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잘 되는 PC방, 다 이유가 있다
‘PC를 사려 하는데 요즘은 어떤 PC가 좋나요?’
IT관련 언론에서 근무하다 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좋은 PC’라는 기준이 대단히 불명확해서 대답해 주기가 곤란할 때가 많다. 어떤 사람에게는 무조건 최고 사양을 갖춰야 좋은 PC일 것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가격이 싸야 좋은 PC일 수도 있으며, 또 어떤 사람에게는 디자인이 좋아야 좋을 PC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까다로운 조건을 이야기하는 상대라면 단연 PC방 업주들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다수의 PC를 한꺼번에 구매하므로 가격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싼 PC를 추천할 수도 없는 것이, 요즘 게임들이 워낙 고성능을 요구하기 때문에 저가 부품으로 이루어진 PC로는 PC방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낮은 가격과 높은 성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PC방에 주로 공급되는 PC들의 사양을 살펴보면 게임 성능을 높이는데 집중하면서 나머지 거품을 제거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부품들로 구성된 것을 알 수 있다. 일주일, 24시간 내내 좌석을 꽉 채우는 PC방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화사한 인테리어, 편안한 의자, 쾌적한 공간 배치 등이 고려해야 하지만, 어떤 게임이든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주는 PC가 사실상 가장 중요하다.
CPU: 요즘 잘 나가는 인텔 코어 i5 2500 또는 가격대비 성능으로 승부하는 AMD 페넘II X6 1055T
CPU는 PC의 핵심 부품이다. PC의 성능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당연히 신중히 골라야 한다. 2011년 현재 팔리고 있는 CPU 중에서 PC방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제품은 인텔의 2세대 코어 i5 2500(약 20만원)과 AMD의 페넘II X6 1055T(약 15만원)다. 물론 이보다 성능이 좋은 코어 i7 2600(약 30만원) 같은 제품도 있지만, CPU의 성능만으로 게임 구동 능력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고, 가격도 부담이 된다.
2세대 코어 i5 2500과 AMD 페넘II X6 1055T을 비교하자면 동작 속도 및 전력 소모 면에서는 코어 i5 2500이 우수하지만 코어의 수 및 가격 면에서는 페넘II X6 1055T이 더 낫다. 동작 속도가 높으면 단일 작업을 하거나 패키지 게임을 할 때, 코어의 수가 많으면 동시에 여러 작업을 하거나 온라인 게임을 할 때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모리: 4GB가 대세, 그 이상은 운영체제(64비트)의 문제
메모리 용량이 넉넉하면 동시에 여러 프로그램을 구동하거나 덩치가 큰 프로그램을 구동할 때 유리하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많은 용량을 구입할 수도 없다. 현재 대부분의 PC방에서 32비트 운영체제를 사용하는데, 32비트 운영체제에서는 4GB 이상의 메모리를 꽂아도 4GB 용량 전부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약 3.2GB 정도만 사용 가능). 64비트 운영체제로 바꾸면 4GB를 넘는 메모리 전부 사용 가능하지만 프로그램 호환성 면에서 32비트가 우수하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32비트 운영체제에 4GB 메모리를 꽂는 것이 PC방의 대세다.
그래픽카드: 라데온 HD 6800 시리즈의 인기
PC의 핵심 부품이 CPU라고는 하지만. 게임 성능만 한정해서 생각한다면 그래픽카드의 역할이 더 크다. 물론, 그렇다고 하여 CPU는 최저가 제품으로 하고 그래픽카드만 비싼 것을 꽂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양쪽의 균형적인 구성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한때는 PC방용 PC라면 엔비디아 지포스 그래픽카드를 꽂는 것이 정석처럼 여겨지기도 했지만, 최근에 나온 AMD 라데온 그래픽카드 신제품이 성능 및 전력 소모율 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서 라데온 시리즈를 선택하는 PC방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라데온 HD 6850(약 18만원), 라데온 HD 6870(약 21만원)을 비롯한 라데온 HD 6000시리즈가 전반적으로 인기가 높다.
하드디스크: 용량은 500GB 정도로 충분, 속도에 더 신경 써야
PC방에서 쓰이는 하드디스크는 용량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속도가 중요하다. 아무리 CPU나 그래픽카드, 메모리 등이 고성능이라도 하드디스크의 속도가 느리다면 PC 전반의 실행 속도가 크게 저하되기 때문. 하드디스크의 속도를 결정짓는 요소는 회전속도(RPM, 분당 디스크 회전 수)와 버퍼 메모리의 용량인데, 최근 PC방에서 주로 쓰이는 하드디스크는 7200RPM의 회전속도에 32MB 이상의 버퍼메모리를 갖춘 제품이 대세를 이룬다. 저장 용량은 500GB 정도로 충분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파워서플라이/메인보드: 80플러스 인증과 3년 무상 A/S 확인해야
위에서 소개한 성능 관련 요소 외에도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안정성’ 문제다. PC방에서 사용하는 PC는 가동 시간이 긴데다가 항상 과부하 상태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안정성이 낮은 PC는 십중팔구 고장을 일으키곤 한다.
PC의 안정성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부품은 바로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와 메인보드(주기판)다. 파워서플라이의 경우 ‘80플러스(plus, 전원공급장치의 에너지 효율이 80% 이상이면 부여하는 인증)’ 품질인증을 받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으며, 메인보드의 경우 3년 무상 A/S를 제공하는 업체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A/S 기간이 긴 제품은 그만큼 안정성에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3년 A/S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메인보드 유통사는 대원CTS, 에스티컴, 제이씨현 등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