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쨍'하게 찍고 '만만'하게 다룬다, 소니 핸디캠 HDR-CX560
디지털 기기는 대체적으로 해당 하드웨어의 사양만 보면 대략적인 가치를 짐작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PC라면 CPU의 속도가 몇 GHz인지를 따지고, USB 메모리의 경우에는 저장 용량이 몇 GB인지를 따지는 등 간단한 확인 단계만 거쳐도 해당 제품의 쓸모가 어느 정도인지 감을 잠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몇몇 디지털 기기는 단순히 하드웨어 사양만으로는 진정한 가치를 짐작하기 힘들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영상기기, 혹은 디지털앰프와 같은 음향기기다. 화질이나 음질 같은 것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동일한 제품이라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며, 비슷한 사양의 영상기기, 혹은 음향기기라도 제조사에 따라 만족도에서 제법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영상을 촬영할 때 사용하는 캠코더 역시 제조사의 노하우에 따른 품질 차이가 많이 드러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캠코더의 화질뿐 아니라 그립감, 휴대성, 편의 기능 등은 단순히 하드웨어 사양을 높인다고 해서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캠코더 제조사 중에서도 소니(Sony)사는 특히 영상/음향 분야에 많은 노하우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니의 가정용 캠코더인 핸디캠(Handycam) 시리즈의 최신작인 HDR-CX560 모델을 살펴보면서 이를 가늠해 보도록 하자.
1분이면 익히는 간단한 기본 사용법
가정용 캠코더는 일반적으로 세로로 긴 ‘버티컬’형과 가로로 긴 ‘슈팅’형으로 나뉜다. 버티컬형은 휴대성이 높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흔들리기 쉽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리고 슈팅형은 버티컬형에 비해 어느 정도 크기가 있어서 안정감 있는 촬영이 가능하지만 휴대성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HDR-CX560은 버티컬형이라 그립감이 좋고 흔들림 없는 촬영을 하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휴대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크기는 어른 주먹보다 약간 큰 정도고 무게는 400g 남짓이라 리뷰를 진행하는 동안 숱하게 들고 다녔어도 부담이 되지 않았다.
HDR-CX560는 1230만 화소급의 고사양/고화질 캠코더지만 전문가들만을 타겟으로 나온 제품도 아니다. 캠코더를 한번도 접해 보지 않은 일반인들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한 단순한 조작 방식을 채용했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은 별도의 전원 버튼이 없다는 것. 일단 본체 측면에 달린 LCD 화면을 열면 자동으로 전원이 들어오고 곧장 촬영이 가능한 상태가 된다. 이 상태에서 반대 측면의 그립 벨트에 손을 넣고 엄지손가락 쪽에 배치된 촬영 버튼을 누르면 촬영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촬영을 끝내고 싶다면 다시 한 번 엄지 손가락으로 촬영버튼을 눌러주면 되고, 전원을 끄고 싶다면 LCD 화면을 닫으면 된다.
이 정도라면 아무리 IT기기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사용이 가능할 것이다. 물론, 내부에 있는 세세한 기능까지 전부 활용하려면 약간의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캠코더의 기본 기능이자 가장 중요한 기능인 전원 On/Off, 그리고 촬영 방법을 익히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커다란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초기 설정부터 1,920 x 1,080 해상도의 풀 HD급으로 화질이 설정되어 있고, 대부분의 기능이 완전 자동 모드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간단한 사용법만으로도 HDR-CX560의 대략적인 성능을 손쉽게 이끌어낼 수 있다.
참고로 HDR-CX560는 64GB의 내장 플래시 메모리를 갖췄으며 1,920 x 1,080 해상도의 최고 화질로 촬영하면 총 5시간 정도의 영상을 담을 수 있다. 만약 부족하다면 별도의 메모리카드(SD/SDHC/SDXC)를 구매해 꽂도록 하자.
정지 화상 촬영 능력도 디지털카메라 못지 않아
여기서 조금 더 활용도를 높이고 싶다면 본체 위쪽을 주목하자. 줌(Zoom) 레버와 포토(Photo) 버튼이 있다. 왼쪽 건지 손가락을 이용해 줌 레버를 왼쪽으로 밀면 줌 당기기, 오른쪽으로 끌어들이면 줌 밀기가 된다. 그리고 포토 버튼을 누르면 정지 화상(사진)이 찍힌다. 정지 화상은 동영상 촬영 중에도 찍을 수 있으며, 화질도 DSLR급 까지는 아니지만 어지간한 일반 디지털카메라에 못지 않을 정도다.
혹시나 HDR-CX560을 완전히 디지털카메라 대용으로 사용하고 싶다면 포토 모드로 촬영 메뉴를 바꿔보자. 후면 동영상 촬영 버튼의 반대편에 있는 모드 버튼을 누르면 동영상 모드와 포토 모드를 전환할 수 있다. 물론 동영상 모드에서도 만족스러운 정지 화상을 찍을 수 있지만 포토 모드에서 정지 화상을 촬영하면 야간 촬영 시 유용한 플래시 기능이 작동하며 접사(근접) 촬영을 보다 손쉽게 할 수 있다.
예전에 나온 일부 캠코더의 경우 동영상은 잘 찍히지만 정지화상의 화질이 좋지 않아 별도의 디지털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는 일도 많았는데, HDR-CX560의 정지 화상 촬영 능력이라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전문가들을 위한 기능도 다수
HDR-CX560은 이처럼 일반 사용자를 위한 편의성을 강조한 제품이지만 전문가들이 사용하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이 렌즈와 LCD 부분 사이에 있는 다이얼이다. 이 다이얼 앞쪽의 버튼을 누르면 수동(Manual) 촬영 모드가 되는데, 여기서 초점 및 노출, 조리개, 셔터 속도, 화이트밸런스 등을 다이얼을 돌려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덕분에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서는 전문가용 카메라 못잖은 연출을 하면서 촬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의 관심을 받을만한 것이라면 초당 24프레임 촬영 기능이다. 일반적으로 고화질 촬영을 하려면 60프레임으로 영상을 담는 것이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60프레임으로 촬영하면 1초에 60장의 정지 영상이 저장되는 것이니 매우 부드러운 움직임의 영상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HDR-CX560은 초당 60프레임의 영상을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필름 영화는 초당 24프레임이기 때문에 60프레임으로 찍으면, 움직임이 너무 부드러워서 영화적인 연출을 하기 힘들고 마치 다큐멘터리 영상처럼 보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HDR-CX560는 초당 24프레임의 촬영을 할 수 있는 모드도 제공한다. 그리고 마치 필름과 같은 깊이감을 화면 전체에 부여하는 ‘시네마톤’ 기능도 갖췄다. 이러한 기능은 기술력의 여하를 떠나 촬영자의 입장을 생각한 제조사의 노하우가 돋보이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환경에 따라 적절히 조절되는 자동 촬영 모드
HDR-CX560을 들고 실제로 촬영을 해보았다. 인물뿐 아니라 산, 바다 등의 풍경도 담았다. 이런 다양한 환경에서 촬영을 하려면 시시각각 촬영모드를 바꿔줄 필요가 있지만, HDR-CX560의 자동 기능이 상당히 정확하게 주변환경을 인식하기 때문에 별다른 추가 조작은 필요하지 않았다. 특히 눈에 띈 것이 낮에 실내 촬영을 하다가 곧장 창 밖의 야외를 촬영할 때의 화면 밝기의 변화다.
실내 촬영 시에는 자동으로 전반적인 촬영 밝기가 높아졌다가 렌즈를 창 밖으로 향하니 자동으로 촬영 밝기가 낮아졌다.
이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실내는 제대로 촬영되다가 야외를 찍을 때는 화면이 지나치게 밝아서 화면 전체가 새하얗게 떠버리곤 한다. 하지만 HDR-CX560는 이런 환경의 변화를 신속하게 감지하여 적절한 촬영모드로 자동 조절되어 편리했다.
또한 바닷가에서 촬영할 때의 색감 조절도 상당히 양호했다. 바다와 하늘이 함께 나오는 장면을 촬영할 때 바다는 파랗게 나오는데 하늘은 하얗게 나오기도 하고, 혹은 바다와 하늘이 맞닿는 지평선의 구분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HDR-CX560의 자동 색상 기능은 이러한 점을 정확하게 감지하여 본래의 색감을 왜곡 없이 표현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제품 설명서에 따르면 동봉된 기본 배터리로 2시간 정도 연속 촬영이 가능하다고 써있었는데, 실제로도 그 정도의 배터리 능력을 보여주었다.
촬영된 결과물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
다음은 촬영한 영상을 감상할 차례다. 물론 캠코더 자체의 LCD를 통해 감상할 수도 있지만 제대로 보려면 TV나 PC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HDR-CX560의 패키지에는 TV와 연결할 때 쓰는 컴포지트 케이블과 컴포넌트 케이블이 들어있다. 현재 사용 중인 TV가 구형이라면 컴포지트나 컴포넌트 케이블을 이용할 수 밖에 없겠지만, 여건(HD TV)이 된다면 되도록 HDMI 케이블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HDR-CX560는 1,920 x 1,080의 해상도로 촬영할 수 있는 풀 HD급 캠코더이기 때문에 HDMI를 사용해야 본연의 고화질을 만끽할 수 있다. 다만, HDMI 출력 기능이 있는데도 HDMI 케이블을 기본으로 제공하지 않는 점은 아쉬움으로 지적할 만 하다. 그리고 혹시나 5.1채널 입체음향 출력이 가능한 홈시어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면 이 역시 최대한 활용하자. HDR-CX560는 자체적으로 5.1채널 입체음향의 녹음이 가능하다.
기본적인 활용을 위한 프로그램 자체 내장
PC와 연결할 때는 USB로 접속하게 되는데 HDR-CX560는 본체에 USB 케이블 및 커넥터가 붙어있어 PC와 그대로 연결이 가능하다. 별도의 케이블을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어 편리하며, PC와 USB로 연결하는 중에는 충전도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에 AC 어댑터를 두고 나왔을 때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다.
그리고 PC에 연결하면 캠코더 본체에 내장된 영상 감상 및 전송 프로그램인 ‘PMB(Picture Motion Brower)’ 포터블’이 함께 실행된다. PMB 포터블을 이용하면 기본적으로 동영상 및 정지 화상의 감상 및 PC로의 전송을 할 수 있으며,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인터넷 사이트로 영상을 업로드 하는 기능도 갖췄다. 기능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일반인으로서는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별도로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 없이 캠코더 자체적으로 실행되는 기능이라 편리한 것이 장점이다.
물론 PMB 포터블을 사용하지 않고 해당 파일들을 PC 내부로 복사한 뒤에 PC용 동영상플레이어를 이용할 수도 있다. 참고로 HDR- CX560의 동영상은 H.264 AVC HD 코덱을 사용하며, 파일 확장자는 M2TS 형식으로 저장된다. 때문에 해당 동영상 포맷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동영상 플레이어로 재생하면 동영상이 정상적으로 재생되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곰플레이어’를 사용하니 잔상이 심하게 발생하곤 했지만 MS 윈도우 운영체제에 기본 제공되는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 12을 사용하니 정상으로 깔끔하게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
고성능과 편의성을 조화시킨 모범사례
고성능과 편의성을 조화 시키기란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다. 고성능을 추구하다 보면 전문가 취향의 제품이 되어버려서 초보자나 일반인은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사용법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나치게 편의성만 추구하면 성능이나 기능이 빈약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소니 핸디캠 HDR-CX560은 이들을 잘 조화시킨 모범사례로 꼽을만하다. 업체들간의 기술력이 상향 평준화된 현 시점에서 제품 선택기준이 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제품 설계의 노하우다. 이러한 노하우가 소니의 캠코더 설계 능력이 경쟁사와 비교해 여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