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착시 현상, 내 눈이 잘못됐나?
그림자를 이용한 착시 동영상이 외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흰색과 회색으로 구성된 체스판 타일 바닥 한 켠에 원통이 놓여 있고, 조명이 만들어낸 원통의 그림자가 체스판 위로 드리운다. 이어 한 여인이 등장해 그림자 속의 흰색 타일을 벗겨 환한 곳의 회색 타일 위로 놓자 두 타일의 색이 같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는 ‘아델슨의 체크무늬 그림자 착각(Edward H. Adelson's checker shadow illusion)’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착시 그림을 동영상으로 재현한 것이다. 이 동영상은 유튜브(http://www.youtube.com/watch?v=z9Sen1HTu5o&feature=player_embedded)에서 볼 수 있다.
아델슨의 체크무늬 그림자 착각은 우리의 눈과 뇌가 정보를 얼마나 부정확하게 인식하는지 단적으로 나타내는 그림이다. 그림 속의 A와 B는 실제로 완전히 같은 색깔이지만, 우리의 시각 체계는 A가 B보다 더 어둡다고 느낀다. 주변의 여러 가지 정보(체크무늬, 그림자)로 인해 올바른 밝기를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체크무늬는 지역적인 대비(local contrast)를 만들어낸다. 흰색 타일이 둘러싼 회색 타일은 실제 색깔보다 어두워 보이고, 회색 타일이 둘러싼 흰색 타일은 실제보다 밝게 보이는 원리다. 즉, 그림자 속에 있는 흰색 타일 B는 주변의 회색 타일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밝아 보이지만, 반대로 빛에 노출된 회색 타일 A는 주변의 흰색 타일로 인해 더 어두워 보이는 것이다.
그림자는 우리의 시각 체계가 점진적인 밝기 변화를 무시한다는 점을 노린다. 그림자의 테두리에는 일정한 경계선이 없다. 따라서 그림자가 반쯤 드리워져 있는 타일은 실제로는 2가지 색깔(그림자가 드리운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색깔로 인식된다.
그건 그렇고, 동영상으로 어떻게 재현했을까
사실 아델슨의 체크무늬 그림자 착각은 워낙 유명한 그림이기 때문에, 착시 현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림을 실제로 재현한 동영상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번에 이 동영상이 화제를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본 그림 속의 그림자는 실제 그림자가 아니다. 그림자처럼 그려진 그림일 뿐이다. 또한 조명 역시 실제 조명이 아니다. 따라서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으로 B타일을 떼어내서 A타일 옆으로 옮겨도 명도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영상 속의 그림자는 조명이 만들어 낸 진짜 그림자다. A타일과 B타일이 같은 색상이라면, B타일을 벗겨내기 전에는 그림자로 인해 B타일이 더 어두워 보이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동영상 속에서는 B타일이 오히려 더 밝다. 대체 어찌된 일일까?
현재 해당 동영상에는 숨겨진 트릭에 대해 논의하는 누리꾼들의 댓글 수천 개가 달렸다. 동영상 속의 그림자 역시 그림에 불과하다는 의견부터(하지만 여인의 손에 그늘이 지는 장면 때문에 높은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해당 여인이 진짜 흑마술을 부리고 있다는 마녀설(?)까지 다양한 주장이 오가고 있다. 과연 동영상 작성자가 밝히지 않은 트릭은 무엇일까.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