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풍기 괴담’만큼이나 황당한 PC 관련 ‘미신’
‘선풍기를 켜고 자면 죽는다!’
이는 대한민국에 제법 널리 퍼진 이야기 중의 하나다. 이는 선풍기가 산소 공급을 차단하고, 저체온증을 유발해서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제법 그럴듯한 원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사실 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부족하기 때문에 몇몇 외국인들은 한국에 ‘죽음의 선풍기’가 있다며 놀림거리로 삼기도 한다.
그런데 PC에도 이런 잘못된 상식이 몇 가지 존재한다. 이는 IT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부족한 일부 사용자들이 퍼뜨리곤 한다. 그리고 아주 옛날 PC에만 해당하던 특징 몇 가지를 지금 쓰는 신형 PC에도 유효한 것으로 오해하거나 PC의 제조사나 판매원에서 하는 광고의 영향으로 생겨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PC 관련 괴담, 혹은 미신 몇 가지를 들며 오해(?)를 풀어보도록 하자.
CPU는 무조건 코어의 수에 따라 성능이 결정된다?
2005년 무렵에 처음 발표된 듀얼 코어 CPU는 PC 시장에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에 지금도 듀얼 코어 급 이상이면 고급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사용자들이 많다. 그리고 이보다 (아주) 약간 더 소문에 민감한 사용자들은 듀얼 코어 외에 쿼드 코어와 헥사(6) 코어 CPU도 나왔으며, 코어만 많으면 무조건 성능이 더 좋은 것이니 다른 사양들은 볼 필요도 없다고 말하곤 한다.
그런데 사실, 2011년 현재 PC 시장에서 단일 코어 CPU는 거의 멸종되었다. PC 매장을 가보면 발에 채일 정도로 많은 것이 듀얼 코어, 혹은 쿼드 코어 CPU라는 의미다. 그리고 CPU의 성능이라는 것은 코어의 수 외에도 클럭(동작 속도)이나 캐시 메모리(CPU 내의 임시 저장공간) 용량, 아키텍처(설계 방식)의 차이에 따라서 큰 차이가 난다. 게다가 최근 나오는 상당수의 인텔 CPU는 하나의 코어를 둘로 나눠 마치 코어 수가 2배로 늘어난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는 ‘하이퍼쓰레딩(Hyper-Threading)’ 이라는 기능도 갖췄다.
실제로 2011년 7월 현재 시장에서 판매 중인 ‘인텔 셀러론 E3400’과 ‘인텔 2세대 코어 i5 2390’는 둘 다 듀얼 코어 CPU다. 하지만 실제 성능은 2세대 코어 i5 2390 쪽이 몇 배 이상 높다. 그리고 ‘AMD 페넘II X6 1055T’는 무려 6개의 코어를 갖춘 헥사 코어 CPU지만, 실제 성능은 인텔의 쿼드 코어 CPU인 ‘2세대 코어 i7 2600K'보다 뒤진다. ‘코어 몇 개’ 같은 광고 문구에만 신경을 쓰다가는 PC 구매 시에 손해를 볼지도 모를 일이다.
하드 디스크는 용량만 크면 그만?
하드 디스크는 대표적인 PC용 데이터 기억 장치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구매 시 일단은 용량을 보기 마련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용량만 큰 하드 디스크가 좋은 것은 아니다. 속도 역시 잘 확인해야 한다. 용량만 크고 데이터를 읽거나 쓰는 속도가 느린 하드 디스크라면 PC 전체를 느림보로 만드는 원흉이 된다.
하드 디스크의 데이터 처리 속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기준은 바로 분당 회전수(RPM)다. 2011년 현재 시장에는 7,200RPM의 하드 디스크와 5,400RPM의 하드 디스크가 함께 팔리고 있는데, 7,200RPM의 하드 디스크가 보다 빠르게 데이터 처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회전 수 외에 또 한가지 살펴봐야 할 것이 바로 버퍼(buffer) 메모리의 용량이다. 버퍼 메모리의 용량이 클수록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어 역시 전반적인 속도에 영향을 미친다.
물론, 회전 속도가 빠르고 버퍼 메모리가 큰 고속 하드 디스크일수록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조금 느린 속도를 감수하더라도 저렴한 가격에 큰 용량을 장만하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있다. 하지만 몇몇 판매 업자 중에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숨기고 용량이 크다는 것만 강조하며 일부러 저속 하드 디스크만 추천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오버클러킹은 매니아들의 전유물?
사용자의 특수한 조작으로 CPU의 클럭(동작 속도)를 제조사가 정한 기준치 이상으로 높이는 것을 오버클러킹(Overclocking)이라고 한다. 오버클러킹을 하면 마치 상위급의 CPU를 탑재한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자칫 실수하면 PC가 고장 날 가능성도 크기 때문에 이는 일부 전문가 및 매니아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CPU 제조사에서 공식적으로 오버클러킹 기능을 탑재하기도 한다. 인텔에서는 이를 ‘터보 부스트(Turbo Boost)’ 기능이라 하는데, 고성능을 요하는 프로그램을 구동할 때 CPU의 클럭을 자동으로 올려서 작업 효율을 높이고, 평소에는 CPU 클럭을 기준치 이하로 낮춰서 전력 소모를 줄인다.
특히 최근에 출시된 2세대 코어 i7 / 코어 i5 시리즈는 1세대 제품의 터보 부스트 기능을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터보 부스트 2.0’ 기능을 탑재했는데, 이는 클럭을 높일 때 순간적으로 해당 CPU의 설계 전력을 초과하는 수준까지 오버클러킹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극한까지 클럭을 높이면 혹시나 PC에 이상이 발생할까 걱정스럽겠지만 제조사에서 충분히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서 설계를 했으니 문제가 없다.
4GB 이상의 램을 달면 돈 낭비?
한때 4GB 이상의 램을 다는 것은 의미가 없으니 3GB로도 충분하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다. 4GB 이상의 램을 달아도 운영체제에서 3.5 ~ 3.7GB 정도만 인식 가능하니 그 이상은 달아봤자 돈 낭비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2011년 현재 기준으로는 그다지 맞지 않는 이야기다. 2~3년 전만 해도 윈도우 XP 32비트 버전이 PC용 운영체제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4GB 이상의 램을 인식하지 못했지만 2011년 현재는 4GB 이상의 램을 문제 없이 쓸 수 있는 윈도우 7 64비트 버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윈도우 XP에는 64비트 버전이 존재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기존에 사용하던 32비트용 프로그램이 64비트 운영체제와 호환되지 않아서 거의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나오는 프로그램들의 대다수는 64비트와 호환이 되므로 64비트 운영체제의 사용에 큰 문제가 없다.
노트북 배터리는 완전 방전과 완전 충전을 반복하라?
1990년대의 노트북에 쓰이던 니켈 수소 방식의 배터리는 완전히 전력이 소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충전을 하면 배터리의 최대 용량이 줄어들어 버리는 ‘메모리 효과’라는 현상이 일어났다. 때문에 당시에는 배터리를 재충전할 때는 무조건 완전히 방전된 상태에서 해야 한다는 것의 거의 철칙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나온 노트북에는 대부분 메모리 효과의 문제가 해결된 리튬 이온이나 리튬 폴리머 방식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원하는 만큼 충전해서 사용하면 된다. 리튬 이온이나 리튬 폴리머 배터리를 사용하면서 완전 충전과 완전 방전을 의도적으로 반복하면 오히려 배터리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