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IT쇼 2011] 삼성-LG, 끝나지 않는 3D 전쟁
"당신은 알게 될 것이다, 하늘과 땅 차이"
"3D로 한판 붙자!"
5월 11일 개막한 국내 최대 IT 전시회 ‘월드IT쇼 2011’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졌다. 국내 IT를 대표하는 두 거대 기업은 통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를, LG전자는 3D TV를 필살 병기로 내세웠다.
아직도 3D TV 보니? 이젠 스마트 3D TV다!
삼성전자는 부스 한 가운데에 75형 3D 스마트 TV ‘D9500’ 시리즈를 배치했다. D9500은 올해 삼성전자가 선보인 신제품 중 가장 고사양의 제품으로, 75인치의 초대형 화면, 베젤 폭을 줄여 화면 몰입감을 극대화시킨 ‘시크릿 디자인’, 풀HD 3D 화질 지원 등이 특징이다. 현존하는 LED TV 중 세계 최대의 크기로 3D 기능과 스마트 기능을 모두 갖췄다.
D9500에는 인터넷 검색이 용이하도록 키보드 자판과 배열이 같은 ‘쿼티(QWERTY)형 스마트 리모콘’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일반적인 리모콘으로는 스마트 TV를 조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리모콘은 모션센서(동작인식)를 내장해 오작동을 방지한다.
이외에도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이용해 스마트 TV를 조작할 수 있는 ‘삼성 리모트’ 어플리케이션(이하 어플)도 기본 탑재된다. 갤럭시S, 갤럭시 탭 등에 해당 어플을 설치하면 삼성 스마트 TV의 리모콘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장에서 D9500는 엄청난 크기로 ‘미친 존재감’을 발산했다. 5년 연속 세계 TV시장 1위를 달성한 삼성전자의 기술력은 과연 ‘명불허전’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평가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이 접근하기에는 어려워 보였다. D9500의 출고가는 약 1,900만원. 판매촉진용이라기 보다는 기술과시용에 가까운 전시였다.
하나의 안경으로 모든 3D를 보라
반면 LG전자는 3D TV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3D TV 논란에서 판정승을 거둔 편광(FPR) 방식의 우수성을 본격적으로 알리겠다는 속내가 보였다. TV를 포함해 모니터, 노트북, 프로젝터, 스마트폰 등 모든 제품이 3D 환경에 맞춰졌다. 관람객들은 편광 방식의 3D 안경 하나로 LG전자의 모든 3D 제품을 둘러볼 수 있다.
전체적인 부스 구성은 지난 4월 잠실에서 있었던 ‘시네마 3D 게임 페스티벌’과 동일했다. 시네마 3D TV, 3D 모니터, 3D 홈시어터, 블루레이 플레이어, 3D 프로젝터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으며, 부스 한가운데에서는 ‘스타크래프트2’ 게임리그가 펼쳐졌다. 지난 달 취재했던 내용과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관련기사: http://it.donga.com/coverage/5265/).
한 가지 바뀐 점이 있다면 무안경 방식 3D 스마트폰 ‘옵티머스 3D’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옵티머스 3D는 지난 달에 한 차례 공개된 적은 있지만 이렇게 관람객에게 대대적으로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장에서 옵티머스 3D를 통해 3D 이미지와 동영상을 감상해본 결과 입체감이 확연히 느껴졌으며, 시야각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꽤 넓었다. 하지만 장시간 시청 시 어지러움증이 다소 발생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3D 안경의 편리함은 LG전자가 우세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D 경쟁에서 눈에 띄었던 부분 중 하나는 3D 안경이었다. 삼성전자는 셔터 방식의 안경을, LG전자는 편광 방식의 안경을 각각 선보였다.
삼성전자의 셔터 안경은 도난방지줄에 묶인 채로 관람객을 맞았다. 이 때문에 3D TV를 앞에 두고도 안경을 쓰기 위해 줄을 서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셔터 안경이 편광 안경보다 고가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셔터 안경은 가장 저렴한 라인업이 50달러(한화 약 53,000원)고, 프리미엄 제품은 10만원이 넘는다.
반면 개당 몇천 원에 불과한 LG전자의 편광 안경은 모든 관람객에게 빠짐 없이 분배됐다. LG전자 부스에 발을 올려놓는 순간 진행요원들이 달려와서 안경부터 건네줄 정도로 인심(?)이 후했다. 또한 평소에 안경을 쓰는 사람들은 안경 위에 끼우는 클립형 안경을 사용할 수 있었다. 가격뿐 아니라 휴대성에서도 우위를 보인 것이다.
3D 화질은 사람마다 의견 갈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3D 방식을 한 눈에 비교할 수 있었던 것도 볼거리였다. 그 동안 민간 평가단이 나서서 셔터 방식과 편광 방식의 화질을 비교한 사례가 몇 차례 있었지만, 장소나 평가 방식이 동일하지 않다는 이유로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동일한 조건 하에서 관람객들이 직접 두 방식의 차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셔터 방식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플리커(화면 깜박임) 현상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삼성전자의 3D TV 시청 시 플리커 현상을 확연하게 느낀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플리커 현상은 없고 오히려 화질이 깨끗해서 보기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삼성전자가 선보인 컨버전 기능(2D 영상을 3D 영상으로 변환하는 기술)은 다소 무리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처음부터 3D로 제작된 영상에 비해 입체감이 도드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컨버전 기능은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LG전자의 3D TV에 관해서는 좁은 시야각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LG전자는 위 아래 2줄로 3D TV를 쌓아서 설치했는데, 관람객의 머리 위쪽에 위치한 3D TV에서는 화면 겹침이 심해 제대로 된 3D 영상을 감상할 수 없었다. 시야각 개선이야말로 LG전자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기술 과제다.
완전무결한 3D는 없다
셔터 방식과 편광 방식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어느 한 쪽이 압도적으로 우월하지 않기 때문에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완전무결한 3D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치열한 공방은 끝이 나지 않을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콘텐츠다. 현재 가정에서 볼 수 있는 3D 콘텐츠는 소수에 불과하고, 이 콘텐츠 부족 현상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사의 3D 기술이 우수하다는 것을 증명해낸다고 해도, 콘텐츠가 없다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자존심 싸움과 소모적인 논쟁을 그치고, 어떻게 해야 3D 산업의 파이를 넓힐 수 있을지 양사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