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게이트, PC 안 가리는 3TB HDD 발표
10GB(기가바이트), 100GB의 하드디스크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그 방대한 용량에 깜짝 놀란 것이 어제 같은데 벌써 시장에는 1TB(테라바이트, 1,000GB) ~ 2TB(2,000GB) 하드디스크가 주력으로 팔리고 있다. 기술의 발전에는 그저 놀랄 따름이다. 물론 저런 큰 용량이 굳이 필요하겠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각종 응용프로그램의 기능과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품질이 크게 향상됨과 동시에 이들이 차지하는 데이터 용량도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1TB와 2TB를 넘어 순조롭게 덩치를 키우던 하드디스크가 3TB에 즈음해서는 난관에 직면했다. 기존에 사용하던 대부분의 PC에서 인식할 수 있는 하드디스크의 용량 한계가 2.1TB까지 이기 때문이다. 이런 PC에서는 3TB 하드디스크를 장착하더라도 제한된 용량만 인식되거나 아예 사용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하드웨어를 추가하거나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 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와중에 대표적인 하드디스크 제조사인 씨게이트(Seagate)에서 이런 불편을 최소화한 3TB 하드디스크인 ‘바라쿠다 XT’를 출시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5일, 씨게이트의 제품을 한국에 공급하고 있는 ‘오우션테크놀러지’에서 해당 신제품의 특징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씨게이트의 신제품이 어떤 면모를 갖췄는지 살펴보기 위해 IT동아가 직접 찾아갔다.
최신형 하드디스크로서의 특정 모두 갖춰
이날 소개된 씨게이트의 ‘바라쿠다 XT 3TB’는 7,200RPM으로 고속 회전하는 플래터(데이터가 저장되는 자기 디스크)를 내장하고 64MB의 대용량 버퍼 메모리를 갖췄다. 7,200RPM 속도의 하드디스크는 제법 흔히 볼 수 있는 편이지만, 64MB 버퍼의 하드디스크는 아직 많이 보급되지 않았다. 버퍼 메모리의 용량이 크면 동시에 여러 가지 읽기나 쓰기 작업을 할 때 유리하다.
여기에 최대 6Gb/s로 빠르게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SATA 3.0 인터페이스(접속 규격)까지 갖췄다. 기존에 사용하던 SATA 2.0(3Gb/s)보다 한층 향상된 데이터 전송 능력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아무튼 바라쿠다 XT 3TB는 최신형 하드디스크가 갖춰야 할 대부분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3TB나 되는 방대한 용량까지 더했으니 금상첨화인 셈이다. 3TB면 단층 DVD 700여장에 달하는 큰 용량이다.
윈도우 XP 기반의 구형 PC에서도 3TB 모두 쓸 수 있어
이날 발표자들은 바라쿠다 XT 3TB의 성능 및 용량 외에도 여러 종류의 PC에서 문제 없이 3TB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3TB 하드디스크의 용량을 온전히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PC의 바이오스(bios: 메인보드를 제어하는 기본 프로그램)에서 UEFI(Unified Extensible Firmware Interface) 기능을 지원하거나 64비트 운영체제를 설치해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조건을 모두 갖춘 PC는 최근에야 조금씩 나오고 있는 추세다. 만약 위와 같은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3TB 중에 2.1TB만 사용이 가능하며, 이런 용량 조차도 부팅 드라이브로(C드라이브)는 쓰지 못하고 단순 데이터 저장용 드라이브(D드라이브 이후)로만 활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바라쿠다 XT 3TB는 UEFI 바이오스가 없고 64비트 운영체제가 아닌 상태에서도 3TB를 모두 활용할 수 있고 부팅도 가능하도록 해주는 전용 소프트웨어인 ‘디스크위자드(DiscWizard)’를 제공한다. 디스크위자드 소프트웨어는 바라쿠다 XT 3TB 제품을 구매하면 CD로 제공되며 씨게이트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내려 받을 수도 있다.
디스크위자드를 사용하면 윈도우 XP(32비트) 환경에서도 3TB를 모두 활용할 수 있고 부팅도 가능하다. 다만, 이 경우에도 3TB를 하나의 드라이브로 잡는 것은 불가능하며 2.1TB + 900GB와 같이 2개 이상의 드라이브로 구성해야 한다. 이 점이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예전처럼 나머지 900GB의 용량을 놀리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이날 발표에서 오우션테크놀러지의 관계자들은 타사의 3TB 하드디스크는 별도의 하드웨어를 추가하는 등의 방법으로 3TB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며, 무료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3TB를 구현하는 바라쿠다 XT 3TB의 경제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최근 하드디스크 업계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바로 웨스턴디지털이 히타치의 하드디스크 사업부를 인수했다는 소식이다.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은 하드디스크 시장 1위를 다투던 씨게이트 입장이었는데, 웨스턴디지털이 3위 업체(히타치 하드디스크 사업부)를 인수한다면 씨게이트는 2위 자리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최근 하드디스크의 대체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SSD(반도체 디스크)가 관심을 받고 있는 점도 씨게이트로서는 부담스러운 흐름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씨게이트는 신제품 출시 및 사업 영역 확장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이날 소개된 바라쿠다 XT 3TB도 그러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으며, 기존의 PC 내장형 하드디스크 외에 외장 하드 드라이브나 AV 기기용 하드디스크 등도 적극적으로 출시하며 세력 확장을 노리는 중이다.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낙관적인 미래가 기대된다”는 이날 관계자의 발언에 씨게이트의 현재 상황이 잘 드러나는 것 같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