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각종 장치를 조율하는 심판 - 메인보드 칩셋
컴퓨터 시스템은 중앙처리장치(CPU), 주기억장치(램), 보조기억장치(하드디스크)등의 다양한 장치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장치들이 한데 설치되는 주 기판을 메인보드(Mainboard), 혹은 마더보드(Motherboard)라고 한다. 축구 경기로 비유하자면 CPU나 램, 하드디스크는 축구공이나 축구 선수라 한다면 메인보드는 이들이 경기를 펼치는 그라운드라고 할 수 있다.
메인보드에는 이러한 다양한 장치들이 한꺼번에 설치되기 때문에 이들을 제어하고 역할을 조율하는 기능을 갖춰야 한다. 축구 경기를 하려면 심판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컴퓨터 개발 초창기의 메인보드에는 각 장치들을 별도로 담당하는 제어 회로를 여러 개 달아 이러한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그러다 보니 컴퓨터의 기능이 확장될 때 마다 더 많은 제어회로가 필요해져서 메인보드 크기도 커질 뿐더러 가격도 올라가기 마련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각 제어회로들을 통합하려는 시도가 계속되었고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바로 칩셋(chipset)이다. 칩셋은 여러 가지 제어 회로를 함께 내장하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 복수의 장치들을 제어할 수 있다. 칩셋의 등장으로 인해 컴퓨터의 크기가 크게 줄어들었고 생산 단가 역시 낮출 수 있었다.
컴퓨터 전체의 핵심이 CPU라면 칩셋은 메인보드의 핵심이다. 컴퓨터 메인보드의 외형을 살펴보면, CPU나 램과 같은 별도의 부품을 제외한 상태에서 가장 눈에 띄는 큰 칩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칩셋이다. 칩셋은 워낙 많은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부하가 많이 걸리는 편이라 작동 시 발열도 심하다. 때문에 메인보드 칩셋에는 방열판이나 냉각팬이 덮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메인보드의 칩셋 구성
컴퓨터 시스템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PC(개인용 컴퓨터)용 메인보드에는 ‘노스브릿지(Northbridge)’와 ‘사우스브릿지(Southbridge)’라고 하는 2개의 칩셋이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두 칩셋은 각각 역할이 다르다. 노스브릿지는 CPU와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CPU와 램을 제어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그리고 AGP, PCI 익스프레스와 같은 고속 장치용 확장 카드 슬롯도 제어한다. 만약 AGP나 PCI 익스프레스 슬롯에 그래픽카드(모니터로 영상 신호를 전송하는 장치)를 꽂으면 그래픽카드 역시 노스브릿지를 통해 제어를 받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사우스브릿지는 노스브릿지에 비해 CPU와 약간 거리가 떨어져 있는 곳에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노스브릿지가 연산에 관련된 장치를 제어하는 것과 달리, 사우스브릿지는 입출력장치 제어에 주로 쓰인다. 하드디스크나 광드라이브(ODD)가 연결되는 IDE / SATA 포트, 키보드나 마우스가 연결되는 USB 포트, 랜카드나 사운드카드와 같은 저속 확장 장치를 꽂는 PCI 슬롯 등의 제어를 사우스브릿지가 담당하고 있다.
신세대 메인보드 칩셋의 특징
다만 최근에는 이 두 칩셋의 역할과 구성이 달라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3년에 등장한 AMD의 ‘애슬론 64’ CPU와 2008년에 나온 인텔의 ‘코어 i7 900 시리즈’ CPU는 메모리 제어기(memory controller)를 내장하고 있어서, 칩셋을 거치지 않고 CPU가 직접 메모리(램, RAM)을 제어할 수 있다. 때문에 이후에 나온 양사의 메인보드 칩셋에는 메모리 제어 기능이 제거되었다.
그리고 2009년에 출시된 ‘코어 i5 700 시리즈’ 이후에 나온 인텔 CPU는 메모리 제어기를 포함한 기존의 노스브릿지 기능의 대부분을 CPU에 통합시켰다. 때문에 이후의 인텔 계열 메인보드에는 노스브릿지 / 사우스브릿지 구분 없이 1개의 칩셋만 장착되어 나오고 있다. 이 외에도 대만의 SIS사는 노스브릿지와 사우스브릿지의 기능을 통합해 가격을 낮춘 칩셋을 다수 내놓아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사이에 저가형 메인보드 시장에서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그리고 일부 메인보드 칩셋의 경우, 그래픽카드의 핵심 칩인 GPU(Graphics Processing Unit)기능을 내장하고 있는 것도 있다. GPU 내장 칩셋을 탑재한 메인보드는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꽂지 않고도 화면을 출력할 수 있어서 경제적이다. 다만 별도의 그래픽카드에 비해 3D 그래픽 성능이 떨어지는 편이므로 게임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고 일반적인 사무용이나 동영상 재생용 PC에 주로 사용된다.
성능이나 기능뿐 아니라 부품 호환성에도 큰 영향
위와 같이 칩셋은 메인보드의 전반적인 성능 및 기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특히 칩셋의 종류에 따라 해당 메인보드와 호환되는 CPU 및 램, 그래픽카드, 하드디스크 등을 비롯한 각종 부품들의 규격 역시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PC를 구매하거나 기존 PC를 업그레이드할 때 메인보드의 칩셋이 무엇인지 반드시 확인하고 해당 칩셋에 대한 정보를 조사해 보는 것이 좋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