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브릿지의 유일한 대항마, AMD 라노 A시리즈 APU
지난 6월 31일, AMD의 야심작 A 시리즈 APU(코드명: 라노)가 국내에 정식 출시되었다. 이 AMD 라노 APU는 제품 출시 전부터 이미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2006년에 AMD가 제시했던 진정한 ‘퓨전’ 칩의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외장 그래픽이 없어도 고사양 3D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는 성능을 갖추고 있다는 점만으로도 세간의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더구나 AMD 라노는 인텔의 2세대 코어 프로세서(코드명: 샌디브릿지)의 유일한 ‘대항마’로 떠올라 더 높은 관심을 받았다.
사실 인텔은 프로세서 시장에서 독보적인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다. 주변 노트북 또는 데스크탑 PC 10대 중 9대는 인텔 프로세서가 탑재된 PC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업계 2위 기업인 AMD와 1위 기업인 인텔의 격차는 컸고, 그 간격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AMD 라노 APU에 대한 AMD 측의 기대는 이전 제품들과는 사뭇 그 느낌이 다르다. 라노 APU의 경쟁 제품인 인텔의 샌디브릿지와 명확히 구분되는 나름의 특징이 있기 때문에 ‘한번 해 볼만 하다’라는 것이 AMD의 생각이다. 과연 어떤 점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인텔 샌디브릿지와 AMD 라노 APU의 장점
인텔 샌디브릿지와 AMD의 라노는 서로 같은 특징 때문에 주목을 받았다. 두 제품 모두 과거 메인보드에 칩셋 형태로 탑재되던 내장 그래픽이 프로세서 안에 코어 형태로 탑재되는 통합 프로세서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CPU와 GPU(내장 그래픽)을 하나의 통합 프로세서로 제작하게 되면 몇 가지 장점을 얻을 수 있다.
먼저 과거 떨어져 있던 두 개의 제품을 하나로 합쳐 제작하게 됨으로써 제품 크기를 줄일 수 있다. 전체 제품 크기가 줄어들기 때문에 결국 이 통합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데스크탑 PC나 노트북은 소형화가 쉽다.
둘째로 전력 소모량이 줄어들어 전력 효율이 높아지게 된다. 과거에는 두 개의 부품에 따로 전력이 필요해 소모량이 많았지만, 하나로 통합되었기 때문에 소모량이 줄어들게 된 것. 이 역시 노트북처럼 배터리에 의존해 사용하는 모바일 기기에 중요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조 단가도 저렴해지기 때문에 제품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이전처럼 CPU와 GPU(내/외장 그래픽)를 각각 따로 탑재할 때보다 통합 프로세서 하나만 탑재하는 것이 훨씬 저렴할 것이 분명하다.
인텔보다 한발 늦게 선보인 AMD, 무기는?
통합 프로세서의 개념은 AMD가 ‘퓨전(Fusion)’ 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발표했었다. 하지만, 실제 제품 출시는 인텔 샌디브릿지보다 한 발 늦었다.
그러나 AMD 라노 APU는 인텔 샌디브릿지보다 늦게 시장에 출시한 만큼 확실히 구분되는 특징 한 가지를 들고 나왔다. 내장 그래픽 성능을 더 이상 외장 그래픽 카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향상시킨 것. 인텔 샌디브릿지도 과거보다 내장 그래픽 성능이 향상되긴 했지만, AMD 라노 APU 성능보다는 못한 것이 사실이다(AMD의 내장 그래픽 성능은 예전부터 인텔보다 좀더 높았다). 그리고 AMD는 향상된 내장 그래픽 성능과 더불어 자사의 그래픽 카드인 라데온 시리즈와 같이 사용하면 한 단계 더 성능이 향상되는 ‘듀얼 그래픽’ 기능을 갖추고 최신 그래픽 기술인 다이렉트X11도 지원해 차이를 벌렸다(관련기사: http://it.donga.com/review/6159/).
특히, 국내에 라노 APU 출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국내 유명 온라인 게임 ‘아이온(AION)’과 최신 레이싱 패키지 게임인 ‘더트 3(Dirt 3)’, 그리고 ‘스타크래프트 2(Starcraft 2)’를 각각의 시스템에서 직접 실행했을 때 나온 결과도 무시할 수 없다. 아래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AMD 라노 APU를 탑재한 시스템에서 보다 높은 화면 프레임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보다 명확한 타겟으로 다가온 AMD APU
이번 AMD의 APU는 내장 그래픽 성능을 강화했다는 확실한 무기를 들고 시장에 나왔다. 그리고, 또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AMD가 이번 라노 APU 이전에 먼저 선보였던, 저전력 E 시리즈 APU(코드명: 자카테)와 초저전력 C 시리즈 APU(코드명: 온타리오)로 2011년 1분기 매출 16억 1,000만 달러, 순이익 5억 1,000만 달러를 달성했다는 점이다. 먼저 선보였던 이 두 E 시리즈와 C 시리즈 APU는 각각 인텔의 울트라씬과 넷북을 상대로 선전을 했다. 바로 그래픽 성능을 강화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
다만, AMD의 APU가 인텔 샌디브릿지보다 그래픽 성능은 좀더 높지만, CPU로서의 성능은 더 높다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인텔과 AMD의 두 통합 프로세서는 일장일단이 명확하다. 그래픽 성능이 향상된 AMD 라노 APU와 CPU 성능이 향상된 인텔 샌디브릿지. 사용자 입장에서는 차라리 이와 같은 두 업체간 제품 특징이 구분되는 것이 ‘더 좋다’는 판단이다. 똑 같은 특징의 두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임처럼 그래픽 성능이 좀더 필요한 작업을 많이 하는 사용자라면 AMD 라노 APU를, 동영상 인코딩/디코딩, 파일 압축/해제 등 전반적인 CPU의 성능 향상을 원하는 사용자라면 인텔 샌디브릿지를 선택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AMD 라노 APU는 인텔 샌디브릿지보다 늦게 출시되었기에 확실히 불리하긴 하다. 하지만, 앞서 선보였던 E 시리즈/C 시리즈 APU처럼 늦게 출시했더라도 조용한 돌풍을 일으킬 수는 있는 법이다. 과연 이번 라노 APU는 어떤 결과를 얻게 될 지 궁금해지는 바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