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그래픽카드의 세대교체, AMD 라데온 HD 6450 / 6670
그래픽카드 시장을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AMD와 엔비디아에서는 길게는 1년, 짧게는 몇 개월 단위로 그래픽카드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그런데 이때 대개 해당 시리즈 중에서 상위급, 혹은 최상위급을 가장 먼저 내세우기 마련이다. 이런 제품들은 성능이야 당연히 만족스럽겠지만 가격이 최소 30만 원대, 간혹 100만 원대에 이르는 경우도 많아서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당장 써보지 않고는 못 견디는 ‘얼리어답터’가 아니고서야 현실적으로 구매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각종 온라인 쇼핑몰이나 가격비교 사이트를 돌아봐도 이렇게 화려하게 데뷔하는 상급형 이상의 제품 보다는 2~3개월 후에 조용히 시장에 진입하는 보급형/중급형 제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제품들은 대게 5만 원~10만 원 사이에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
다만, 이런 제품들은 제조사에서 열성적으로 홍보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PC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은 과연 이들 제품이 제대로 성능을 발휘할지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하지만 가격이 저렴하다 해도 신제품이라면 상위 제품에 적용된 새로운 기술이 적지 않게 녹아 들어 있기 때문에 생각 이상의 성능을 발휘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AMD에서 최근에 내놓은 보급형 제품인 라데온 HD 6450과 중급형 제품인 라데온 HD 6670이 대표적으로 그러한 제품에 속한다.
슬림형 PC에도 호환, 모니터 3개 동시 출력도 가능해
2011년 5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라데온 HD 6450과 HD 6670의 가격은 각각 5만 원과 10만 원 즈음이다. 이 정도면 사실상 누구나 큰 부담 없이 구매가 가능한 수준이다. 그리고 몇몇 그래픽카드 중에는 기판 크기 때문에 슬림형 PC에는 설치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었는데, 라데온 HD 6450 / HD 6670은 크기가 작은 LP(Low Profile)규격의 기판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 슬림형 PC에서도 문제 없이 장착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제품과 달리 보조 전원 포트도 꽂을 필요가 없다. 가격은 물론, 설치 환경 역시 부담이 없다는 의미다.
작은 기판이지만 그래도 있을 것은 다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영상 출력부다. DVI와 D-Sub, 그리고 디스플레이포트(DP)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시중에 판매되는 웬만한 모니터라면 연결하는데 문제가 없으며, 출력 포트 3개로 동시에 영상 출력이 가능한 ‘AMD 아이피니티(Eyefinity)’ 기술도 지원한다. AMD에서 아이피니티 기술을 발표하면서 주로 게임용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실은 사무용으로도 활용 가치는 높다. 특히 여러 개의 화면을 동시에 주시해야 하는 일이 많은 증권업 종사자에게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성능은 어느 정도?
그렇다면 5만 원짜리 라데온 HD 6450, 그리고 10만 원짜리 라데온 HD 6670의 그래픽 성능은 어느 정도일까? PC의 전반적인 성능을 간략하게 나타내는 MS 윈도우 7 체험 지수(만점은 7.9점)의 ‘그래픽’ 및 ‘게임 그래픽’ 항목을 살펴보니, 라데온 HD 6450은 각각 6.6 점, 라데온 HD 6670은 각각 7.1점으로 측정되었다. 체험지수는 윈도우 7이 설치된 PC라면 공통적으로 확인이 가능하니 참고할 만하다.
그래픽카드의 실질적인 성능을 테스트하려면 역시 실제로 게임을 구동해 보는 것이 좋다. 물론, 그래픽카드의 역할 중에는 게임 외에도 동영상 구동이나 2D 그래픽 출력 기능도 있지만, 이는 요즘 메인보드에 덤으로 달린 내장 그래픽 기능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다시 말해, 별도로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는 소비자라면 대부분이 게임 구동 성능에 관심이 많을 터이니 이번 테스트 역시 게임을 위주로 테스트했다.
이번 테스트는 AMD 페넘II X6 1055T CPU(6코어)와 4GB의 DDR3 메모리, 그리고 윈도우 7 32비트 운영체제로 구성된 PC를 이용했다. 이 정도면 그래픽카드를 제외하고 약 40~5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일반적인 소비자가 새 PC를 구매할 때 투자하는 예산과 비슷한 수준이다. 테스트 시, 각 게임의 그래픽 옵션 수준은 ‘중간’으로 맞췄다. 상급형 그래픽카드라면 그래픽 옵션을 ‘최상’’에 두고 테스트하는 것이 좋겠지만, 어차피 이 정도 수준의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는 게이머라면 최상급 그래픽옵션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① 스타크래프트2(Starcraft 2)
처음으로 테스트 해본 게임은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 2(블리자드)’다. 대한민국의 ‘국민 게임’이라고 불리던 전작과 게임 방식은 유사하지만, 화려한 3D 그래픽을 대거 도입하여 PC 요구 사양은 훨씬 높아졌다. ‘금속도시’ 맵에서 6명을 플레이어가 동시에 대전을 벌이며 20여 분 동안 초당 평균 프레임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라데온 HD 6450에서는 평균 25 ~ 35 프레임 정도를 유지, 완벽한 수준은 아니지만 플레이 자체에는 문제가 없을 정도의 성능을 발휘했으며, 라데온 HD 6670에서는 평균 60 ~ 80 프레임 정도를 유지하면서 상당히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② 테라(Terra)
두 번째로 테스트해 본 게임은 MMORPG인 ‘테라(한게임)’다. 테라는 최근 서비스 중인 온라인 게임 중에서도 PC 요구 사양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그만큼 세계관이 방대하고 그래픽이 현실적이라는 의미다. 동시 접속자 수가 많은 ‘벨리카 성’ 안에 있는 ‘자유의 광장’에서 20여 분 정도 돌아다니며 평균 프레임을 측정해 봤다.
테스트 결과, 라데온 HD 6450에서는 평균 25 ~ 45 프레임, 라데온 HD 6670에서는 평균 55 ~ 65 프레임 정도를 유지했다. 라데온 HD 6670에서는 프레임 변화가 크지 않아 그다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라데온 HD 6450에서는 종종 화면의 끊김이 느껴졌다.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좀 더 원활한 플레이를 하려면 그래픽 옵션을 약간 낮추는 것이 좋을 것 같다.
③ 더트 2(Dirt 2)
라데온 HD 6450 / HD 6670을 포함한 AMD 라데온 HD 6000시리즈 공통의 특징이라면 바로 최신 그래픽 기술인 다이렉트X 11(DirectX 11)을 지원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실제에 가까운 다양한 광원 효과 및 물체의 질감을 표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이렉트X 11 기술을 본격적으로 적용한 게임으로 알려진 ‘더트 2(Dirt 2)’를 구동하여 라데온 HD 6450 / HD 6670의 성능을 측정해봤다. 더트 2는 그래픽 옵션 메뉴에서 정해진 게임 장면을 구동해 프레임을 측정하는 벤치마크 모드를 제공하므로 몇 번을 테스트 하더라도 균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더트 2 테스트에서 라데온 HD 6450은 평균 20.3 프레임, 라데온 HD 6670은 평균 48.2 프레임을 기록했다. 라데온 HD 6670에서는 무리 없이 플레이가 가능하지만 라데온 HD 6450에서는 역시 성능의 한계가 느껴진다. 그래픽 옵션을 낮추면 좀 더 원활한 플레이가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하면 다이렉트X 11 게임 특유의 화려한 그래픽도 퇴색된다. 라데온 HD 6450의 경우, 다이렉트X 11 적용 게임의 ‘맛’을 볼 수 있는 정도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신세대 중저가 그래픽카드의 면모
AMD의 신제품인 라데온 HD 6450 / HD 6670을 체험해 보니 확실히 예전의 중저가 그래픽카드에 비해 성능이 향상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라데온 HD 6450의 경우, 최신 패키지 게임까지는 다소 무리가 있지만 시중에 서비스 중인 대부분의 온라인 게임은 스트레스 없이 플레이 하는 데 큰 부족함이 없다. 그리고 라데온 HD 6670의 경우, 그래픽 옵션과 약간만 타협한다면 온라인 게임은 물론, 상당수의 패키지 게임도 어느 정도 소화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됐다.
그리고 비록 중저가 라인의 제품이긴 하지만, 그 동안 상위급 그래픽카드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다이렉트X 11, 아이피니티와 같은 최신 기술을 상당수 갖추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여기에 LP 규격의 기판을 갖춤으로써 슬림형 PC에도 무리 없이 장착 가능한 포용력을 발휘한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을 수 있다. 가격대비 성능을 고려하는 실속파 소비자라면 라데온 HD 6450 / HD 6670와 같은 신세대 중저가 그래픽카드에 주목해 보도록 하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