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밑에서도 '쨍쨍'한 화면, LG전자 옵티머스 블랙
“하하하! 이젠 끝장이다! 마징가 제트!”
“으악! 아수라 백작이 이렇게 강하다니! 이렇다면 ‘브레스트 파이어’를 쏠 수밖에 없겠어!”
로봇 만화를 보면 항상 이어지는 패턴이다. 지구를 지키는 정의의 로봇은 초반에는 항상 악당에게 흠씬 두들겨 맞다가 패배를 눈앞에 둔 상태에서 마지막 수단인 ‘필살기’를 발휘하여 결국 승리하게 된다. ‘그럼 처음부터 필살기를 써서 간단하게 끝내면 되지 않나?’ 라는 지극히 당연(?)한 ‘딴지’를 걸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그것 보다 중요한 건 어떤 로봇에게나 필살기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IT기기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특히 그 중에서도 최근 한창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는 스마트폰의 경우, 아무리 기본기가 좋아도 다른 제품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필살기(성능이나 기능)가 없다면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그런데 그 동안 나온 LG전자의 스마트폰은 기본적인 기능이나 성능 면에서 딱히 떨어지는 면은 없어도 경쟁 제품들을 압도할만한 ‘한방’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하지만 이런 LG전자도 최근에 와서는 슬슬 몸이 풀린 모양이다. 2011년 초에 세계 최초의 듀얼코어 스마트폰인 ‘옵티머스 2X’를 내놓아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그 여세를 몰아 이번에도 만만치 않은 필살기를 갖춘 ‘옵티머스 블랙(LG-KU5900)’을 출시했다. 옵티머스 블랙의 필살기는 이름하여 ‘노바 디스플레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밝기를 갖췄다는 특별한 화면의 이름이다. 노바(Nova)란 주변의 별보다 수천~수만 배의 빛을 발하며 폭발하는 신성(新星)을 의미하는 것이니 필살기의 이름으로도 잘 어울린다.
가볍다, 그리고 얇다
LG전자에서 강조하는 옵티머스 블랙의 최대 특징은 물론 노바 디스플레이지만 사실 그 외의 스마트폰으로서의 기본기도 충실한 편이다. 일단 무게가 110g 남짓이고, 두께가 9.2mm인데, 이 정도면 시중에 나와 있는 스마트폰 중에서 가장 가볍고 얇은 편에 속한다. 모바일기기에서 휴대성이 높다는 것은 정말로 큰 장점이다.
전면 상단에는 셀프 촬영이나 화상 통화에 쓰이는 200만 화소의 전면 카메라가 눈에 띈다. 예전에 나온 LG전자의 스마트폰 중에는 전면 카메라가 없는 경우가 제법 많았으나 옵티머스 블랙은 빠짐 없이 갖춘 것이 기특하다.
전면 하단에는 안드로이드폰의 기본인 4개 버튼(메뉴, 홈, 돌아가기, 검색)이 위치하고 있으며, 모두 터치 방식이다. 이전 모델인 ‘옵티머스 마하’처럼 꾹꾹 눌리는 버튼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있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각자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달라질 수 있는 점이다.
그리고 이렇게 터치 방식 버튼이 있는 스마트폰 중에는 폰을 가로 방향으로 잡고 사용하다가 실수로 가장자리에 있는 버튼이 눌리는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옵티머스 블랙은 버튼과 제품 가장자리 부분에 약간의 간격을 두어 위와 같은 오작동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했다.
후면을 살펴보면 AF(자동 초점)를 지원하는 500만 화소의 카메라와 LED 플래시가 눈에 띈다. AF 기능이야 요즘 스마트폰이라면 기본이라고 할 수 있지만, LED 플래시는 정말 반갑다. 주변의 밝기를 감지, 어두운 곳에서 촬영하면 자동으로 발광하므로 사용하기도 편하다.
측면에도 눈에 띄는 점들이 제법 있다. 일단 측면 상단에 있는 마이크로 USB 포트가 플라스틱 여닫이 커버를 갖추고 있다는 것. 고무 재질의 커버에 비해 한층 견고하기 때문에 여러 번 열고 닫아도 파손의 우려가 적다.
내장형 DMB 안테나와 제스처 기능으로 사용 편의성 높여
우측 상단 모서리를 잡고 뽑으면 지상파 DMB용 내장 안테나가 나온다. 상당수의 스마트폰은 DMB 시청 시에 별도의 외장 안테나를 꽂거나 이어폰을 안테나 대용으로 써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옵티머스 블랙은 내장 안테나를 갖춰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DMB 신호의 감도는 우수한 편이라 실내에서도 창문 근처 3~5미터 이내라면 무난히 시청이 가능했다.
좌측 면을 살펴보면 ‘G’라고 써있는 색다른 키가 하나 있다. 이는 옵티머스 블랙의 특징 중 하나인 ‘제스처’ 기능을 위한 것이다. G키를 누른 상태에서 폰을 기울이면 화면이 스크롤 되며, 폰을 흔들면 전화를 받거나 끊는 등의 다양한 조작을 할 수 있다. 길이가 긴 문서나 웹 페이지를 읽을 때 폰을 앞 뒤로 기울여 원하는 속도로 화면을 스크롤 하는 등의 방법으로 응용이 가능하다. 제스처 기능이 필요 없다면 설정 메뉴에서 끌 수도 있으니 참고하자.
태양광에도 지지 않는 동급 최대 밝기의 화면
이번에는 옵티머스 블랙의 ‘필살기’인 노바 디스플레이를 체험해 볼 차례다. LG전자의 발표에 따르면 옵티머스 블랙에 탑재된 노바 디스플레이의 밝기는 최대 700니트(NIT)에 달한다고 한다. 700니트는 1 평방미터당 700개의 양초를 모아 놓은 것과 같은 수준의 밝기다. 그리고 경쟁사 스마트폰(주로 삼성 제품)에 사용되는 AMOLED 디스플레이의 밝기가 최대 305니트 정도라고 하니 단순히 수치 비교만으로는 옵티머스 블랙의 화면이 타사 제품의 화면에 비해 2배 이상의 밝다는 의미다.
최대 밝기가 향상되면 전반적인 화질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주변의 밝기가 변해도 화면의 왜곡 없이 선명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밝은 태양광 밑에서 휴대폰이나 PMP의 화면을 보면 화면이 매우 어둡게 보이는 경우를 경험하곤 하는데, 이는 주변 환경의 밝기에 비해 화면의 밝기가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옵티머스 블랙은 이런 우려를 덜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태양광 밑에서 화면 밝기를 최대로 높인 옵티머스 블랙(노바 디스플레이)과 갤럭시 S(슈퍼 AMOLED)의 화면을 비교해 보았다. 갤럭시 S의 경우, 주변의 밝기에 압도되어 화면이 어두운 느낌인 반면, 옵티머스 블랙은 변함 없이 밝은 화면을 볼 수 있었다. 야외 활동이 많은 사용자라면 눈 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최대 화면 밝기로 사용해도 배터리 소모는 적은 편
다만, 스마트폰의 구성품 중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부분이 화면이다. 그리고 화면의 밝기를 높일수록 배터리의 소모량이 급격하게 높아진다. 실제로, 시중에 나와있는 대부분의 스마트폰 화면 밝기를 최대로 한 상태에서 고화질 동영상을 감상하면 기껏해야 2시간 남짓, 빠르면 1시간 정도 후에 배터리가 바닥나버리는 경우도 흔하다. 때문에 상당수 사용자들이 화면 밝기를 중간 이하로 낮춰 사용하곤 한다.
옵티머스 블랙 역시 화면의 밝기가 높으니 전력 소모율이 높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 마련이다. 더욱이 옵티머스 블랙의 배터리 용량은 1500mAh로, 다른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테스트를 해 보았다. 옵티머스 블랙의 화면 밝기를 최대로 높인 상태에서 HD급 동영상을 반복해서 구동하도록 설정, 최대한 빨리 배터리를 소모하게 했다. 테스트 결과, 배터리가 3% 남았다는 메시지가 나올 때까지 3시간 정도가 걸리는 것을 확인했다. 옵티머스 블랙의 전력 소비 효율은 상당히 우수하다.
성능 자체는 무난한 수준, 가격 대비 만족도는 높아
2011년 초부터 듀얼 코어 CPU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하나 둘씩 나와서 인기를 끌고 있는데, 옵티머스 블랙은 최신 제품임에도 단일 코어(동작 속도 1GHz) CPU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이 다소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2011년 5월 현재, 옵티머스 블랙은 2년 약정시 추가 비용 없이 월 45,000 ~ 55,000원 정도의 정액제 요금만 내면 손에 넣을 수 있어 가격적인 부담은 적은 편이다.
그리고 어차피 듀얼 코어 스마트폰은 고품질 3D 게임 플레이나 풀HD급 동영상 재생과 같이 고성능을 요구하는 작업에서 주로 힘을 발휘한다. 따라서 이런 기능을 그다지 쓰지 않는 사용자에게는 옵티머스 블랙처럼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면서 고화질 화면과 높은 휴대성을 갖춘 제품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물론 선택은 사용자의 몫이다.
옵티머스 블랙으로 일반적인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주로 하는 작업을 수행해 보았다. 인터넷 서핑, 트위터, 카카오톡, 아스팔트 5(게임) 등을 해 보았는데, 도중에 속도가 느려지거나 먹통이 되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고 상당히 쾌적한 구동이 가능했다. 다만, 동영상의 경우, 1,280 x 720 해상도의 HD급 동영상 까지는 문제가 없었지만 1,920 x 1,080 해상도의 풀 HD급 해상도는 성능의 한계 때문인지 구동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최근 안드로이드 2.3(진저브레드)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다수 나오고 있는데 옵티머스 블랙에는 안드로이드 2.2(프로요)가 탑재되어있다는 점이 다소 아쉽다. LG전자에서 빠른 시일 내에 안드로이드 2.3 업데이트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니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최고’가 아닌 ‘실속’을 추구하는 소비자라면
LG전자의 옵티머스 블랙을 자동차로 비유한다면, 최고 속도가 시속 300km 이상이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접근하기 힘든 ‘슈퍼카’는 분명 아니다. 오히려 승차감과 편의 장치가 우수하면서 가격 부담은 적고, 그러면서도 가끔씩 밟아주면 스트레스 없이 튀어나가는 ‘스포츠 세단’에 더 가깝다.
옵티머스 블랙은 ‘최신’ 제품이긴 하지만 ‘최고 성능’의 제품은 아니다. 하지만 화면 밝기와 휴대성 측면에서 상위 제품들을 능히 제압할 만 하고, 그 외의 기본기도 모두 평균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격 역시 최신 제품 치고는 저렴한 편이다. 최고만을 추구하는 얼리어답터가 아닌 실속을 중시하는 알뜰파 소비자에게 잘 어울리는 스마트폰, 그것이 옵티머스 블랙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