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D TV 라이브 허브로 영화 좀 편하게 봅시다
요즘은 영화 파일을 볼 수 있는 기기의 풍년이다. PC나 DVD 플레이어, PMP, 스마트폰 등은 물론이고, 휴대용 게임기가 영화 파일을 재생할 수 있는 기능을 내장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영화재생기의 ‘미덕’이라고 한다면 역시 조작 편의성과 저장 용량, 그리고 파일 호환성이라고 할 수 있다. 호환성과 용량 측면에서는 역시 PC가 가장 우수하다.
애당초 동영상 파일이라는 것이 PC를 위해 나온 것이라 코덱(codec: 동영상 규격을 정하는 압축 기술) 소프트만 추가해주면 PC에서 모든 동영상을 재생할 수 있고, 저장 용량이 모자라면 하드디스크를 추가 장착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크기가 작은 PC용 모니터로는 아무래도 영화를 보는 재미가 떨어진다. 그래서 몇몇 사용자들은 아예 TV에 PC를 연결해서 쓰기도 하는데 이렇게 하면 조작이 불편하고 번거롭다. 영화를 보면서 뭔가를 조작할 때마다 TV 앞으로 가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PC는 단순히 영화 재생용으로만 쓰기엔 가격도 비싸다.
그래서 최근에는 이른바 ‘디빅스(Divx) 플레이어’라고 불리는 TV 연결형 영화 재생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디빅스 플레이어는 리모컨으로 조작하기 때문에 사용 편의성이 높고 PC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다. 다만 일부 디빅스 플레이어 중에는 파일 호환성이 떨어져서 일부 동영상을 재생하지 못하거나 프로세서 성능이 낮아서 HD급 고화질 동영상을 재생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리고 저장 용량도 PC에 비해 적어서 불편할 수도 있다.
그런데 최근 하드디스크 전문회사인 웨스턴디지털(이하 WD)에서 영화 재생기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최근에 발표한 ‘WD TV 라이브 허브(Live Hub)’는 하드디스크 전문회사의 제품답게 넉넉한 저장공간(1TB)은 기본이고, 다양한 고화질 동영상이 호환되며, 그 외에 여러 가지 온라인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미디어 센터’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디 두어도 잘 어울리는 슬림한 본체
WD TV 라이브 허브의 본체는 문고판 소설책 한 권 보다 약간 큰 정도의 크기다. 그만큼 작기 때문에 어디에 두어도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다만 세로로 세울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공간은 필요하다.
플라스틱 재질이긴 하지만 상단에 헤어라인(hairline: 빗살) 무늬를 넣어 마치 알루미늄 재질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전면에 ‘WD’ 로고 모양의 램프를 넣어 포인트를 준 것이 눈에 띈다. WD 로고는 전원 램프 및 하드디스크 액세스 램프의 기능을 겸한다.
그리고 전면의 양쪽 하단에는 각각 전원 버튼과 USB 포트가 위치하고 있다. WD TV 라이브 허브는 전면뿐 아니라 후면에도 USB 포트를 갖추고 있다. 2개의 USB 메모리나 외장하드를 꽂을 수 있으며, 그 외에 무선이나 유선 키보드도 연결할 수 있다. 키보드를 연결하면 유튜브나 페이스북을 검색하기에 편리하지만, 기본 제공되는 리모컨으로도 같은 작업을 할 수 있고 제품의 특성상 영화 재생이 주 용도가 되므로 키보드를 쓸 일은 그다지 없다.
제품 하단에는 내부를 식히는 냉각팬, 그리고 본체를 벽에 걸어 설치할 수 있는 홈이 있다. 냉각팬의 회전 소리가 조용한 영화 감상을 방해하지 않을까 걱정할 수 있지만 다행히도 소음은 매우 조용한 편이다. 다만 벽걸이 홈은 그다지 쓸 일이 없을 것 같다. 벽걸이 형태로 제품을 설치하면 리모컨 신호 인식이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양한 멀티미디어 포트 갖춰
영화 재생기라면 다양한 멀티미디어 포트는 기본이다. WD TV 라이브 허브의 후면을 살펴보면 컴포지트, 컴포넌트, HDMI, S/PDIF 등 다양한 출력 포트를 갖췄다. 이는 TV나 AV앰프에 연결하기에 적합한 출력포트들이다. D-SUB나 DVI와 같은 PC용 출력 포트는 없다는 것에 아쉬움을 느낄 사용자도 있겠지만 어차피 WD TV 라이브 허브는 TV에 연결해 쓰는 제품이니 단점이라 할 수는 없겠다.
그 외에 USB 포트와 유선 랜 포트도 후면에 위치해있다. 후면 USB는 전면 USB 포트와 마찬가지로 저장장치나 키보드를 연결하는데 사용한다. 무선 랜 기능이 내장되어 있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TV 옆에 두고 쓰는 물건이라면 리모컨은 필수. WD TV 라이브 허브에 동봉된 리모컨은 마치 DVD 플레이어용 리모컨을 연상시키는데, 페이지 넘기기, 홈, 옵션 등 WD TV 라이브 허브만을 위한 버튼이 추가된 것이 눈에 띈다. 리모컨 뒷면은 굴곡 처리가 되어있어 그립감이 우수하다.
직관적이고 사용 간편한 인터페이스
WD TV 라이브 허브를 직접 TV에 연결해 영화를 시청했다. WD TV 라이브 허브와 TV를 연결한다면 HDMI 케이블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물론 TV가 HDMI 포트를 지원해야 한다). HDMI는 풀 HD급의 고화질 영상을 전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음성 전달까지 하나의 케이블로 해결하므로 편의성도 높다. 구형 TV를 사용한다면 컴포넌트나 컴포지트 케이블을 이용해야 하는데, HDMI에 비해 화질이 저하된다는 점을 알아두자.
처음 WD TV 라이브 허브를 TV에 연결하고 전원을 켜면 30초 정도의 부팅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첫 번째 부팅이 끝난 다음부터는 5~6초 정도로 부팅 시간이 짧아진다. PC에 비하면 훨씬 쾌적하다. 기본 메뉴화면은 유튜브 동영상이나 페이스북 SNS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으로, ‘비디오’, ’음악’, ‘사진’, 그리고 ‘파일’과 ‘설정’의 5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기기가 인터넷에 접속 중인 경우에는 기기를 구동하는 기본 프로그램을 업데이트 할 수 있는 ‘새 펌웨어’ 항목이 추가된다. 메뉴 구성이 직관적이기 때문에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없을 듯하다.
용량 부족 걱정 없는 1TB의 저장 공간
이 중에서 가장 많이 이용할 항목은 역시 ‘비디오’ 일 것이다. WD TV 라이브 허브 내에 저장된 동영상을 재생하는데 주로 이용하는데, 내장된 하드디스크가 1TB(1,000GB)나 되므로 어지간히 많은 영화 파일을 집어넣어도 용량 부족은 겪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본체에 저장된 파일 외에도 USB 포트에 접속된 USB 메모리나 외장하드에 있는 파일도 재생할 수 있으며, 만약 공유기를 사용하고 있다면 공유 PC 안에 있는 파일도 바로 재생할 수 있다.
윈도우 7의 경우, PC 내에서 공유하고 싶은 폴더를 오른쪽 클릭한 후에 ‘속성’을 선택하자. 이렇게 하면 상당에 ‘공유’ 탭이 보이는데, 여기에서 ‘Everyone’을 선택하자. 그리고 ‘네트워크 및 공유센터’를 클릭한 후, ‘암호로 보호된 공유 끄기’를 선택하면 WD TV 라이브 허브에서 해당 PC의 공유 폴더 내에 있는 파일을 재생할 수 있다.
그리고 PC에 있는 동영상 파일을 WD TV 라이브 허브로 전송할 때도 역시 해당 PC와 WD TV 라이브 허브가 하나의 공유기에 연결된 상태여야 한다. WD TV 라이브 허브는 기본적으로 파일 공유 설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윈도우 바탕화면에서 ‘네트워크’를 실행하면 WD TV 라이브 허브의 하드디스크를 공유 폴더로 인식한다. 여기에 PC 내부에서 파일 복사 하듯이 파일을 끌어다 놓으면 간단히 파일 전송이 진행된다. 그리고 만약 외장하드나 USB 메모리가 있다면 이를 WD TV 라이브 허브에 꽂고 파일을 전송할 수도 있다.
동영상 코덱 및 자막 지원 충실한 편
요즘 인터넷에서 내려 받을 수 있는 동영상 파일은 규격이 워낙 다양해서 기기에 따라서는 재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PC라면 새로운 코덱을 설치하면 간단히 해결되지만, 그 외의 기기들은 이것이 쉽지 않아서 일부러 해당 기기에 맞는 동영상으로 규격을 바꾸는 인코딩(encoding) 작업을 거쳐야 한다. 스마트폰으로 영화 감상을 많이 해본 사용자라면 그런 경험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WD TV 라이브 허브는 AVI, MPG, MKV, MOV, WMV, MPEG4, Xvid, H.264, AVC, VC-1 등 다양한 규격의 동영상을 지원하므로 인코딩 작업을 거칠 필요가 거의 없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내려 받은 30여 개의 동영상 파일을 재생해 보았는데 모두 정상적으로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재생이 되지 않는 동영상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제조사에서 새로운 동영상 코덱 규격을 포함한 펌웨어를 주기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므로 큰 문제는 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1920 x 1080 해상도의 풀 HD급 동영상도 끊어짐 없이 재생되어 상당히 쾌적한 감상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런 외국산 영화 재생기 중에는 간혹 자막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제품도 종종 있는데, WD TV 라이브 허브는 SMI, SUB, SSA, SRT, ASS 등 다양한 규격의 자막 파일을 지원한다. 한글 역시 깨짐 없이 표시되며, 자막의 위치나 크기, 색상도 취향에 맞게 조정할 수 있다.
국내 사정 상 온라인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덤’
WD TV 라이브 허브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각종 온라인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2011년 5월 현재 일기예보를 볼 수 있는 어큐웨더(AccuWeather). 온라인 라디오 서비스인 디저(Deezer), SNS 서비스인 페이스북(facebook), 사진 UCC 서비스인 플리커(flickr), 그리고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YouTube) 등을 이용할 수 있다.
편리한 기능이긴 하지만 페이스북과 유튜브를 제외하면 국내 네티즌들에게 잘 알려진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이 다소 아쉽다. 국내 사정 상 온라인 서비스는 어디까지나 ‘덤’ 정도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영화 재생기로써의 기본기는 합격, 충실한 사후지원에도 기대
WD TV 라이브 허브는 이름만 봐서는 뭔가 대단히 생소하고 접근하기 힘든 제품일 것 같지만, 간단히 말하자면 TV로 PC용 영화 파일을 편하게 볼 수 있게끔 하는 도우미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다른 제품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WD TV 라이브 허브는 1TB의 큰 저장 용량과 풀 HD 영화도 문제 없이 재생하는 고성능, 그리고 파일 규격을 가리지 않는 넓은 호환성에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이와 함께 더해 온라인 서비스라는 ‘덤’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여타의 저가형 디빅스 플레이어 대비 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사정상 온라인 서비스의 이용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는 점은 못내 아쉽다. 그리고 제품 패키지에 TV와 연결할 수 있는 AV 케이블이 들어있지 않아 이를 따로 구매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할만하다.
2011년 5월 현재, WD TV 라이브 허브의 인터넷 최저가는 26만원 정도다. 여타의 저가형 디빅스 플레이어에 비해 다소 비싸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제품들은 대부분 하드디스크를 따로 구매해야 하거나 별도의 외장 하드를 꽂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1TB 하드디스크를 기본 내장한 WD TV 라이브 허브가 마냥 비싸다고 할 순 없다. 여기에 WD의 충실한 사후지원이 더해진다면 타 제품 대비 우월한 구매가치를 확실히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