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얇고, 더 가벼운 노트북이 온다' - 인텔, '울트라북' 발표
지난 2008년, 인텔이 공개한 ‘넷북’이라는 제품군은 인터넷 검색과 간단한 문서 작업 정도만 처리할 수 있는, 아주 기본적인 성능을 탑재했지만, 작고 가볍다는 특징과 저렴한 가격으로 큰 인기 몰이를 했다. 2008년 한 해를 가리켜 ‘넷북의 해’라고 했을 정도.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사용자들은 넷북을 일반(적인 성능의) 노트북처럼 생각했기에, 넷북에 탑재된 인텔 아톰 프로세서의 태생적 성능 한계에 불만을 터트리곤 했다. 그 즈음 인터넷 중고 카페 등에 넷북 매물이 쏟아져 나온 주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즉, 애당초 넷북으로는 처리하기 힘든 작업을 실행하며 ‘너무 느린 노트북’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 다만, 휴대성 하나만큼은 합격점을 받아 아직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긴 하다.
이에 인텔은 넷북의 성능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용자들을 겨냥해 지난 2009년 ‘울트라씬’ 노트북 제품군 사양을 발표했다. 인텔이 지정한 울트라씬 노트북의 기본 사양은 무게 2kg 미만, 두께 2cm 미만 등의 초박형 제품군이었다. 다만, 울트라씬의 성능은 넷북보다 높지만, 일반 노트북에는 미치지 못한다. 울트라씬은 일반 노트북과 넷북의 중간 단계 제품군으로 지정되었는데, 그 이유는 울트라씬 노트북에 일반 노트북용 프로세서보다 소비 전력이 적은 ULV(Ultra Low Voltage, 초저전력) 프로세서가 탑재되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노트북을 얇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알아두기
노트북용 프로세서에서 전력 소모량은 눈여겨 살펴봐야 할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전력 소모량에 따라서 배터리 사용 시간, 노트북 크기/두께와 소음, 성능 등이 달라지기 때문. 일반적으로 전력 소모량이 높은 프로세서가 성능도 높다. 다만, 그만큼 발열이 많기 때문에 쿨러 등을 장착하느라 노트북이 크고 두꺼우며, 쿨러의 소음도 증가한다. 물론 전력 소모량이 적은 프로세서라면 이와 반대다.
성능: 일반 노트북 > 울트라씬 노트북 > 넷북
사용시간 및 휴대성: 넷북 > 울트라씬 노트북 > 일반 노트북
결국 넷북과 울트라씬은 전체 노트북에 속한 하나의 제품 분류에 불과하다. 인텔은 용도와 편의성을 위해 노트북용 프로세서의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할 뿐 전통적인 노트북 형태를 탈피한 제품을 예상하거나 기대하지는 않는다. 다만, 최근에 아이패드, 갤럭시탭과 같은 태블릿 PC가 노트북의 자리를 위협함에 따라 노트북 제품군도 이제는 뭔가 ‘혁신’이 필요한 것 아닌가 하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이에 인텔은 최근 또 하나의 ‘혁신’적인 노트북 제품군을 발표하며, 노트북 시장 사수에 발 벗고 나섰다. 바로 ‘울트라북’ 이다.
울트라북(Ultrabook)이란?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4일까지 5일간 대만에서 진행한 제 31회 ‘컴퓨텍스 2011’의 개막 기조연설에서 인텔은 새로운 사양의 노트북 표준인 ‘울트라북’을 소개했다. 인텔은 울트라북의 특징을 ‘Ultra Thin(얇은 두께)’, ‘Ultra Secure(보안 강화)’, ‘Ultra Responsive(즉시 반응)’, ‘Ultra Amazing(놀라운 성능/사용자 인터페이스)’ 등의 4가지 주제로 나누어 설명했다.
즉, 울트라북은 현재 출시되는 일반 노트북의 성능 및 기능을 그대로 유지하며, 울트라씬처럼 얇고, 가볍고, 오래 사용할 수 있음은 물론, 태블릿 PC처럼 누르면 즉시 반응하는 제품을 뜻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울트라북이 과거 넷북이나 울트라씬과 같이 노트북 내 제품 분류로 자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노트북 제품군을 이러한 형태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이번 기조 연설에서 인텔의 션 멀로니(Sean Maloney) 수석 부사장은 “기술 혁신은 하나의 촉매제이며, 인텔이 추진하고 있는 제품군의 변화는 앞으로 몇 년간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며, “2012년 말쯤에는 울트라북이 전체 노트북 시장에서 40% 이상을 차지할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울트라북의 발전을 자신했다.
울트라북 어디까지 왔나
인텔이 이번에 발표한 울트라북은 당장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의미보다는 향후 노트북 트렌드를 좌우할 미래 지향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 등의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됨에 따라 노트북도 휴대성과 성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실제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날 행사에서 인텔은 2세대 코어 i5 프로세서 중 초저전력 모델을 탑재한 아수스 UX21 노트북 신제품을 소개했다. 마치 애플의 맥북 에어와 같은 슬림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이 제품은 인텔이 제시한 울트라북의 요건을 완전히 충족하지는 못하지만, 울트라북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 있는 제품임을 강조했다. 션 멀로니 부사장은 2세대 코어 프로세서(샌디브릿지)를 탑재한 노트북이 울트라북 1세대 제품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그는 이어서 2012년 상반기에 출시 예정인 ‘아이비 브릿지(Ivy Bridge, 22나노 공정)’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이 2세대 울트라북, 2013년 출시할 ‘해즈웰(Haswell)’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에 이르러 최종 완성된 울트라북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텔 측에 따르면 해즈웰 프로세서의 전력 소모량은 현재 노트북 프로세서의 절반 수준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실제로 울트라북 신제품을 접하기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하겠다. 분명한 건, 이제 노트북도 태블릿 PC처럼 휴대성을 강조하는 제품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태블릿 PC 등장 이후 노트북 시장에 암운이 드리워질 수도 있다고 하지만, 사용자의 사용 패턴 및 환경에 따라 노트북도 변화할 수 있다면 현재의 독보적인 위치를 고수할 수 있지 않을까.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