할 수 있다. 향후 이러한 문제가 하나 둘 개선된다면 이코니아 탭은 지금과 같은 태블릿 PC 홍수 속에서 자신 만의 개성을 뽐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박준구(zzizizic@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