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 장 팔린 국민 기억장치 - CD(Compact Disc)
CD(Compact Disc)는 음악, 데이터 등의 디지털 정보를 저장하는 광디스크를 말한다. 아날로그 방식인 카세트 테이프, LP(Long Play Record)에 비해 잡음이 적고 원음 그대로를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오랜 시간 애용되고 있다. 원래 음악과 같은 오디오 신호를 저장하기 위해 개발되었으나, 비슷한 방식으로 다른 디지털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것에 착안해 컴퓨터용 CD-ROM, CD-R, CD-RW 등 다양한 형식으로 진화했다. 이후 전 세계에서 누적 판매량 2,000억 장이 넘을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USB나 플래시 메모리 등 성능이 뛰어난 다른 저장매체들이 등장하면서 점차 판매량이 줄고 있는 추세다. 물론 오디오 음반용 CD는 아직까지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CD의 탄생
아날로그 방식의 LP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은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일어났다. 당시 세계의 음반 및 오디오 업체들은 표준 규격을 결정하기 위해 여러 방식의 디지털 오디오 규격을 심의했는데, 이 중 소니와 필립스가 개발한 CD가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당시 표준 CD의 지름은 12cm로, 최대 74분의 비압축 오디오 신호를 담을 수 있었다. 왜 60분도, 120분도 아니고 애매한 분량인 74분이 용량의 기준이 되었을까. 처음 필립스가 개발한 CD는 지름 11.5cm로, 60분을 조금 넘는 용량을 기록할 수 있었다. 이 정도만 해도 기존의 LP를 담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평소 베토벤의 9번 교향곡을 좋아하던 소니의 ‘오가 노리오’ 부사장이 이 곡이 CD 한 장에 전부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한다. 당시 가장 긴 베토벤 9번 교향곡 연주곡이 74분이었기 때문에 이 시간이 CD의 용량으로 결정됐고, CD 지름도 11.5cm에서 12cm로 늘어나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세계 최초의 상용화 CD는 1982년 아바(ABBA)의 앨범 ‘더 비지터(The Visitors)’다. 이후 대중음악보다는 클래식 음악 CD 위주로 다수 제작됐다. 당시 CD와 CD플레이어는 고가품이었고, 대중음악 마니아들보다는 클래식 마니아들이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을 것이라는 필립스의 판단 때문이었다.
CD의 종류
CD는 기록 방식에 따라 CD-ROM, CD-R, CD-RW로 나뉜다. 초기 CD는 음악과 같은 오디오 신호가 담겨 있는 저장매체를 뜻하는 말이었지만, 지금은 CD-ROM, CD-R, CD-RW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의미로 확대됐다. 주로 컴퓨터에서 사용된다.
CD-ROM
CD-ROM은 디지털 데이터가 담긴 저장매체다. 반도체 메모리인 ROM(Read-Only-Memory)에서 유래됐는데, 이는 CD 제작 시 최초 1회만 기록할 수 있고 그 후로는 읽기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주로 음악, 게임, 소프트웨어 등을 담아 판매할 때 사용된다.
CD-R
CD-R(Recordable)은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한 번만 기록할 수 있는 저장매체다. 보통 ‘공CD’라고 부른다. 기판과 반사층 사이에 염료층이 있는데, 레이저로 이 염료를 태워(구워) 정보를 기록한다. 이 때문에 ‘CD를 굽는다’고 표현한다. 따라서 단 한번만 기록할 수 있으며 내용을 지우고 재사용할 수는 없다. 또 기록 중에 문제가 생기면 버려야 한다(예전에는 판매처에서 오류난 CD를 교체해 주기도 했다). 한편 CD를 구울 때 편법을 이용해 정해진 용량보다 조금 더 많이 기록할 수도 있는데, 이것을 ‘오버버닝(overburning)'이라고 한다.
CD-RW
CD-RW(Compact Disc Rewritable)는 기록과 재생을 약 1,000번까지 반복할 수 있는 저장매체다. CD-R처럼 염료를 태우는 것이 아니라 상전이(phase change)층을 열로 변형시켜 정보를 기록한다. 쉽게 말해 CD-R은 구워서 기록하고, CD-RW는 녹여서 기록하는 것이다. 일단 상전이층이 녹았다가 굳었다고 하더라도 용해 온도보다 낮은 온도로 가열하면 원래 위치로 되돌아가는데, 이를 통해 데이터를 지우고 초기화할 수 있다.
CD-RW의 단점은 CD-R에 비해 비싸고 호환성이 낮다는 것이다. CD-R의 반사율보다 CD-RW의 반사율이 낮기 때문에 이 차이를 감지하지 못하는 일부 구형 CD-ROM 드라이브는 CD-RW를 읽지 못한다. 하지만 CD-RW 드라이브는 CD-ROM과 CD-R을 읽을 수 있다.
표준 CD와 미니 CD
크기에 따라 표준 CD와 미니 CD로 나눌 수도 있다. 표준 CD는 지름이 12cm이고, 미니 CD는 지름이 6~8cm이다. 초창기 미니 CD는 싱글음반을 담을 때 주로 쓰였지만, 표준 CD의 제작 단가와 별 차이가 나지 않게 되면서 사실상 현재 멸종 상태에 놓였다. CD 드라이브 트레이를 보면 표준 CD를 놓는 홈 안에 조그만 홈이 하나 더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 곳이 바로 미니 CD를 놓는 부분이다. 참고로 CD를 밀어 넣는 형태의 슬라이드 방식의 CD-ROM에는 미니 CD를 사용할 수 없다.
CD 관리하기
CD 제조사에 따르면 CD의 수명이 통상적으로 100년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CD 수명은 급격하게 줄어들 수 있다. 더구나 염료가 점차 손실되는 CD-R의 경우 관리를 더 철저히 해야 한다.
첫째, CD는 반드시 케이스에 넣어 보관한다. 케이스는 흠집뿐만 아니라 빛을 막는데도 큰 힘을 발휘한다. 특히 불투명 케이스가 좋다. CD는 빛에 노출되면 염료를 급격하게 잃기 때문이다. 케이스 없이 수십 장의 CD를 쌓아서 보관하는 것은 좋지 않다.
둘째, CD를 다룰 때는 가장자리를 잡는다. 지문이나 기름 성분이 묻으면 내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는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만일 오염이 된 경우 안경 닦는 수건이나 부드러운 헝겊을 이용해 중심에서 바깥쪽 일직선 방향으로 닦아준다. 가볍게 물에 흔들어 씻는 것은 가능하나 알코올 성분으로 닦는 것은 금물이다.
셋째, 볼펜과 같은 날카로운 필기구로 인쇄면에 글씨를 쓰지 않는다. 눌린 부분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CD의 아래 부분은 소중히 관리하면서 인쇄면은 함부로 다루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CD 제목을 기록할 때는 부드러운 유성펜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