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용 운영체제를 하나로
지난 5월 초, 구글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대회(I/O)에서 향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을 참가자 모두에게 나눠줘 관심을 받기도 했던 이 행사에서 발표된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안드로이드 태블릿 PC용 3.0버전(허니콤)의 성능 개선 및 기능을 추가한 3.1버전 발표와 스마트폰용 2.3버전(진저브레드)의 차기 버전인 코드명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의 발표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정확히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의 버전넘버가 부여되지 않았다는 점과 구글의 차기 모바일용 운영체제의 계획 발표가 의미심장하다는 점이다.
본 기자는 지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언제쯤 안정화가 될 것인가(http://it.donga.com/newsbookmark/4296/)’ 라는 기사에서 스마트폰용과 태블릿 PC용으로 나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문제점을 언급한 바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용으로 운영체제가 나뉠 경우, 각 기기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겠지만, 모바일 생태계에서 중요한 (스마트폰, 태블릿 PC간) 어플리케이션 호환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구글은 태블릿 PC용 운영체제인 허니콤의 개선 버전인 3.1버전 이후,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로 명명된 차기 버전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두 기기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마치, 애플이 스마트폰인 아이폰과 태블릿 PC인 아이패드에서 동일한 iOS를 사용하는 것처럼 말이다.
허니콤의 개선판, 3.1버전 기능은?
지금까지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다음 버전을 발표하기 이전에 디저트 이름을 코드명으로 사용해 왔다. 1.5버전 컵케익(Cupcake), 1.6버전 도넛(Donut), 2.0~2.1버전 이클레어(Eclair), 2.2버전 프로요(Froyo, 정확히는 Frozen yogurt의 줄임말), 2.3버전 진저브레드(Gengerbread), 3.0~3.1버전 허니콤(Honeycomb)이 그것이다. 각 버전별 코드명 이름은 알파벳 C부터 차례대로 붙여 졌으며, 차기 버전은 I로 시작하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이고, 그 다음 버전은 J로 시작하는 젤리빈 또는 젤리 푸딩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구글 I/O에서 발표된 허니콤의 다음 버전인 3.1버전은 원래대로라면 아이스크림 샌드위치가 되어야 하지만, 코드명이 없다. 즉, 과거 2.0~2.1버전이 동일하게 이클레어인 것처럼 3.1버전도 허니콤이 되는 셈이다. 그만큼 큰 변화는 있지 않고 몇 가지 간단한 기능만 추가되었다고 볼 수 있다.
3,1버전에 추가된 기능
1. USB 호스트 모드 및 액세서리 제품에 오픈 API 지원(USB 연결 마우스, 키보드, 조이스틱, 카메라, 통신 장치, 오디오 등을 사용할 수 있다, 또한 PS3, Xbox 360 등도 USB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2. 홈 화면 위젯 크기 조절 기능 및 홈 화면 간 이동 방법 개선
3. 구글 영화 어플 추가
4. 웹 브라우저, 달력, 구글 톡 등의 구글 표준 어플 개선 등
주목할 것은 USB 인터페이스를 지원하는 다양한 액세서리나 기기와 연결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연결 인터페이스인 USB를 지원함으로 인해 다양한 기기간 연결이 가능한 허브 역할을 하는 셈이다. 구글의 이번 업데이트 목적이 바로 이것이다. 안드로이드 3.1버전을 탑재한 태블릿 PC를 다양한 기기에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즉, 편의성을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이미 USB 포트가 있는 모토로라 줌과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 등에 3.1버전 업데이트가 될 것으로 알려져 3.1 업데이트 이후 바로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차기 버전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의 역할은?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안드로이드 차기 버전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는 스마트폰용 2.X버전과 태블릿 PC용 3,X 버전으로 나뉜 지금의 운영체제를 하나로 합치는 것에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총괄 휴고 바라 프로덕트 매니저는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는 기기에 따라 구분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로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올 4분기(10월~12월)에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올해가 지나고 난 후에는 드디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용으로 구분된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통합된 안드로이드를 볼 수 있겠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에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능은 태블릿 PC용 허니콤에 적용되었던 홀로그래픽 UI(User Interface), 멀티태스킹 기능, 위젯과 액션 바 기능 등이다.
이외에 진저브레드부터 추가되었던 NFC(Near Field Communication, 근거리 무선통신) 기능을 강화해 홈 네트워크 구축에도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스마트폰, 태블릿 PC뿐만 아니라 스피커, 전화기,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기에 안드로이드가 탑재되고 각 기기는 NFC로 연결되어 손쉽게 연동할 수 있다는 것. 간단하게 예를 들어 NFC를 통해 스피커, 키보드, 디지털 TV 등이 태블릿 PC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 보자. 사용자는 안락의자에 가만히 앉아서 키보드를 조작해 태블릿 PC 속에 있는 음악을 먼 곳에 있는 스피커를 통해 듣고, 큰 화면의 디지털 TV에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영화 속에서나 볼 듯한 장면이 곧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안드로이드, 이제 진정한 모바일 운영체제로
조금씩 조금씩 모바일 운영체제에서 발을 넓혀 오던 구글 안드로이드는 어느새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시장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그 영향력이 커졌다. 애플의 iOS가 구축한 모바일 생태계에 진정한 라이벌이 구글 안드로이드라는 것이 이제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 구글 앤디 루빈 부사장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자리를 잡으면 업데이트 주기를 빠르게 하지 않고, 1년에 1번 정도만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뒷받침하듯 현재 구글 안드로이드 업데이트는 1년 전과 비교해 그 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 드디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불과 얼마 전만해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제조사가 업데이트를 제때 제공하지 않아 사용자들의 불만이 컸었다. 하지만, 프로요 업그레이드 사태 이후, 진저브레드에서는 이런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이제 성능, 기능적으로 갖출 것은 상당 부분 다 갖췄다고 평가해도 되지 않을까? 물론,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 하지만 곧 있으면 출시될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이후에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 분명하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