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 슈팅 게임-FPS(First-person shooting)
FPS(First-person shooting)는 사용자의 시점, 즉 1인칭 시점에서 총기류를 이용해 전투를 벌이는 슈팅게임의 일종이다. 게임 속 캐릭터의 시점과 사용자의 시점이 동일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3D 방식으로 제작되며, 다른 게임에 비해 높은 사실감을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유명한 FPS 게임에는 당대 최고의 그래픽 엔진이 적용되어 게임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기도 하고 사용자들의 PC 업그레이드를 부추기기도 했다. 참고로 1인칭 슈팅(First-person shooting)은 일본과 한국에서 쓰는 표현이며, 영어권에서는 1인칭 슈터(First-person shooter)라고 부른다.
FPS의 정의
사실 FPS를 사전적으로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1인칭 슈팅’이라는 말이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파일럿이 되어 적기를 격추하거나 임무를 수행하는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도 1인칭 슈팅이고, 오락실에서 플라스틱 총으로 화면에 대고 빛을 쏘는 라이트 건 슈팅 게임도 1인칭 슈팅이다. 사람에 따라 이 모든 게임을 FPS의 범주에 넣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1993년에 나온 FPS게임 ‘둠(Doom)’과 비슷한 형식의 게임만을 FPS라고 부른다. 사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전세계를 막론하고 FPS라는 용어보다는 ‘둠 같은 게임’이라는 말이 더 일반적으로 쓰였다.
그렇다면 좁은 의미에서의 FPS를 뜻하는 ‘둠 같은 게임’은 어떤 것일까? 우선 당연하게도 1인칭 시점이어야 한다. 게임 중에는 진행 방식이 FPS와 유사하지만 캐릭터의 뒷모습을 3인칭 시점에서 볼 수 있는 슈팅 게임도 있다. 이를 TPS(Third-person shooting)라 부른다. ‘기어스 오브 워(Gears of War)’나 ‘레지던트 이블 5(Resident Evil 5)’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국내 TPS 게임 개발사들은 자사의 게임을 FPS라고 부르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는 TPS라는 용어가 대중들에게 생소해서 홍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FPS와 TPS는 다른 게임 장르다.
또한 캐릭터의 시점 이동을 사용자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시점이 한 화면에 고정되어 있거나 게임 진행에 따라 강제적으로 시점이 이동하는 라이트 건 슈팅 게임은 좁은 의미에서의 FPS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무기 또는 신체를 이용해 직접 싸우는 액션이 주가 되어야 한다. 전투보다는 비행기 조종에 더 무게가 실리는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이나, 단서를 얻어 미로나 방을 탈출하는 1인칭 어드벤처 게임은 좁은 의미에서의 FPS에 포함시키기 어렵다. 하지만 일부 FPS게임에도 아이템을 모으거나 수수께끼를 푸는 어드벤처적인 요소가 포함돼 있고, 일부 어드벤처 게임이나 퍼즐 게임에는 액션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게임들은 FPS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FPS의 역사
일반적으로 1970년대 초반에 등장한 ‘메이즈 워(Maze War)’와 ‘스페이심(Spasim)’을 FPS게임의 원조라고 부른다. 메이즈 워는 미로 속에서 적을 찾아 저격을 하면 점수를 얻고, 저격을 당하면 점수를 잃는 게임이다. 사용자들은 게임 화면 하단에 있는 미로의 평면도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데, 사용자가 조종하는 캐릭터의 생김새가 특이하게도 눈알을 닮았다. 스페이심은 우주 전쟁을 다룬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최대 32명의 사용자가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멀티 플레이 게임이다. 메이즈 워와 스페이심 모두 한 번에 한 칸씩 이동하는 타일이동 방식으로, 방향은 앞, 뒤, 왼쪽, 오른쪽 4방향을 90도씩 전환할 수 있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현재의 FPS게임과는 거리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1인칭 시점을 채택한 게임들이 본격적으로 선을 보이기 시작했다. 1980년 등장한 탱크 시뮬레이션 게임 ‘배틀존(battlezone)’이 오락실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1987년에는 미로 속에서 팩맨 캐릭터들이 서로 총을 쏘는 ‘미디 메이즈(MIDI Maze)’가 주목을 받았다. 이 게임은 360도 자유자재로 화면 전환이 가능했고 사용자들끼리 팀을 나눠 대전하는 팀 데스매치 모드도 지원했다.
본격적인 FPS게임의 서막은 1992년 출시된 ‘울펜슈타인 3D(Wolfenstein 3D)’이 열었다. 이 게임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FPS의 기본 틀을 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후 등장한 FPS게임들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어 1993년 등장한 ‘둠(Doom)’ 역시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둠의 인기는 다른 FPS게임 전체를 ‘둠 같은 게임’ 또는 ‘둠을 따라한 게임’으로 만들어버릴 정도로 막강했다.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FPS하면 둠을 떠올릴 정도다.
국내에서는 ‘레인보우 식스(Rainbow Six)’가 PC방 확산에 힘입어 초기 FPS 열풍을 이끌었다. 이어 드래곤플라이의 순수 국산 FPS게임 ‘카르마(Karma)와 벨브의 멀티 플레이 FPS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Conuter-Strike)’가 바톤을 넘겨받았다. 원래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하프라이프(Half-Life)’의 사용자 모드 게임(흔히 유즈맵이라고도 한다)이었는데,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본 게임보다 더 인기를 끌자 하프라이프 제작사인 밸브가 권리를 사들여 정식 패키지로 출시한 것이다.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국내 사용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지만, 요금 정책과 관련해 PC방 협회와 갈등이 생기면서 조금씩 쇠락했다. 하지만 세계 게임 시장에서는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어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이 등장해 FPS게임 대중화에 성공했다. 이 두 게임은 2011년 현재까지도 PC방 인기순위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변함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이후 수많은 FPS게임이 시장에 선보였지만 스페셜포스와 서든어택의 아성은 넘지 못했다.
일부 FPS게임은 천편일률적인 군사물과 차별을 두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는 판타지 FPS, 미래의 무기를 사용하는 SF FPS, 초능력을 사용하는 초능력 FPS 등을 표방하기도 했다. 다수의 사용자들이 동시에 접속해 대규모 전투를 벌이는 MMOFPS(massively multiplayer online FPS)가 등장하기도 했는데, 아직까지는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지 않다.
멀미와 폭력성
FPS게임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게임 장르다. 하지만 사용자에 따라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리는 장르기도 하다. 그 첫 번째 이유는 일부 사용자들에게 나타나는 FPS 멀미(Simulation sickness) 때문이다. 이 때문에 FPS게임을 하기 위해 멀미약을 먹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두 번째 이유는 폭력성이다. FPS게임 특성상 피와 살이 튀는 폭력적인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게임과 어린 아이들을 차단할 뾰족한 방법이 없어 사회적인 문제로 불거지기도 했다. 또한 대규모 총기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이 평소 FPS게임을 즐겼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당 게임을 포함한 FPS게임 전체가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기도 했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